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히 계산된 준비로 고객 만족 높이는 공학도 CEO
‘전시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국 대표 소비재 박람회 ‘메가쇼’를 탄생시킨 동명의 회사 김신 대표가 던진 말이다. 골자는 ‘전시회는 숫자로 모든 것을 말한다’는 것.
전시회의 성패는 찾는 바이어·참관객의 숫자이고 이는 누구보다 부스참가자들이 명확히 체감한다는 설명이다. 아무리 많은 참관객이 온다고 홍보해도 전시장에 관람객이 예고만큼 오질 않으면 참여사의 만족도는 떨어지고, 이는 전시회의 실패로 이어진다.
김 대표와 인터뷰하며 내내 느꼈던 것은 그의 ‘철저한 행사 준비’ 그리고 ‘실행’이었다. 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숫자로 드러난다.
김 대표는 20여년 전시업계에 몸담으며 나름의 기준이 되는 ‘숫자’를 만들었다. 그 중 하나가 ‘1㎡당 2명’이다. 하나의 전시행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스 면적을 제외한 복도면적 기준 1㎡당 2명은 방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1만㎡ 전시공간이라면 5000㎡는 부스면적, 나머지 5000㎡는 복도면적으로 잡는다. 이 경우 ‘5000㎡×2명’으로 즉 하루 1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야 한다. 그래야 전시장을 찾은 부스 참가업체들이 ‘충분히 상담했다’ ‘많이 알렸다’ ‘꽤 바빴다’ 등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
김 대표가 20여 년간 셀 수 없이 많은 전시회의 프로젝트매니저(PM) 그리고 행사 지원인력으로 현장을 꼼꼼히 지켜보며 메모하고 깨달은 그 나름의 결론이다.
●부스보다 참관객 유치에 ‘노력’ = 방점은 참관객이다. 유치 부스의 숫자가 아니다. 왜 참관객을 목표로 잡았을까. 김 대표는 ‘전시업체가 어느 조건에서 다음 행사에 재참가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저에게 메가쇼를 성공시킨 비결을 묻는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참가율’입니다. 재참가율을 높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참여사의 ‘만족도’ 입니다. 만족도는 바로 많은 참관객이 부스를 방문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죠.”
김 대표는 언제부터 ‘참관객 숫자’를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그는 “머릿속 스위치가 한 번에 켜지듯이 어느 순간 느꼈다”며 “참관객이 많으면 참가업체들도 행사 주최사를 믿고 따른다. 주최사를 신뢰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방향이 맞다’고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참관객 숫자 목표를 세운 다음은 ‘실행’이다. 메가쇼는 실행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쏟는다.
하나의 전시회를 위해 홍보·디자인·전시사업 등 3개팀 16명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홍보와 디자인은 순전히 참관객 목표 달성에 집중한다. 홍보팀은 온·오프라인 다양한 매체에 전시회를 알리는 역할을 맡고, 디자인팀은 홍보팀의 요구에 맞춰 디자인 결과물을 제시한다.
김 대표는 “홍보와 디자인은 내부이다. 그래야 일관성이 있고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전시회를 앞두고 참관객 숫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우 공격적이면서도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예를 들어 사전등록 첫 주에 1000명 모집을 목표로 1000만 원의 예산을 집행했는데 500명밖에 채우질 못했다면, 그 다음 주에는 채널을 다양화하는 등 예산을 바로 증액한다. 김 대표가 강조했듯이 고객인 전시참가업체에게 ‘거짓말(예상 참관객 수)’을 하면 안 돼서다.
●첫 행사 앞두고 10만 통 편지 보내 2만7000명 유치 = 이 전략은 2013년 김 대표가 창업 후 처음 개최한 ‘1회 메가쇼’부터 유지했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첫 행사는 1월이었다. 당시만 해도 B2C 소비재 박람회는 생소했다. 참관객 목표 3만 명, 부스 목표 500곳. 직원 3명과 함께 참관객 목표 달성을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끄집어냈다.
행사 성공의 일등공신은 ‘편지’다. 이메일이 아닌 순수 종이편지다.
행사 타깃은 30~40대 주부. 먼 곳에서 오기가 분명 힘들다. 그래서 지도를 펼치고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정했다. ‘반경 17km’ 이내 30~40대 주부가 살만한 20평대 이상 아파트 단지.
