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만 이미 4000여 곳… 글로벌 SW기업 변신 중
조풍연 메타빌드 대표는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선진화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한국SW·ICT총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조 대표는 1998년 우리나라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갖춘 SW개발사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메타빌드를 세웠다.
막상 창업했지만 환경은 만만치 않았다. 통합발주 등 불합리한 제도로 지속 성장이 힘들었다. 어렵게 사업에 참여해도 SW에 대해 ‘제값’을 받을 방도가 없었다. 결국 그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제도 개선에 앞장섰다. 그래서 2006년 ‘GS(Good Software) 인증사협의회’를 만들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2017년에는 상용SW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두 차례 회장을 맡으며 ▷상용SW 분리발주 채택 ▷조달청 나라장터에 소프트웨어 추가 ▷GS인증 우선구매제도 도입 ▷벤치마킹테스트(BMT) 제도 도입을 이끌어냈다. 조 대표가 이런 작업을 펼친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정부 사업에 참여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스템통합(SI)업체 네트워크가 없으면 제품을 판매할 수가 없는 구조였습니다. 제품을 팔려면 가격을 터무니없게 낮춰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러면 회사를 키울 수 없었습니다.”
조 대표는 “당시에는 수차례 사업을 접으려고 고민했다”며 “아마 SW업체 사장이라면 모두 똑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시대 XML 시장 개화 내다보고 ‘창업’ = 조 대표는 큰 꿈을 안고 창업했다. 13년 동안 대기업을 다녔던 그는 중소기업에서 약 1년간 데이터 구조를 정의하고 규칙을 제공하는 XML 기술을 연구했다. 인터넷 시장이 성숙하면 XML 기술이 분명히 뜰 것으로 확신했다.
“제가 사업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말렸습니다. 대기업 전산실에서 회사 홈페이지를 만들고 전사적자원관리(ERP)도 자체 개발해,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SW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에도 국내에는 외국과 달리 눈에 띄는 SW업체가 없었습니다.”
창업보육센터에서 1인 기업으로 시작한 그는 외부 홈페이지·지식관리시스템(KMS) 등 프로젝트 구축을 대행하면서 XML 기술 시장이 열리길 기다렸다.
기회는 사업 4년차인 2002년에 찾아왔다. 정부 전자민원사업(G4C)에 XML 프로젝트가 마침내 포함된 것. 국내에 관련 기업이 상장사 한곳과 메타빌드 두 곳밖에 없었다.
다행히 상장사가 프로젝트 참여를 위임해, 메타빌드가 ‘XML 저장기 및 XML편집기’를 공급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XML데이터와 비(非)XML데이터를 호환시켜주는 맵퍼(Mapper)를 개발해 전국 239곳 지방자치단체에 구축했다. 확장 버전인 EAI(Enterprise Service Bus) 연계 미들웨어도 내놨다.
일련의 프로젝트로 시장에서 지명도를 얻으면서 메타빌드는 회사를 키울 수 있었다. XML사업 기반으로 EAI 제품을 16개 지자체에 공급했고, 신기술 후속 버전인 MESIM ESB, APIG, mHUB, IoT 등 연계미들웨어를 연달아 내놓았다.
현재 연계미들웨어는 디지털플랫폼사업이나 디지털전환·혁신사업에 핵심인 필수 기반 SW로 도입됐다.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으로 목적지까지 손실 없이 완벽하게 전달하는 기술로 금융·공공·제조·유통 등 국내외 4000여 고객사가 사용 중이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다.
AI플랫폼 사업도 뛰어들었다. ‘AI플랫폼(MAI AUTO)’과 ‘데이터허브(DataHUB)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데이터기반의 다양한 학습모델과 사전에 훈련된 자연어처리 학습모델을 바탕으로 데이터 카탈로그 검색 기능을 제공한다. 데이터 예측분석부터 이상탐지·부정탐지·상담 등 AI서비스 모델의 전체 공정을 쉽게 개발하고, 분석·관리하는 자동 AI플랫폼이다.
‘디지털 휴먼 서비스 플랫폼(R2MIX)’을 미디어 크리에이터에게 제공하는 신사업도 추진 중이다. 디지털휴먼으로 라이브 방송, 화상회의, 쇼핑, 원격강의 등을 할 수 있다.
디지털트윈 교통·자율주행·시티플랫폼도 메타빌드의 성공 사업이다. 국내·외 2000여 도로구간에 공급했다. 여기에 투입되는 ‘교통 돌발상황 레이더검지시스템’은 메타빌드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도로상황 정보를 관리자가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사고 등 이벤트가 발생시 카메라와 연동하여 장애물 위치를 자동 추적해 포커싱하는 디지털트윈 기반 통합관리 운영SW다.
●내년 상장 앞두고 글로벌 시장 진출 박차 = 설립 25년차인 메타빌드는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글로벌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조 대표는 이미 창업 당시부터 글로벌기업을 꿈꿔왔다. 설립 4년차인 2002년에는 미국 시장을 노크하기도 했다.
“XML 기술로 미국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현지 판로, SW 유통 문화, 마케팅 방법도 몰랐습니다. 의욕이 앞섰던 것이죠. 덕분에 미국은 완벽한 제품시장이며 철저히 준비하고 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메타빌드는 이후에도 해외 시장을 꾸준히 공략해 왔다. 2012년부터 전 세계를 순회하며 열리는 ‘지능형교통체계(ITS) 세계대회’에도 매년 참가했다. 중국과 태국 그리고 유럽·아랍 지역에 교통시스템과 미들웨어를 직간접으로 수출했다. 올 초에는 세계 대표 ICT 행사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쇼(CES)’에도 단독 부스로 나갔다.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올해에만 ‘SW고성장기업’ ‘산재 의료배달 마이데이터 오퍼레이터 실증사업자’로 선정됐다. 수출바우처 사업, 수출지사화 사업을 통해 기존 시장 이외에도 미국·인도·인도네시아 등 신시장 개척에 나선다.
그는 2002년부터 매일 새벽 2~3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참선한다. ‘사업으로 맺힌 마음을 맑게 유지하고 비울 수 있는 좋은 루틴(생활패턴)’이라고 소개했다. 조 대표는 “비즈니스는 얽히고설키고 복잡하다. 참선을 통해 내면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고요해지고 맑아짐을 느낀다”며 ‘참선의 매력’을 강조했다.
조 대표는 회사명과 관련 일화도 소개했다. 페이스북이 ‘메타(META)’로 사명을 바꾸자, 메타빌드 사명을 알아본다는 것. 메타빌드는 ‘초월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조 대표는 “한계를 뛰어넘는 그런 기업을 만들어보자는 뜻으로 사명을 지었다”며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디지털 분야의 초월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