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도 교역의 핵심 인프라, FTA

kimswed 2023.07.02 05:38 조회 수 : 43

●인도의 3대 FTA, 한-인도 CEPA 발효 13년 역사 =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가 발효 13년을 지나가고 있다. 
 
최초 발효된 2010년 양국 간 교역액은 171억 달러(한국의 대인도 수출 114억 달러, 대인도 수입 57억 달러)였던 것이 2022년 276억 달러(대인도 수출 187억 달러, 대인도 수입 89억 달러)로 1.6배 증가했다. 2022년 인도는 우리나라의 7대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다음은 그동안 한인도 CEPA를 활용한 우리 기업의 카테고리별 사례다.
 
#1. 관세혜택(유리섬유 커버, HS 7019.69) : A사는 한국에 본사를 두고 선박 및 산업용 장비용 흡음·단열 소재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제조하는 기업이다. 2017년부터 한-인도 CEPA의 0% 관세 혜택을 받아, 중국 등 주요 경쟁국이 지불하는 기본관세 10%의 가격 혜택(경쟁력 향상)을 보고 있다. KOTRA 뉴델리무역관 FTA 지원센터와의 긴밀한 상담과 자체 노력을 통해 2022년 12만 달러 수출을 처음으로 성사시킨 바 있다.
 
#2. 인증협력(메이크업 제품류, HS 3304.99) : 화장품 제조기업 B사는 14억 인구와 급증하고 있는 중산층 수요를 겨냥, 인도로 기초화장품 수출을 모색해 왔다. 관세청과 KOTRA를 통해 추천받은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수출의 전제조건인 인도 식약처(CDSCO) 제품 안정성 등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절차가 끝나면 인도의 화장품 기본관세 20% 이상의 가격경쟁력을 배경으로 뭄바이, 뉴델리 등 인도 내 주요 시장에서 에이전트를 확대해 갈 예정이다.
 
#3. 비관세 장벽완화(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HS코드 3903.3000) : 인도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주요 화학, 철강기업은 인도의 비관세 장벽 확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도표준국(BIS : Bureau of Indian Standard)이 인증에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이 드는 BIS 인증품목을 지속,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BIS 인증의 경우 담당 공무원의 한국 생산공장 방문, 검인 절차가 필수적이다. 신규로 지정되는 품목의 경우 관련 다국적 기업 간 BIS 공무원들을 한시라도 빨리 자기 공장에 유치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심하다. 주인도 한국대사관 및 우리 정부는 강화되고 있는 인도의 BIS 규제 확대에 대해 한-인도 CEPA 기본정신에 입각해 자제해 줄 것을 지속 요청하고 있다.
 
매년 1500억 달러가 넘는 만성적인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는 수입 억제를 위해 고관세 및 여러 비관세 장벽을 운용, 신설하고 있는데, 한-인도 CEPA는 이러한 인도의 교역장벽을 뚫는 가장 강력한 제도적 툴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 5월 인도 뭄바이의 의류 도매시장에서 한 판매원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뭄바이=AP/뉴시스)
●인도, 발효 중인 10개 FTA 모두 CEPA란 명칭을 고집 = 한-인도 CEPA를 포함, 인도가 당사국으로 하는 발효 중인 FTA는 10개인데, 특이하게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자유무역협정(FTA) 대신 CEPA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수입에 대한 인도 일반 대중 및 정치권의 우려를 고려해서 선택한 용어다. 영국 식민지배 시의 뼈아픈 수탈 경험과 1947년 이후 50여 년 이어져 온 사회주의 정책의 여파로 수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인도 일반 대중에게 아직도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목도한 인도 엘리트들의 최우선 목표는 외환보유고의 확대다. 이런 요인이 복합돼 CEPA란 복잡하고 아리송한 단어를 선택한 것이다.
 
한-인도 CEPA는 인도-일본 FTA, 인도-ASEAN FTA와 함께 인도가 운용 중인 3대 FTA 중의 하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적인 FTA 체결 열풍과 발전모델로 서구모델보다는 동아시아 모델을 좇자는 인도 정부의 동방정책(Look East Policy)가 맞물린 결과로 인도는 2008~2012년 아세안, 우리나라, 일본과 FTA를 잇달아 체결했다.
 
