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 CCTV AI 영상음성 분석… 글로벌 진출
‘전 세계 12억대 CCTV가 우리 잠재 고객’
2010년 설립된 아이브스는 준비된 인공지능(AI)기업이다. 수많은 영상 및 음성 ‘굿 데이터(Good Data·무오류 데이터)’를 확보한 이 회사는 AI 영상 및 음성 분석 기술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마쳤다.
2020년 일본 시장 진출에 성공한 아이브스는 현지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로 영토를 확대하고 있다.
아이브스는 AI시대 도래를 가장 기다렸던 회사다. 2010년 설립 후 지속적으로 AI의 핵심인 데이터를 수집해왔다. 단순 데이터가 아닌 ‘오류 없는 데이터’들이다. 그동안 쌓은 데이터는 1000만 개가 넘는데, AI 머신러닝에 활용하는 굿 데이터가 영상 200만 개, 음성 160만 개에 달한다.
배영훈 아이브스 대표는 창업 당시를 잊을 수 없다. 국내 중견 셋톱박스 기업 K사의 대표를 역임하던 배 대표에게 발명가가 찾아온 것. 그리고 제안한 아이디어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영상음성 AI 분석 기술이다.
배 대표는 “처음 들었을 때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었다. 앞으로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 비즈니스가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회사에서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주주들이 반대했다. 하드웨어 회사가 어떻게 소프트웨어에 뛰어드느냐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 AI 시대 대비한 과감한 데이터 투자 = 배 대표는 이듬해인 2010년 과감히 뛰쳐나와 아이브스를 창업했다. 하지만 기술 수준은 기대보다 떨어졌다. 정확도가 30~40%에 불과했던 것.
당시 AI 영상분석에 사용된 방식은 규정에 맞춰 찾는 일명 ‘룰(규칙) 베이스 알고리즘’이었다. 현재의 AI 알고리즘이 다양한 사진을 인식해 공통점을 기반으로 판별하는 것과 달리 룰 베이스 알고리즘은 정확히 매칭되는 것만을 찾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사람 형체의 경우 머리 부분 크기가 8분의 1이면 사람으로 인식하는데 이게 이미지가 작거나 또는 장애물이 겹치면 8분의 1인지 명확히 확인이 안 돼 분간을 못 한다.
낙담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배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데이터가 계속 모이면 정확도는 올라갈 것으로 봤다. 이때부터 실적을 고려하지 않고 과감히 투자했다.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면 완성도는 올라갈 것으로 봤습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데이터 확보를 위해 CCTV를 설치하고 데이터 값을 적시하는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꾸준히 펼쳤습니다.”
그러던 중 2018년 마침내 기회가 왔다. AI기술에 일대 변화가 찾아온 것. 빅데이터를 활용한 머신러닝에 특화한 알고리즘이 적용된 오픈 AI플랫폼이 나왔다.
이미 50만 개의 굿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던 아이브스는 단박에 영상분석 솔루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그리고 1년여 만인 2019년 완성도를 90% 이상으로 끌어올린 솔루션 ‘IVS 1000’을 내놓았다. 꾸준히 데이터를 모아온 결과다.
경쟁력은 확연히 달랐다. AI가 주목을 받으면서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었지만 기술력에서 차이를 보였다.
배 대표는 “2018년 오픈 AI 플랫폼이 뜨면서 많은 회사들이 사업을 시작했고 1~2년 후 솔루션들이 여럿 나왔지만 기술력에서는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며 “우리가 200만 개의 데이터가 있다면 경쟁사는 몇 십만 개 수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가 2010년 이후 꾸준히 설치한 CCTV가 이미 전국 4000곳에 달한다. 경쟁사들은 자연스러운 CCTV 영상이 아닌, 급히 준비하기 위한 인위적인 데이터를 만들었지만 이는 퀼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브스는 현재 국내 굴지의 정부기관 관제는 물론 비무장지대(DMZ)에도 솔루션을 공급 중이다.
● 새벽기도 후 떠오른 ‘CCTV 음성 인식’ = 아이브스 기술의 우수성은 영상과 함께 음성인식에 있다. 시작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사람은 눈과 귀로 위험을 인지하는데, CCTV는 눈만 있고 귀가 없잖아요. 그때부터 CCTV에 청각 기능을 넣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개발한 기술이 ‘AI 음원 분석 알고리즘’이다. 충북 진천군이 시범사업이 동참해주면서 데이터는 빠르게 쌓였고, 기술력은 높아졌다.
배 대표는 서울 성수동 아이브스 연구소에서 음성 분석 기술력을 소개했다. CCTV에서 3m가량 떨어진 곳에서 ‘악~’하고 짧은 비명을 지르자, CCTV가 바로 배 대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CCTV는 비명 소리는 물론 차량 충돌, 유리창 파손, 싸우는 소리 등을 인식한다.
기존 관제의 한계를 극복한 기술이다. 이전에는 관제실 담당자가 수십 개의 모니터를 동시에 지켜봐야 했다. CCTV들은 일정 간격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사고 등 이벤트를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 너무 많은 모니터를 봐야 하기 때문에 이벤트를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반면 아이브스 음성 인식 기능은 차량 사고 등 이벤트가 발생하면 바로 ‘경고(Alert)’한다. 회사의 AI 음원 분석기술은 현재 80여 곳의 지자체가 활용 중이다. 범죄 발생이 많은 여성 공중화장실 등 3000여 개소에 설치되어 있다.
아이브스는 내년에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기술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배 대표는 “영상과 음원을 완벽한 융복합한 AI기업 가운데 우리 수준의 기업은 없다”고 강조했다.
● 2030년까지 10개국 진출 목표 = 회사는 이런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로 영역을 넓힌다. 이미 일본 NTT도코모에 4개의 AI 알고리즘을 수출했다. 일본 굴지의 AI 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사업권을 땄다. 하지만 현지 사업을 펼치는 과정에서 한계도 확인했다.
“일본에서 우리 기술이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지 데이터가 필요한데 지금 국가 간 데이터 이동이 불가능합니다. 기모노 입은 사람, 한국에 수입되지 않은 일본 자동차 등을 완벽하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일본 데이터들이 필요합니다. 결국, 우리가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회사는 글로벌 사업을 위해 기존 서버 기반 비즈니스에서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으로 영역을 넓힌다. CCTV 시장이 점점 민간으로 확대되면서 서버를 둘 수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브스에 따르면 국내 공공 CCTV가 150만 대인 반면 민간 CCTV는 1450만 대에 달한다. 민간 CCTV 상당수는 별도의 서버가 없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현지 통신사 등과 손잡고 클라우드 기반의 관제(모니터링) 사업을 할 계획이다.
배 대표는 “아직 공개는 힘들지만, 현재 동남아 소재 통신사와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해외 10개국에 지사를 세우고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의 AI 영상음원 관제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고 계획을 소개했다.
개인 좌우명으로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해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로새서 3장 23절)와 ‘선을 행하고, 선한 사업을 많이 하고 나누어 주기를 좋아하고 너그러운 자가 되게 하라’(디모데전서 6장 18절) 두 개의 성경 구절을 꼽은 배 대표는 “인류에 유익한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또 이익의 사회 환원을 통해 인류의 번영과 행복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