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셀프케어 시장에서 떠오르는 트렌드는 ‘브레인 케어(Brain care)’다. 정신건강과 두뇌건강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새로운 웰니스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만큼 발전 가능성도 큰 미 브레인 케어 시장을 살펴보자.
●브레인 케어의 배경과 개념=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의 등장은 우리 사회와 일상을 단기간에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팬데믹 초기 시행된 각종 규제와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로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눈에 띄게 줄었고 재택근무와 가정 학습이 보편화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실내에 갇히다 보니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이 생기고 교류 단절로 스트레스와 외로움이 늘어나 ‘팬데믹 블루’라는 팬데믹발 우울증도 흔해졌다. 이런 상황이 자신의 몸과 마음 건강 돌보기에 집중하는 셀프케어가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팬데믹의 영향이 잦아든 포스트팬데믹 시대에도 ‘일과 삶의 균형’이나 ‘웰니스’ 같은 이슈들이 셀프케어의 일환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받았고 엔데믹 시대인 지금까지도 이런 움직임이 계속되며 브레인 케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의 멘탈 건강과 인체의 핵심 장기인 두뇌 자체의 건강 관리를 전반적으로 일컫는 브레인 케어의 개념 속에는 나이 드는 과정에서 건강한 뇌 발달을 촉진하는 모든 정신적, 물리적, 사회적 활동이 포함된다.
인체의 각종 근육이나 장기들과 마찬가지로 두뇌 역시 새로운 세포 생성이 가능하며 반복적인 사용과 훈련을 통해 신경 성능 향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근육을 키우기 위해 근력 운동을 하고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스트레칭하는 것처럼 정신적, 물리적으로 두뇌 건강을 관리한다는 것이 브레인 케어의 핵심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브레인 케어는 크게 두뇌 자체의 건강과 정신적 건강 영역으로 나뉜다.
우선 두뇌 자체의 건강, 즉 신경적 성능과 관련된 영역에서는 ‘스마트 드러그(Smart drugs)’로 알려진 ‘누트로픽스(Nootropics)’가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인지적 개선제’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누트로픽스는 쉽게 말해 두뇌를 위한 건강보조제로 이해할 수 있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매와 같은 신경학적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들이 대표적인 처방식 누트로픽스이며 크레아틴이나 카페인 같은 물질들은 비처방 누트로픽스의 대표적인 예다. 효과와 안전성에 관한 데이터가 충분치 않지만 최근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성장 중인 분야다.
한편, 브레인 케어의 정신적 건강 영역에는 두뇌 자체의 신경적 기능 측면이 아닌 정신적인 평온과 긍정적인 기운을 북돋을 수 있는 활동이나 생활습관 등이 모두 포함된다. 명상, 건강한 호흡과 수면, 일상 기록하기, 외부 자극으로부터의 분리 혹은 흔히 얘기하는 ‘멍 때리기’까지도 이 영역에 포함된다.
●주목받는 브레인 케어 제품들=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브레인 케어 제품으로는 단연 다양한 형태의 비처방 누트로픽스 제품들이 꼽히며 특히 종합 비타민 등의 건강 보조제처럼 일상에서 쉽게 섭취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뉴욕 기반의 누트로픽스 브랜드 ‘띠시스’는 제법 많이 알려진 메이커다. 에너지, 명확성, 동기, 창의성, 자신감, 논리의 6가지 포뮬러로 존재하는 띠시스의 누트로픽스는 기능성 버섯류, 비타민B 복합체의 하나인 콜린, 각종 비타민 및 식물성 강장제 등을 주원료로 삼는다.
가장 인기 있는 명확성 포뮬러는 이미 8100여 개의 긍정적인 소비자 평가를 받고 있으며 간단한 퀴즈를 통해 본인에게 가장 맞는 포뮬러를 찾아 구매할 수 있다. 띠시스와 유사한 누트로픽스 브랜드로는 ‘하이츠’, ‘빔’, ‘콸리아’, 애벤테라’ 등이 있다.
알약 형태보다 섭취하기 편하게 만든 누트로픽스 제품도 시선을 끈다. 2021년 출시된 누트로픽스 브랜드 ‘넘버에이트’는 더 캐주얼하게 먹을 수 있는 누트로픽 젤리로 시장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수면, 집중, 에너지, 안정 4가지 종류의 젤리는 각종 비타민, 멜라토닌, 카페인, 포스파티딜세린 등의 성분으로 구성되며 민트, 유자, 복숭아, 리치 등의 천연향을 첨가해 섭취 편의성도 높였다. 이 제품은 비건, 비유전자변형식품(Non-GMO), 글루텐프리 제품이기도 하다.
두뇌 건강 이외에 멘탈 헬스 분야에서도 다양한 품목과 서비스들이 입지를 다지고 있는데,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애플의 앱스토어는 명상, 숙면과 휴식 유도, 색칠하기, 일상 기록 등의 멘탈 케어용 앱들을 시리즈로 모아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작게는 마음의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는 소소한 활동에서 인지행동 치료 전문가 혹은 셀프케어 코치와의 대화를 통해 더 깊은 정신건강 이슈를 다루는 서비스까지 멘탈 케어를 위한 서비스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 기업 시사점=다소 생소한 영역이긴 하지만 팬데믹 이후 지금까지 시장의 탄력을 감안하면 브레인 케어 분야의 전망은 매우 밝다. 미국 언론매체 포브스도 브레인 케어, 특히 누트로픽스에 관해 다루면서 “이 시장은 2026년까지 53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현재는 주로 건강보조제 형태의 섭취용 제품이나 가벼운 활동을 보조하는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고 있지만 더 넓고 새롭게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커 파생 시장이 매우 다양할 전망이며 관련 기업들의 기회 모색 노력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누트로픽스처럼 식이보조제 형태로 섭취하는 제품의 경우 관련 규제에 유의해야 한다.
미 로스앤젤레스 컨설팅 업계에 종사하는 C 매니저는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누트로픽스는 여타 건강보조제처럼 일반 식품 수입 및 판매 시와 동일하게 미 식약청(FDA)의 규제를 받는다”며 “제품 라벨이나 마케팅 내용에 특정 질병이나 질환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조금이라도 포함되면 ‘약물’(Drug)로 분류돼 더욱 까다로운 규제가 적용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