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활용 성공 사례 전자부품·소재

kimswed 2023.07.11 06:31 조회 수 : 3843

부품·소재 ‘신뢰’와 ‘FTA’ 결합해 수출 급증
 
 
경기도 수원시에 소재한 B사는 지난 2006년 11월 설립 이후 전자부품 개발·생산·판매를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주요 생산 품목은 Foam, EMI, Thermal 등에 대한 솔루션이다.
 
전자제품은 크기나 종류와 관계없이 모두 전자파, 발열, 충격과 관련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개별적으로 잘 작동되던 부품에 다른 부품을 연결했을 때 전자파 간 간섭이 일어나면 오작동 등의 문제가 생기고, 열이 많이 발생하면 제품이 순간적으로 작동이 중단되거나 수명이 단축된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작은 충격을 버티지 못하면 제품이 파손돼 못 쓰게 된다.
 
특히 완제품 프로세서의 고도화가 가속되고 있는 최근에는 그에 맞춰 민감한 부품과 소재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업체 간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B사다. 국내에서는 소규모 중소기업으로 분류되고,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자업계에서는 B사가 세계 유수의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 소재·부품 기업 가운데 하나라고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는 미국의 검색엔진으로 유명한 G사와 컴퓨터 운영체제(OS)로 유명한 M사, 태블릿-핸드폰 등으로 유명한 A사, 미국 항공우주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S사 등 대기업에 1차 벤더로 등록돼 있으며, 이들 고객사와 직접 소통하면서 고객사 각 제품에 특화된 차폐, 방열, 충격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해당 솔루션에 관련된 제품도 함께 공급하고 있다.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제공】
생존을 위한 마지막 차별화, FTA 활용 
 
특히, B사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회사가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된 배경은 FTA에 있다. B사를 비롯해 국내 부품·소재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시장의 특수한 구조를 알면 왜 FTA와의 만남이 숙명적이었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A사와 S사 등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은 전자제품 완제품(Application)을 개발할 때 완제품에 적용할 소재를 선택한다. 전 세계에 소재한 부품·소재 기업의 제품을 소싱해 성능과 품질·가격 등을 고려해 공급업체를 선정하는데, 이들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가 ‘신뢰’다. B사는 앞서 언급한 조건 이외에도‘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1차 벤더로 등록될 수 있었다.
 
B사가 생산·취급하는 부품·소재의 판매 가격은 결코 낮지 않다. 가령, EMI용 원단의 가격은 제곱미터(㎡)당 최소 4만~5만 원대에서 최대 13만~14만 원까지 이른다. 
 
하지만, 원단을 완제품에 필요한 크기와 모양으로 가공해 사용하기 때문에, 완제품 1대에 사용하는 원단은 많지 않다. 따라서, 완제품 1대에 적용되는 B사 제품의 양과 금액은 완제품 전체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다. 
 
더군다나 전자제품이 갈수록 소형화, 슬림화되는 추세가 심화하면서 B사 제품의 비중은 더 작아졌다.
 
그러나 비중이 작다고 B사 제품의 중요성이 덜한 게 아니다. 방수, 단열, 전자파 차단, 충격 흡수 등 완제품의 기본적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B사 제품과 같은 성능이 검증된 부품·소재를 써야만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완제품에서 해당 부품·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으므로 오히려 원가가 비싸거나 싼 것보다 문제없이 제품을 꾸준히 공급해 온 ‘이력(reference)’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이력을 쌓은 업체가 증명하는 ‘신뢰’가 공급업체와 제품을 선정하는 주된 기준이 된다. 이런 기준은 후발 신생 업체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이 기준에 부합한 B사의 제품이 자연스레 선택받고 있다.
 
B사의 신뢰도를 한층 더 높이는 전기를 마련한 것이 FTA였다. B사는 FTA를 네 가지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첫째는, 샘플·시제품 공급 비용 절감을 도모하는 것이다. 앞에서 B사가 세계 시장에서 해외 대기업들로부터 신뢰를 얻기까지 10년이 넘는 기간을 보냈다고 했다. 이 기간에 B사는 고객사의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다양한 시제품과 샘플을 보냈는데, 시제품과 샘플은 물량이 적기 때문에 구매업체가 부담해야 할 관세를 B사가 부담했다. 
 
문제는 시제품, 샘플 대응은 한 번이 아니라 고객의 요구에 맞춰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중요하지 않은 작은 프로젝트에도 참여해야 하므로 인적·물적 비용 부담이 커졌다.
 
