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업계 고정관념을 깨 ‘외인구단’ 호칭 이끌어
코로나 팬데믹을 기회 삼아 업계 최초로 IPO 성공
사업가는 한 번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승부수를 띄운다. 그 결정이 통하면 그는 성공한 사업가다. 하지만 우려대로 실패하면, ‘실패한 사업가’라는 멍에를 안는다.
조원표 메쎄이상 대표는 2020년 봄 임직원들을 1층 로비에 모았다. 회사 대표 전시회인 ‘코리아빌드(옛 경향하우징페어)’ 행사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격 취소된 직후다. 행사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손실액만 대략 30억 원. 돈도 문제지만 임직원의 불안감은 컸다.
조 대표는 비장한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Cancel is not an option(취소는 선택이 아니다).”
●팬데믹을 ‘기회’로 만든 결단 = 더 이상 전시회 취소는 없다는 선언이다. 모든 전시기획사가 행사를 접거나 포기하는 상황에서, 메쎄이상은 앞으로 모든 행사를 진행한다는 결정이었다.
‘행사 연기는 있지만 절대 취소는 없다’는 것. 그 작업을 조 대표 본인이 책임질 테니 ‘믿고 따라와 달라’는 주문이자 부탁이었다.
약속은 지켜졌을까. ‘그랬다’. 대형 행사만 60개, 중소 행사를 합하면 80여 개를 하나도 취소하지 않고 모두 해냈다. 그는 왜 ‘취소는 없다’는 결단을 내렸을까.
“전시기획사가 전시회를 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적자만 늘어납니다. 그러면 인력을 줄이거나 아니면 무급휴직을 실시해야 합니다.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건은 최악이었다. 앞으로의 전개 상황은 예상조차 힘들었고,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사를 준비했을까. 가장 큰 난관은 정부와 지자체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전시회=필수경제활동’ 정부 설득 = 조 대표는 2개의 카드로 정부를 이해시켰다. 하나는 전시회 고객사인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논리였다.
전시회는 단순히 ‘쇼’나 ‘이벤트’가 아니라 중소기업에 있어 판로가 걸린 ‘필수 경제활동’이라는 것이다. 행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어려워지고 이는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득했다.
또 하나는 ‘전시장은 안전한 장소’라는 것이었다. 이는 정상 운영됐던 대중교통 그리고 백화점·슈퍼마켓과 비교를 통해 설득했다.
“백화점 층고는 3m인데, 전시장은 12m입니다. 게다가 전시장에는 공조시설을 갖춰 3시간에 한 번 환기했습니다. 혹여나 확진자가 들어와도 전시장은 누가 언제 입장했다가 언제 퇴장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백화점도 정상 운영하는데 전시장을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
●전시회에 진단키트 비치하며 예방 철저 = 조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갔다. 정부 요구보다 더욱 강력한 예방을 실시했다. 그 사례가 ‘PCR 진단키트’ 비치였다. 당시만 해도 민간 행사 어디에도 없었다. 과정이 흥미롭다. 메쎄이상이 주관하는 ‘의료기기박람회’를 통해 알게 된 고객사인 진단키트업체 S사가 코로나 진단키트를 개발한 것을 들은 것.
“S사가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국내 2016년 확산)’ 진단키트를 만들었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문의했더니 코로나 진단키트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5000만 원어치 물량을 계약했습니다.”
행사 진행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당시 전시 참가사는 물론 참관객들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행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묻고 확인했다. 행사가 취소되면 고객사들도 손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과거에는 팩스 하나만 넣으면 해결될 일이 거의 10번을 통화해야 설득됐습니다. 어렵게 설득한다고 해도 ‘진짜 열리는 게 맞냐’는 확인 전화를 수도 없이 받았습니다. 심지어 ‘코로나가 확산하는데 왜 전시회를 하냐’며 항의 전화도 받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따라준 직원들이 정말 고맙습니다.”
