브래키팅(Bracketing)’은 ‘그룹으로 묶는다’는 뜻으로 사진촬영 작업에서 주로 사용되는 말이다. 사진사가 하나의 피사체를 빛의 노출과 각도를 달리해 여러 장 찍는 것을 브래키팅이라고 부르는데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에서도 브래키팅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제품 하나를 구매하기 위해 색상이나 사이즈가 다른 같은 제품을 여러 개 주문하는 것을 이렇게 부르는 것.
예를 들어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재킷 한 벌을 구매할 때 브랜드마다 사이즈가 조금씩 달라 두 가지 다른 사이즈로 주문하고 온라인 화면에서 본 색상이 자신과 어울리지는지 불확실해 두 가지 색상을 주문함으로써 최종적으로는 같은 재킷을 네 벌 주문하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에서의 브래키팅은 고객이 구매 당시부터 제품의 일부나 전체를 반품할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앞에서 예로 든 재킷의 경우 네 벌을 주문했지만 세 벌은 구매 시점부터 반품이 예상된 것이다.
온라인 쇼핑 배송 플랫폼 나르바가 미국 온라인 쇼핑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8%가 의도적으로 브래키팅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브래키팅을 하는 가장 큰 원인은 ‘매장에서 직접 입어볼 수 없기 때문’(36%)이었으며 ‘친숙하지 않은 새로운 브랜드를 시도하기 때문’(26%)도 있었다.
◇반품의 증가와 문제점=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활동의 강화로 온라인 쇼핑객은 큰 폭으로 증가했고 덩달아 반품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전미 소매업체연합(NRF)에 따르면 2021년 미국의 온라인 판매는 약 1조5000억 달러였고 이 중 20%, 약 2180억 달러의 물건이 반품됐다.
나르바의 조사에 따르면 반품의 가장 큰 원인은 ‘사이즈·핏·색상 등이 맞지 않아서’(42%)로 밝혀졌다. 이외에 ‘배송 중 파손’(17%)이나 ‘부정확한 설명’(13%) 등도 꼽혔다.
이는 직접 물건을 보거나 만지거나 입어볼 수 없는 온라인 쇼핑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특히 의류나 신발은 이런 단점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사이즈가 잘 맞는지,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다 보니 브래키팅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 쇼핑객이 옷을 직접 입어보기 위해 피팅룸을 사용하는 것처럼 온라인 쇼핑 고객은 자신의 집을 피팅룸처럼 사용하기 위해 여러 벌을 주문해 직접 입어본 후 마음에 드는 제품을 빼고는 모두 반품하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들은 무료 반품 기능을 제공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선호하고 이를 반영해 점차 많은 온라인 쇼핑몰들이 무료 반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품으로 인한 판매자의 손해에는 배송비뿐만 아니라 배송 및 반송 처리에 드는 노동력과 창고비용 등도 포함되며 재고 관리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글로벌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 KPMG에 따르면 반품처리 비용이 처음 주문을 받아 배송하는 비용보다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품된 상품의 경우 재판매 가치가 감소하고 속옷이나 화장품 같은 제품은 위생상 대부분 폐기 처리돼 이로 인한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 2021년 전자상거래 제품의 반품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약 2700만 미터톤에 이르며 이는 연간 590만 대의 자동차 운행에서 생성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동일하다.
◇온라인 쇼핑몰의 대응=온라인 쇼핑에서의 브래키팅 문제가 심각하지만 소비자만 나무랄 수는 없다. 온라인 쇼핑 과정에서는 정확한 사이즈와 색상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쇼핑몰이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마이슈어핏(MySureFit)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온라인 고객들의 신체 사이즈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가장 잘 맞는 브랜드의 옷을 골라주는 쇼핑몰이다. 웹사이트의 포토 프로그램을 통해 전신 사진을 등록하면 사이트에서 정확하게 신체 사이즈를 측정한다.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브랜드별로 어느 사이즈로 구매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 쇼핑몰은 단 두 장의 셀프 사진으로 99%의 정확성을 가진 핏을 찾아준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실제로 이곳을 통해 물건을 판매한 협력 업체들은 “사이즈 문제로 인한 반품이 5% 이하까지 줄었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작년 초 사용자가 사진을 업로드하거나 체형과 키, 피부색 등을 선택해 가상 환경에서 옷을 입어볼 수 있는 ‘지킷(Zeekit)’이란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킷은 이스라엘에서 시작한 가상 피팅 기술 스타트업이었으나 2021년 월마트가 인수해 자사 패션 브랜드 온라인 쇼핑에 도입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치수를 찾을 수 있고 가상 환경에서 입어본 옷의 사진을 친구와 공유해 의견을 나눌 수도 있다.
