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엄마 리더십’이 필요
㈜순바이오팜(대표 임애순)은 코스메틱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주문자상표부착)과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생산자개발방식) 전문 업체다. 스킨(토너), 로션/크림, 마스크팩 등을 생산한다.
이를 위한 기초화장품, 마스크팩, 모발 관리제품 등에 특화한 연구개발(R&D) 연구소도 운영 중이다. 또 국제규격 품질인증인 ISO22716과 국내 식약처 인증인 cGMP(우수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특허 보유는 물론 아토피, 탈모 등에 대한 원료 특허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임애순 대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매출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조직 내부에 다진 신뢰가 포스트 코로나 대응에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봤다. 그렇게 다진 신뢰와 단합된 힘으로 다시 도약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 코로나19 시국에 비즈니스 대면이 쉽지 않았는데, 코로나 피해는 없었나.
사람 기억이 짧은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로 긴장되고 긴박했던 순간에는 정말 위기라고 생각했다. 모두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코로나19를 잊고 지낸다.
당시에도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 그날그날 벌어지는 일에 대처를 잘하자고 똘똘 뭉쳐있었다. 매출이나 사업보다 구성원들이 위기감에 너무 휘둘리지 않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신뢰를 쌓는 시간이었다.
코로나19 시국에서 해외 관련 부분이 막혀 있어서 매출은 줄었지만, 코로나19 감염 직원 등이 나왔을 때 다른 직원들이 단합된 모습으로 현명하게 대응했다. 대표로서 직원들에게 무척 감사하고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전 세계가 코로나19 자장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는데 요즘 상황은 어떤가.
확실히 해외 출장이나 수출 관련 문의가 늘었다. 지난주에도 두바이에서 오랫동안 무역업을 하고 있는 그룹이 찾아왔었다. 조만간 MOU를 체결할 예정이고, 이번 주에는 일본으로 출장을 간다.
일본 시장 판도가 바뀌어서 한국 코스메틱 제품이 잘 나가고 있다. 이에 현지 박람회에 참여한다. 협업 모색 겸 일본 시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또 태국, 베트남 등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코로나 이후를 대응하고자 들썩들썩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동남아 등지의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 그전에는 우리나라 화장품 중에는 대기업들 제품이 주를 이뤘다면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작은 기업들의 우수한 제품을 찾는 바이어들이 많이 늘었다.
- 지난 연말 대한민국 강소기업 대상에서 ‘상생 협력 화장품 제조’ 부문 대상을 탔다. 소감 한마디와 함께 협업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강소기업협회에 가입한 동료 기업파트너들을 통해 화장품에 필요한 부자재, 원료 등을 이용하고 있다. 현재 8개 회사와 협업하고 있다.
막상 상을 받으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대개 상을 타면 수상 소감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상이라고 말하는데, 진짜 그런 심정이다.
협업이 단순하게 원가절감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코로나 등으로 매출이 줄고 이런저런 문제가 생긴 부분이 있더라. 우리만 그런 게 아니고 협업하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 옆에서 힘이 돼주는 파트너들이 있다. 우리 이익만 보려고 하지 않고 협업하는 기업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하고,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그런 과정에서 상호 신뢰가 쌓이고 협업 관계도 깊어지더라.
- 인상에 남는 수출 사례나 임팩트 스토리가 있으면 들려 달라.
일종의 해프닝이 생각난다. 코로나19로 무역이 위축된 상황에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포럼이 열렸고, 한국 화장품이 유럽에 먹힐지 시장조사를 위해 참가했다.
크로아티아는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이다. 시험적으로 직원과 함께 갔는데, 한국 화장품에 대한 니즈를 가진 업체를 만나 이야기가 잘 됐다.
비즈니스가 조금씩 무르익고 있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멈췄다. 상대가 전시 상황에서 비즈니스를 확장할 타임이 아니라고 하더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아쉬웠다.