그러나 일본을 제외하면 지난 15년 성과는 인도정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과의 무역적자는 연 100억 달러 가까이 급증했고, 인도–ASEAN FTA는 양 지역간 경쟁적 산업구조로 인해 보완보다는 대체효과가 더 컸다. 인도의 대외교역 구조에서 가장 큰 현안은 연 800억 달러에 달하는 대중국 무역적자 축소다. 인도 세관당국은 인도-ASEAN FTA 루트를 통한 중국산 제품의 대인도 우회수출을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고, 아세안에 진출한 기업의 대인도 수출 등에서 우리 기업도 같이 피해를 보고 있다.
 
세계 최대의 메가 FTA인 RCEP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도 마지막 순간 인도가 발을 뺀 이유도 범람하고 있는 인도 내 중국산 홍수에 더해 RCEP이 이러한 추세를 더욱 악화시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FTA 활용 사례에서 보듯이 철강, 화학, 전자제품에 대한 인도표준국(BIS) 인증품목이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 FTA 원산지증명서 외에 2020년 9월부터 CAROTA Form 1을 별도로 중복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당초 기대했던 FTA 효과가 부진한 것과 중국산에 대한 인도 정부의 불만과 피해의식이 복합되어서 나타난 결과다.
 
●한-인도 CEPA, 양국 경제협력 핵심 프레임 기대 = 우리나라 최초의 FTA인 한-칠레 FTA가 발표된 2004년 전체 교역액 중 FTA를 활용한 비중은 0.6%에 불과했다. 2000년대 초반 FTA 후진국이었던 한국은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아세안, 인도, EU, 미국, 호주, 중국 그리고 지난 4월 발효된 RCEP까지 FTA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21개 협정을 통해 전 세계 59개국과 FTA를 발효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전체 교역액 중 FTA를 통한 교역은 전체의 78%까지 급증했다. 전 세계 주요국 중 FTA 활용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FTA는 우리나라가 대외교역과 관련해서 구축해 놓은 가장 강력한 인프라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 투자 진출한 우리 기업 수도 급속히 증가추세다. 아세안 진출 우리 기업의 대인도 수출 시 인도-ASEAN FTA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한-인도 CEPA도 여러 복잡하고, 다기한 인도의 각종 관세, 비관세장벽을 뚫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인프라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인도 FTA 활용률은 올 1분기 기준 수출이 83.7%, 수입은 75.7%에 달한다. 
 
국제적으로 일반적인 전자제품, 부품에 대한 무관세, 저관세 관행을 고려하면, 이러한 수치는 우리나라의 대인도 수출입에 있어 한-인도 CEPA가 대부분의 경우에 활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도경제가 개방되기 직전 연도인 1990년 인도의 실효수입세율 57%로 이후 지속 감소 추세로 2022년 6.2%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전자, 전기제품을 제외한 인도의 기본관세 대부분은 20~40%대인데 반해, 한-인도 FTA 적용품목 대부분은 무관세 또는 저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의 비관세장벽은 지속 증가추세다. 
 
반면 인도와 중국, 인도와 미국, 인도와 EU 간에는 FTA가 아직 없다. 인도의 RCEP 철수 사례에서 보듯이 인도가 중국과 FTA를 체결할 일은 향후에도 없고 EU, 미국과는 샅바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G2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시장에서 미국, EU, 중국산 대비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은 한-인도 FTA가 가져다주는 여러 가격, 비가격 측면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리는 장치다.
 
가격 외에도 FTA 당사국이란 플랫폼이 가져다주는 우리나라-인도 정부 간, 관세당국 간 교류와 협력의 이력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인도시장 내 인증, 검역 등에 대한 우리의 접근을 한결 우호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적 툴로 작용하고 있다.
 
확대되고 있는 대한국 무역적자에 대해 인도 정부당국이 가지고 있는 불만은 커지고 있고, 우리 정부도 한-인도 CEPA의 건설적 발전에 대해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6월 인도 모디 총리의 미국 국빈방문 시 미국 조야의 극진한 환대에서 보듯이 ‘China Plus One’의 ‘Special One’인 인도에 대한 전 세계적 구애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올해는 한-인도 수교 50주년에 해당하는 해다. 교역을 넘어, 산업, 국방, 문화협력 프로그램 강화를 위한 양국 간 논의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한-인도 CEPA가 상호보완적인 발전을 통해 양국 간 교역, 투자, 산업협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고, 우리 경제에 제2의 중국시장을 가져다주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FTA 활용사례는 KOTRA 뉴델리무역관(윤소연 관세사) 자료를 활용함
 
▲김문영은 1998~2002년, 2018~2021년 인도에서만 8년 동안 근무한 인도 전문가다. KOTRA 서남아지역본부장을 지냈으며 현재 우송대학교 SolBridge 국제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3,000년 카르마가 낳은 인도상인 이야기(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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