행사를 진행한 결과는 어땠을까. 조 대표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떠올랐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물론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참여업체도 적고, 방문객도 적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찾는 분들은 진짜 행사가 필요한 말 그대로 ‘진성 고객’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북적거리진 않았지만, 거래성사가 많이 돼 만족도는 높았습니다.”
조 대표가 코로나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 이처럼 행사를 진행한 데에는 나름의 책임감이 크게 작용했다. 바로 직전 연도인 2019년 조직을 통합해 메쎄이상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대대적으로 조직을 꾸리고 인력을 늘리며 달려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개점휴업을 할 수 없다는 결단이 이런 큰 결단을 내린 것이다.
●알리바바 전시회 참관하고 ‘전시사업’ 진출 결정 = 조 대표는 이전에 전자상거래업체 이상네트웍스 대표였다. 그런 그가 전시사업에 뛰어든 과정이 궁금했다.
“2007년에 중국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중국 항저우를 몇 차례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알리바바가 대형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이었습니다. 온라인업체가 왜 오프라인 행사를 하는지 궁금해 물어봤습니다. 답변이 ‘B2B 거래는 온라인상에서만은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거래가 온라인에서만 성사되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조 대표는 깨달았다. 온라인 사이트는 플랫폼이고 거래 시작은 오프라인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알리바바의 전략에 공감한 조 대표는 바로 회사 내 전시파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경향 하우징페어’ 등 대형 전시회를 인수하고 직접 전시회도 기획했다. 이렇게 하나둘 사업을 키우다가 제대로 사업을 펼치기 위해 통합해 출범한 회사가 2019년 ‘메쎄이상’이다.
기존 틀을 깨는 전략으로 글로벌 전시기획사로 만들겠다는 비전과 함께 기업공개(IPO)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IPO 목표는 3년만인 2022년 3월 이뤘다. 업계 최초다.
메쎄이상의 차별에는 이상네트웍스와의 시너지가 한몫했다. 메쎄이상은 설립 때부터 30명의 IT개발진이 포진했다. 이들은 박람회별 애플리케이션(앱)과 웹페이지를 개발했다.
여기에 ‘비즈니스매칭시스템(BMS)’이라는 독자 서비스도 내놓았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행사에 앞서 사전에 비즈니스 매칭을 한다. 전시업체는 어떤 고객이 언제 방문하는지 미리 알고, 방문객은 전시장 도착 이전에 방문부스를 정해 효율적인 상담이 가능했다. 조 대표는 “IT라는 게 초기에는 잰걸음(저성장)을 하지만, 어느 순간 성큼성큼(초고속 성장) 걷는 매력이 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우리는 전시기획사가 아니다’ = 조 대표는 메쎄이상을 ‘데이터 마케팅 플랫폼’ 기업으로 표현했다. 수많은 기업과 고객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행사가 준비되고 현장에서 상담이 이뤄지는 장(場)’이라는 설명이다. 매번 확보되는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비전도 소개했다. 인도를 우리 중소기업의 서남아 시장 진출 창구로 제시한다. 이를 위해 킨텍스와 함께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IICC 전시장 운용권을 땄다. 올 10월부터 20년간 맡는다. 조 대표는 “내후년까지 5개의 독자적인 국제전시회를 현지에서 개최한다”며 “이 행사는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 나갈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도록 행사를 기획하겠다”고 밝혔다.
• 회사설립 : 2008년 1월(2019년 메쎄이상으로 통합)
• 회사 이름에 담긴 의미 : Messe+eSang 꿈과 비전을 실현하는 전시회(Messe)
• 대표행사 : 코리아빌드, 메가주, K-hospital, 코베
• 모토 : 이상인의 DNA=트리플A(Adaptability : 적응력, Action-Oriented : 추진력, Always Hungry : 끊임없는 도전정신)
• Mice산업 발전을 위한 한마디 : 글로벌화, 대형화, 디지털화를 통한 MICE산업의 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