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은 최근 펴낸 ‘캄보디아 경제 업데이트’ 보고서에서 캄보디아의 실질성장률이 2021년의 3%에서 작년에는 5.2%로 상승하는 등 경제 회복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캄보디아는 2021년 말 위드코로나 전환 및 사회·경제 활동 재개 이후 경제 회복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팬데믹 이전의 성장궤도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에는 수출 중심의 제조업 성과를 바탕으로, 이후에는 억눌렸던 소비자 수요 및 외국인 관광객 회복에 따른 여행·관광·접객 등 서비스업의 강력한 반등으로 경제 회복세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유가 및 식료품 가격 안정으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서 국내 소비도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은 올해 캄보디아 경제가 5.5% 성장하고 2024년과 2025년에는 6%대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세계경제 침체로 외부 수요가 약화되면서 캄보디아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 캐나다 등지로의 수출이 감소하는 등 부정적인 신호도 잡히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습니다. 특히 미국 수출은 16.2% 줄었고 독일, 벨기에 등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영국으로의 수출도 급감했습니다.
품목별로는 주력 수출상품인 봉제품이 크게 위축됐습니다. 1~4월 중 편물의류 수출은 28.5% 감소했고 여행용품 및 신발도 각각 –23.3%와 –23.4%를 기록했습니다. 캄보디아 섬유·의류·신발·여행용품협회(TAFTAC)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경제 불확실성, 러-우 사태 등으로 봉제품 수출이 작년 8월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전기기기 및 부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4% 이상 급증했고 곡물·과일·채소 등 농산물 수출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캄보디아 수출의 주력인 봉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완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캄보디아 전체 수출 중 의류의 비중은 2019년 54.4%에서 매년 감소해 작년에는 45.2%를 기록했습니다.
캄보디아는 작년부터 내·외국인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고 투자 부문도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지난 10년간 빠르게 성장했으며 코로나19 이후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전년 대비 내국인 및 외국인 직접투자가 70~80% 이상 줄었지만 2022년에는 전년 대비 각각 95.5%와 81.4%가 증가했습니다.
물론 지난해 내·외국인 총 투자 규모는 2019년에 비하면 여전히 60% 감소한 수치지만 작년부터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2022년의 부문별 투자 승인 현황에 따르면 전통적인 봉제업 외에 농산업, 에너지, 비봉제 제조업 등 봉제 이외 분야로 투자가 다각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캄보디아 개발위원회가 승인한 투자 프로젝트 총액 32억2959만 달러 가운데 내국인 투자가 20억7899만 달러로 64.4%, 외국인 투자는 11억5060만 달러로 35.6%를 각각 차지했습니다. 외국인 투자 중에서는 중국이 28.3%로 가장 많았고 홍콩, 대만, 일본, 한국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올해 1분기 승인된 투자 프로젝트는 27건이며 투자 규모는 1억9256만 달러입니다. 이 중 내국인이 5.4%의 비중을 차지했고 외국인은 중국(52.5%), 대만(34.6%), 홍콩(4.6%), 한국(2.9%) 순이었습니다. 1분기 중 승인된 투자 프로젝트는 대부분 의류 및 신발 등 제조업 부문입니다.
캄보디아 내수를 견인하는 건설 및 부동산 투자는 느리게 회복 중입니다. 캄보디아 국토관리도시계획건설부는 지난해 총 4275건의 건설 투자 프로젝트를 승인했으며 금액은 29억6800만 달러였습니다. 전년 대비 건수는 0.65% 감소했고 금액은 46.8% 줄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1~2월 승인된 건설 프로젝트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한 8억200만 달러였고 이 중 시하누크빌에서 승인된 프로젝트가 1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시하누크빌은 팬데믹 이전 중국 투자 유입으로 건설 부문이 호조였지만 코로나19 이후 중국발 투자가 중단되면서 작년에는 건설 투자가 전무했을 정도로 심각한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캄보디아 경제는 이처럼 건설 및 부동산 부문에 대한 투자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지정학적 갈등이나 금리 상승, 유동성 긴축, 공급 과잉 등의 문제로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상공회의소 부회장 겸 나이트프랭크 캄보디아 지사장인 로스 훼블은 최근 프놈펜에서 개최된 건설 및 부동산 포럼에서 “캄보디아가 직면하고 있는 대내외 위기로 올해 초 캄보디아 부동산 부문이 부진하게 출발했으며 다가오는 7월 총선을 앞두고도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총선 전에 캄보디아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통상적이며 선거가 끝난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회복돼 2024년에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캄보디아는 외국인 관광객 재유입으로 관광 및 서비스 부문도 빠르게 회복 중입니다. 2019년 캄보디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역대 최고인 661만 명을 기록했으며 이를 통해 약 49억2000만 달러의 수입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관광 부문이 큰 타격을 입어 2021년 외국인 관광객은 2019년 대비 97% 감소한 169495명에 그쳤고 관련 수익도 96.2% 감소한 2억3000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작년에는 코로나19 상황 완화로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1059% 증가한 약 228만 명, 내국인 관광객은 199% 증가한 1393만 명을 각각 기록했고 올해 들어서는 관광 부문 회복세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올해 1분기 캄보디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709.5% 증가한 129만 명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팬데믹 이전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2022년 한 해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를 1분기 중 달성한 것은 관광업 회복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의 주요 시장인 중국의 재개방으로 중국인 관광객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요 국가 및 도시와 캄보디아를 연결하는 국제 항공편도 늘고 있어 올해 캄보디아 관광 부문은 더욱 빠르게 회복될 전망입니다.
농업 부문은 소폭 성장하고 수출도 양호할 전망입니다. 2022년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에서 1차산업의 비중은 22%로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고용의 3분의 1 이상을 제공하는 주요 성장 동력입니다. 2022년 농림수산업 GDP는 전년 대비 1%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며 농산물 수출도 7.8%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캄보디아는 74개 시장에 약 860만 톤의 농산물을 수출했으며 금액은 50억 달러에 달합니다.
캄보디아산 쌀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세이프가드가 지난해 11월 종료되면서 EU에 대한 쌀 수출이 개선됐으며 중국 재개방으로 신선 바나나, 망고 등의 수출도 회복되고 있습니다. 캄-중국 자유무역협정(FTA) 등 다수의 FTA과 다양한 농업 관련 정책에 힘입어 수출 농산물 품목이 더욱 다양해지고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체적으로 올해 캄보디아 경제는 5.5~6%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는 세계은행 5.5%, 국제통화기금(IMF) 5.8%, 캄보디아국립은행 6.0% 등입니다. 관광 수입 및 송금 등 서비스 수출의 회복세에 힘입어 경상수지 적자가 개선되고 외국인 투자 및 양허성 자금 조달 등을 통해 외부 자금 조달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소식을 전한 KOTRA 프놈펜 무역관은 “최근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캄-중 FTA, 한-캄 FTA 등 양자 및 다자간 FTA, 고속도로·공항·항만 등 주요 인프라 투자 확대, 캄보디아 정부의 개혁 노력 등으로 상품과 서비스 수출이 개선되고 외국인 투자 유입도 활성화돼 중기적으로는 6%대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상승, 금융여건 악화, 러-우 사태 지속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올해 세계경제가 급격하게 둔화되고 외부 수요 역시 약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데 수요 둔화가 장기화할 경우 외부 충격에 취약하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캄보디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