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발표된 유엔 경제사회부(DESA)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14억2575만 명의 인구를 보유해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됐습니다. 중국 인구는 2021년 이후 감소하는 반면 인도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며 2024년에는 15억 명, 2064년에는 17억 명에 각각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인도의 평균 연령은 28세이며 25세 미만의 젊은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해 중국(39세)과 미국(38세)에 비해 훨씬 젊습니다. 유엔은 “올해 인도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7%에 불과하지만 중국은 14%, 미국은 18%에 달한다”며 “특히 인도는 2063년에도 65세 이상 비중이 20% 미만 그리고 2100년에도 30% 미만으로 유지될 전망”이라며 상대적으로 젊은 국가임을 강조했습니다.
인도는 출산율은 감소세이지만 생산가능인구는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2019년 실시된 국가가구조사(NFHS)에 따르면 인도의 출산율은 2.0명입니다. 인구를 현상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 수준을 가리키는 인구대체수준이 2.1명인데 이보다 낮습니다.
인도의 출산율은 중국(1.2명)이나 미국(1.6명)보다는 높지만 과거의 3.4명(1992년)이나 5.9명(1950년)에 비하면 상당히 줄었습니다. 교육수준 증가, 여성 경제활동 증가, 출산 관련 정책에 따라 출산율이 감소했으며 중장기적으로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부설기관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보고서에서 “인도는 불완전한 고용형태가 감소하고 교육수준이 향상돼 노동시장에서의 인력 공급은 충분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한 출산율 감소에도 인구는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생산가능인구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1%씩 늘어나는 등 2050년까지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됩니다.
이는 곧 인도가 출산율 감소에도 20년 이상 인구배당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에 따라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는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에 비해 노동력 공급에서 우위를 점할 확률이 높고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중시할 가능성이 큽니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인구배당효과 활용해 고속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유엔 인구기금(FPA)에 따르면 인구배당효과란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부양률이 감소해 경제 성장이 촉진되는 효과를 말합니다.
1차 효과는 농촌경제가 도시경제로 전환되면서 출산율이 낮아져 상대적으로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높아지고 부양률은 낮아져 저축률 및 경제성장률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2차 효과는 기대수명 연장으로 노년층의 경제활동이 확대되면서 성장이 촉진되는 것입니다. 노년층의 노동 참가는 인적자본의 증가로 이어질 뿐 아니라 이들의 소비여력을 증가시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우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인구 통계의 변화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인도는 출산율 감소와 생산가능인구 증가가 함께 관찰되고 있어 인구배당효과를 누릴 전망이며 인도 언론에 따르면 2041년 20~59세 인구가 59%에 달해 인구배당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인도는 지난 수십년간 소득이 늘어나고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있지만 2020~21년 코로나19로 일자리가 감소하고 산업 전반이 위축됐기 때문에 제조업 활성화와 실업률 감소를 위한 노력을 범국가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2021년 11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제헌절 행사에서 ‘모두와 함께, 모두를 위한 개발, 모두의 신뢰’라는 슬로건을 주창하며 재도약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인도 정부는 증가하는 젊은 인구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가처분소득 증가를 통한 고속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제조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2020년 9월에는 복잡한 노동법을 단순화하기 위한 노동법 개정안이 의회에서 통과돼 44개 중앙 노동법과 100개 이상의 주 노동법이 4개로 통폐합됐습니다. 노동법 통합으로 노동시장이 좀 더 유연해질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입니다.
다만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인도의 노동참여율(LFPR)은 올해 기준 49.6%로 미국(62%)이나 중국(66.2%), 영국(62.6%)에 비해 다소 낮습니다. 생산가능인구에 비해 경제활동 참여율이 낮다는 것은 인구학적 배당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모디 정부 출범 이후 정책의 우선순위를 서비스업에서 제조업으로 전환했고 전 세계 제조기업이 이에 맞춰 인도에 진출하고 있지만 올해 4월 기준 인도의 실업률은 8.1%로 다소 높은 편입니다. 이는 저임금 노동력이 풍부하다고도 해석할 수 있지만 기업들은 숙련 노동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입니다.
독일 도이치뱅크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이며 향후 10년간 9700만 명의 노동인구가 추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평균 연령은 28.4세이지만 2030년에는 31.7세까지 상승하는 등 향후 10년간 세계 단일 국가 중 가장 큰 폭의 생산가능인구 증가세를 보일 전망입니다.
현재 인도의 중산층은 3억7100만 명으로 추산되며 경제 발전에 따라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 지속적으로 구매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인도의 대규모 생산가능인구가 세계 곳곳에 인력을 공급할 것으로도 전망되고 있습니다. 인도 인재들이 컴퓨터공학이나 소프트웨어(SW) 분야에 몰리고 있으며 양질의 SW 엔지니어가 육성돼 전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인도 국민들의 삶의 질 측면에서도 단순한 인구 증가보다는 국가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대를 통한 1인당 소득 증가가 중요합니다. 개인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고 중산층이 확대된다면 탄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더 큰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인도 정부는 외국 제조기업의 투자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으며 ‘스킬 인디아(Skill India)’를 통한 숙련인력 양성과 ‘스타트업 인디아(Startup India)’ 정책을 통해 창업에 힘쓰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기업이 인도에 진출할 때도 풍부한 노동력뿐만 아니라 지역과 산업별 특성, 노동 문화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실제로 인도에는 아직도 대규모 제조업 클러스터가 갖추어지지 않았고 하드웨어(HW) 엔지니어의 기술과 경험이 부족해 숙련 인력의 양성이 필요합니다.
또한 최근 자본 및 기술 집약적 산업의 발전에 따라 무인화, 자동화가 강화돼 HW 분야에서 대규모 일자리 창출 능력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SW 개발자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인도 인재들이 컴퓨터공학이나 SW 부문에 몰리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소식을 전한 KOTRA 뉴델리 무역관은 “인도가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우리 기업이 인도에 진출할 때는 현지 노동법을 준수하면서 풍부한 인적자원을 활용하되 기술교육을 통해 숙련된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