조금씩 해외로 나가고 있었는데 올해부터 발동이 걸리고 있다. 몇 개국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보다 우리 제품을 필요로 하고 원하는 곳에 갈 준비는 갖춰진 상태다.
- K-뷰티의 현 상황과 가능성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K-뷰티가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며 예단할 수는 없지만, K-뷰티 시장은 예전부터 굉장히 치열했고 여전히 그렇다. 예전에는 큰 기업들이 수출을 많이 했지만, 코로나 영향 등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하면서 강소기업들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처음 사업을 할 때부터 국내 기업을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고 글로벌 코스메틱 시장에 먹힐 만한 경쟁력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이에 국내 기업끼리 연구개발 등 다양한 부문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 K-뷰티의 경쟁력이 아닐까 싶다.
우리 K-뷰티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트렌드에 빠르게 대처하면서 품질 경쟁력을 쌓고 있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이겨나가리라고 본다.
- 2023년 새로운 도약과 매출 신장을 위한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나? 어떤 계획들이 있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매출을 지난해보다 2배 높게 잡았다. 사실 지난해까지는 코로나로 인해 비즈니스가 위축된 상태에서 심리적으로 서로를 응원하면서 개개인이든 기업이든 살아남아야 하는 시기였다.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신뢰를 쌓았다고 보고, 올해 모토가 혁신과 도약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기업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개개인의 자기 혁신이 먼저다. 개인의 혁신과 혁신이 함께 이뤄졌을 때 기업은 도약할 수 있다.
개인 능력보다 더불어서 함께 가려는 가치관이 중요하며, 이것을 우리 회사 내부의 DNA로 삼고자 한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내실을 다진 만큼 개인과 기업 혁신이 조금씩 빛을 발할 것으로 본다.
- 기업부설 연구소를 비롯해 특허 등 R&D에 힘쓰고 있는데 R&D 기조에 대해 알려 달라.
기본적으로 연구개발에 관심이 많다. 특히 원료 개발 등이 중요하다. K-뷰티에서는 한국적인 것이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K-뷰티에서 한 맥락을 가진 발효 콘셉트에 관심이 많다. 곡물 원료를 2차 발효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는 막걸리 지게미(찌꺼기)에서 추출한 생균을 이용한 제품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활용한 청결제, 두피 제품 등을 만들고 있다. 이처럼 한국적인 원료를 활용한 부분이 많다.
또 한국 문화를 K-뷰티에 접목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제주를 콘셉트로 삼아 이를 상품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제주의 대표적인 농산물이 감귤인데, 감귤 꽃수, 감귤 피에서 추출한 항균 등과 함께 제주 꿀을 함께 섞어 발효하는 연구 등을 계속하고 있다. 지역 문화와 특산화를 활용한 제품도 글로벌 시장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새로운 비즈니스 시스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럴 때 해외 진출이나 마케팅에 필요한 덕목이나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비즈니스 문화가 달라졌다. 예전부터 사람이 곧 힘이라고 얘기하지만, 구호로 그칠 뿐 현장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지금은 확연히 달라졌고 달라져야 한다.
지금은 독일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리더십을 일컫는 ‘엄마(무티·Mutti) 리더십’이 필요하다.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정해주고 존중해줘야 한다. 조직을 운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대표가 지시하면 실행하는 예전의 ‘탑다운’ 시스템은 효력이 다했다. 상호 논의와 결정이 중요한 ‘바텀업’ 시스템을 바탕으로 개인과 기업 성과가 동떨어지지 않은 채 성취감을 느껴야 한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갑질이 더 이상 통용돼선 안 되고 윈-윈(상생)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현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이런 상황이지만, 무역 현장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분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모든 것이 위기인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 과도하게 휩쓸리거나 휘둘리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면 좋겠다.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로 가면서 자기만 살고 보자는 상황이라 쉽지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개인이나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기보다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면 좋겠다. 그게 협업이고 상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