FTA로 비용 절감… 가격경쟁력 상승
 
이 과정에서 B사는 FTA를 알게 되었고 B사가 수출하는 미국과 중국 등은 한국이 FTA를 체결한 국가였다. 따라서, 시제품, 샘플이 FTA 협정상 양허대상 품목 명단에 포함되어 있고, 원산지가 ‘한국산’임을 입증할 수 있다면, 고객사가 관세를 면제받거나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확인한 결과, B사의 생산 물품은 양허대상 품목에 포함됐고, 한국산임을 확인하는 ‘원산지증명서’를 고객사에 발급해 고객사의 수입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수입 비용이 낮춰진 만큼 B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줄어 회사의 재정에 큰 보탬이 됐다.
 
두 번째는 양산품에서 가격경쟁력을 높이게 된 점이다. 부품·소재는 신뢰만 쌓으면 공급가격은 중요한 선택기준이 아니라고 하지만, 완제품 고객은 가격이 터무니없이 올라가는 것을 견제한다. 또한, 후발업체들은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 끊임없이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제안한다. 경쟁 시장에서는 당연한 현상이다.
 
미국의 A사와 S사 모두 실제로 비용 절감을 위해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정해서 부품·소재 공급업체의 이익률을 관리하고 있다. A사의 경우, 벤더의 마진율을 양산 단계에서 단 4%만을 인정해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B사도 제품을 생산하려면 소재를 구매해야 하는데 소재 가격이 10% 올랐을 경우, 이 인상분을 생산한 제품 공급가격에 모두 적용하면 좋겠지만 고객사가 모두 받아주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고안해 낸 차별화 전략이 바로 FTA다. 즉, FTA 특혜관세로 관세가 0이 되거나 세율이 낮아지면 같은 가격으로 부품·소재를 공급하더라도 고객은 낮아진 관세율만큼 낮은 가격으로 구매해 가격 인하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통상적으로 관세가 2% 낮춰지면 현지 시장에서의 판매 가격을 10% 떨어뜨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효과를 얻는 것으로 본다. 
 
B사는 FTA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3M, 로저스 등 미국 국내 주요 경쟁업체와도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셋째는 FTA 강국인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를 활용하며 고객사를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베트남 제품 이미지는 저가에 저품질이라는 인식이 형성되어 있는데, 한국산 제품의 이미지는 중간가격에 중·고품질 정도로 잘 포지셔닝돼 있다고 B사는 설명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FTA 체결국’이라는 타이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이에 B사는 한국기업의 제품이 중국, 베트남 등에 소재하는 업체의 제품보다 가격은 약간 비싸지만, 미국 대기업보다는 훨씬 싸고,품질도 크게 차이가 없다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성공적인 결과를 이어가고 있다.
 
B사 관계자는 “FTA 체결로 국내 많은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되었고 진출한 기업들이 높은 품질의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판매한 결과 한국산 제품의 이미지를 높이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공급망 구축에 있어 FTA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사인 A사는 따로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조립공정 대부분을 A사의 벤더인 중국 생산기업에 맡기고 있다. 따라서 A사에 수출하는 B사 제품들은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중 FTA를 활용하고 있다.
 
S사는 미국에서 직접 대부분의 완제품을 제조하고 있어 S사로 수출하는 제품들은 한-미 FTA를 활용하고 있다. 이렇듯 FTA 활용 역량을 보유한 B사는 고객사의 완제품이 생산되는 국가 어디라도 FTA를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B사 매출 성장 추이 (2017~2022년)
 
매출 2017년 20억 원대에서 2022년 230억 원으로 급성장
 
B사의 2017년, 2018년 매출액은 20억 원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2019년 42억 원, 2020년 70억 원, 2021년 130억 원을 기록했으며, 2022년도 상반기에만 약 11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그해 전체로는 약 23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매출액 중 수출비중은 90% 이상을 기록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A사 S사 등에 판매하는 제품의 매출 급증, 회사 임직원과 협력 업체의 긴밀한 협력 이외에 FTA로 거둔 성과를 무시할 수 없다.
 
B사는 현재의 성공을 미래에도 이어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하고, 최고의 제품을 제공해 고객 만족을 높이는 한편, FTA 활용도를 높여 신규 바이어 발굴에도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 FTA활용정책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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