월마트를 제치고 의류 판매 1위에 오른 아마존은 온라인 의류 쇼핑의 선두를 지킬 수 있는 새로운 방안들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다. 고객 맞춤형 의류 제작 서비스 ‘메이드포유(Made For You)’는 고객이 원하는 사이즈와 취향으로 티셔츠를 제작할 수 있는 개인화된 서비스다. 구매자는 자신의 신장, 체중, 신체 스타일을 입력하고 사진 2장을 함께 업로드한다. 이후 8가지 색상 중 원하는 색을 고르고 소매와 셔츠 길이, 목 트임 디자인, 패브릭 종류, 핏 형태 등을 원하는 대로 선택해 자신만의 옷을 만들 수 있다. 아마존의 서비스는 사이즈뿐만 아니라 개인화된 맞춤 서비스를 통해 개별 취향의 옷을 빠르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쇼핑의 또 다른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장소에 제한이 있는 것과 달리 온라인 쇼핑몰은 공간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대량의 상품이 제시된다. 원하는 제품 하나를 고르기 위해 봐야 하는 상품이 너무 방대하고 그 많은 옷 가운데 내 체형과 취향에 맞는 제품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그 많은 상품을 둘러보고 선택하느라 보내는 시간이 오프라인 매장에 다녀오는 시간보다 더 걸리기도 한다.
온라인 쇼핑의 이런 약점은 개인화 맞춤 서비스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쇼핑몰이 고객 개인의 스타일에 적합한 옷을 골라 추천한다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보내는 시간은 물론 취향에 맞지 않아 반품하는 경우도 감소할 것이다.
개인화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스티치픽스는 고객이 패션 취향을 등록해두면 그에 맞는 옷으로만 개인의 쇼핑공간을 창출해주는 쇼핑몰이다. 드라마에서 재벌들이 자신만을 위해 준비해둔 옷들을 고르며 개인 쇼핑을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스티치픽스는 이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퍼스널 쇼퍼가 고객의 쇼핑을 도와주는 것.
실제 이 쇼핑몰의 직원들은 스타일리스트이며 개인의 취향을 분석하고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은 스타일과 원하는 가격대를 등록하는데 등록과정에서 퀴즈형식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제공된 서비스의 피드백을 통해 스타일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
이런 서비스는 결국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고객 취향에 딱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제대로 분석해야 정확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스티치픽스는 데이터 분석 직원이 100명이 넘고 넷플릭스에서 알고리즘을 분석했던 책임자를 영입하는 등 데이터 분석에 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번성하는 가상 피팅룸 기술 시장=앞서 소개한 온라인 쇼핑몰의 변화는 고객들이 직접 입어보지 않아도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와 스타일의 옷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변화는 가상 피팅룸 서비스와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이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 가상 피팅룸 서비스 시장은 2017년 이후 매해 20% 이상 꾸준히 증가해 2020년에는 약 30억 달러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이 시장이 2028년에는 13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 피팅룸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기업들은 유럽과 미국, 한국 등에 있는데 미국의 주요 회사로는 트루핏과 3D룩 등이 유명하다.
트루핏은 수학자들이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이용자는 평소 자주 입는 옷 가운데 자신의 사이즈인 옷을 2~3벌 골라 각각의 브랜드와 사이즈를 입력한다. 이와 함께 나이, 키, 몸무게 등을 포함한 정보를 등록하는데 트루핏은 이를 토대로 고객이 원하는 브랜드의 데이터와 비교해 고객에게 맞는 사이즈의 옷을 최종적으로 추천해준다. 미국의 유명 백화점 메이시스와 블루밍데일, 스포츠 의류 기업 딕스, 룰루레몬, 언더아머 등이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트루핏을 이용한 업체들은 브래키팅이 24%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유명 의류 브랜드 노스페이스와 팀버랜드를 소유한 VF코퍼레이션과 협업한 가상 피팅룸 기업 3D룩은 모바일의 신체 스캐닝 기술을 통해 고객에게 사이즈를 찾아준다. 고객이 올리는 사진에서 86가지의 신체 사이즈 측정 데이터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이나 스킨톤과 같은 외모 특징까지 고려해 3D 아바타 모델을 생성한다. 기존 데이터를 통해 고객에게 맞는 옷을 추천하고 가상현실 속에서 그 옷들을 자유롭게 입어 볼 수 있는 가상 피팅룸을 설정하면 고객은 여러 사이즈와 색상의 옷을 입어보고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결정할 수 있다.
◇우리 기업 시사점=가상 피팅룸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쇼핑몰의 변화는 기술 발전이 뒷받침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이 개선돼 누구나 쉽게 고화질의 이미지를 창출할 수 있고 이미지 스캐닝과 처리 기술의 발전으로 3D 측정과 아바타 창출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고객정보에 맞춤화된 상품 추천도 가능하다.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소재한 백화점의 의류매장에서 일하는 A씨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매장 내 피팅룸이 폐쇄되자 많은 고객이 옷을 집에서 입어본 뒤 맞지 않는 옷은 반품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최종 구매 이전에 직접 입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온라인 쇼핑 고객들이 가상 피팅룸을 통해 구매 이전에 입어보는 것은 반품을 줄이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상 피팅룸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고객은 기존의 방법으로 쇼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나르바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고객의 88%는 여전히 제품의 사진, 설명, 고객 리뷰 등을 통해 사이즈 관련 정보를 습득하고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체형을 묻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아직은 생소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기업-소비자(B2C) 간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우리 기업들 역시 사이즈로 인한 반품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관해 고민할 때다. 반품을 당연시하는 소비자 인식의 변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반품 문제는 기업의 경제적 손실을 넘어 환경 문제와 직결되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KOTRA 애틀랜타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