5km 이내는 단지 내 모든 세대, 5~10km는 2가구 가운데 한 가구, 10~17km는 5가구 가운데 한 가구에 초청장을 보냈다. 5km 이상 떨어진 곳에 모두 메일을 보내지 못한 것은 예산 문제 때문이었다. 그렇게 보낸 편지가 무려 10만 통.
편지를 보내고 나서 김 대표와 직원들은 무작정 전화통을 들었다. 이제 부스 모집이다.
김 대표는 “처음 열리는 소비재 박람회이다 보니 모집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루에 30~50곳 전화를 돌렸고 그 중 1~2곳만 참여해도 대성공이었다”며 “시간을 쪼개 가구단지 등 서울 근교 산업단지를 돌며 홍보도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9개월을 뛰었다. 결과는 악조건 속에서도 ‘대성공’이었다.
“사흘 전시회 가운데 둘째 날은 비가 오고, 셋째 날은 폭설이 왔었습니다. 그래도 사흘간 2만7000명이 참관했습니다. 목표 3만 명에는 다소 미흡했지만 처음 열리는 전시회치고는 굉장히 많이 온 것입니다.”
●행사 키우기 위해 기획한 ‘바나나라운지’ = 덕분에 메가쇼는 안착했다. 하지만 이후 수년 동안 행사는 기대만큼 크지를 못했다. 이유를 고민한 결과 역시 ‘시장(고객)’이 문제였다.
B2C 전시회 성격상 멀리서 오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결국, 2017년 제2의 도전을 선언했다. 바로 ‘B2B 전시회 접목’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메가쇼에서만 볼 수 있는 ‘바나나라운지’다. B2C 행사 속에 열리는 B2B행사다. 대형유통사 구매상담회, 신제품 쇼케이스, 대형유통사 입점설명회가 열린다.
B2C 참가업체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철저히 사전 매칭시스템을 도입했다. 김 대표는 “사전 매칭으로 참가기업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이틀 동안 진행되는 매칭상담회가 1500건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명칭을 바나나라운지로 정한 것은 김 대표가 행사 ‘차별성’을 각인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김 대표는 “다른 전시회의 상담장을 유심히 살펴보니 대부분 커피와 스낵이 비치돼 있었다. 우리는 다른 것을 찾다 보니 대안이 바나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바나나를 비치하고 명칭도 그렇게 정했다”며 “덕분에 고객들이 쉽게 기억한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김 대표는 메가쇼가 ‘지역의 우수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 창구로 자리매김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덕분에 지역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높은 관심을 나타내며 어느새 행사는 경기도 일산 킨텍스와 수원에서 각 2차례 그리고 서울 SETEC에서 1차례 등 1년에 총 5차례 열린다.
회사는 행사 개최 이전에 지역을 순회하며, 메가쇼에 처음 나오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전시를 위한 설명회를 열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본연의 색깔을 유지하며 행사를 키우겠다고 밝혔다.
“메가쇼는 종합소비재 박람회입니다. 상품 확장성이 무한대입니다. 지금 킨텍스 전시장 3만㎡를 사용하는데 10년 내에 10만㎡로 늘리겠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대표 전시회 가운데 하나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싶습니다.”
● 업계 발전 위한 마이스 비전 콘퍼런스 준비 = 김 대표는 업계 발전을 위해 MICE 산업의 잠재성을 알리는 자리를 기획 중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전시주최자협회 부회장인 김 대표는 오는 11월 열리는 전시산업전에 콘퍼런스와 채용박람회를 통해 MICE산업의 밝은 미래를 소개해 업계의 청년 인력난 해소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공학도이다. 대학 졸업 후 파트타임으로 한 것이 연이 돼 지금까지 왔다. 한때는 정부 출연연구기관에 몸을 담았지만, 전시기획에 흥미를 느껴 다시 돌아왔다.
김 대표는 메가쇼가 어떤 회사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고객인 전시업체와 관람객이 만족하는 회사”라고 짧게 말했다. ‘전시회는 거짓말을 할 수 없는 비즈니스’라고 말한 만큼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 설립일 (연월) : 2012.4.6
• 사명 의미 : 메가쇼 - 유연한 사고, 종합소비재 전시회 회사
• 대표 행사 : 메가쇼, 팔도밥상페어, 트래블쇼
• 모토 : 참가기업과 관람객이 만족하는 전시회
• MICE산업 발전을 위한 한마디 : 본질에 깊숙이 들어간다면 더 좋은 산업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