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친환경 건축 컨설팅’ 시장 개척… 해외시장 노크
‘20주년, 다시 글로벌이다!’
친환경 건축 컨설팅 분야에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EAN테크놀로지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올해 창립 20주년인 회사는 그동안 몇 차례 해외 시장을 노크했다. 2010년경 중국·말레이시아·베트남 그리고 2015년에는 중동의 카타르로 진출을 타진했다. 현지 시장 미성숙, 문화 차이, 파트너 이슈 등으로 당시에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창립자인 신지웅 EAN테크놀로지 대표는 물러서지 않았다.
신 대표는 “회사 설립 때부터 해외 여러 곳에 지사를 내고 비즈니스를 펼치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고 해외 진출 의지를 피력했다. 회사는 서비스기업에서 어느새 하드웨어 기업으로 변신했다.
●컨설팅에서 SW·HW 무장 = 이번에는 보다 완벽한 솔루션으로 도전한다. EAN테크놀로지(이하 EAN)는 그동안 컨설팅 서비스에 소프트웨어(SW) 그리고 건축물 인프라 제어를 위한 하드웨어(HW) 기업으로 성장했다.
핵심 솔루션이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이다. 빌딩 내 에너지 관리 설비의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 수집 및 분석해 에너지 사용 효율을 개선한다. 수십 년간 친환경 건축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반영했다. 고객 친환경 사업 컨설팅을 펼치다가 최적의 인프라를 위해 직접 제조에 뛰어든 셈이다.
회사는 국내에서 검증한 독자 개발 BEMS에 AI 기반의 친환경 컨설팅, 태양광 패널, 스마트시티 그린리모델링 등을 결집한 AI 제로에너지솔루션 ‘리에이블(Reable)’을 개발했다. 신 대표는 리에이블에 대해 기업의 ESG경영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EAN의 기술 경쟁력은 이미 글로벌 정상급이다. 그렇다고 해도 진입장벽이 높은 미국시장을 바로 겨냥한 배경이 궁금했다.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 특화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차별적 경쟁력 확보로 가장 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신 대표에 따르면 인종마다 선호하는 온도 등 ‘쾌적하다고 느끼는 기준’이 각각 다르며, 이 차이를 극복한 솔루션을 개발해 도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인의 쾌적성을 고려한 건물의 에너지 관리 및 환경 쾌적도 조성 시스템을 개발한다.
신 대표는 “사람의 심장 박동수, 피부 온도와 습도(EDA), 심박동수 변이 등 생체 반응을 웨어러블 기기로 분석해 쾌적성을 파악한다”며 “이후 실내 환경 제어를 통해 건물 에너지 절감과 성능 최적화, 쾌적도 극대화를 구현한다”고 소개했다.
이 작업에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USC)대학 최준호 건축학과 및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함께 작업 중이다. 최 교수는 2006년부터 인간의 건강과 생산성을 고려한 첨단 건축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신 대표는 최 교수와의 공동 연구로 “인간과 건물의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증대시킬 수 있는 실질적 기술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친환경 건설 컨설팅’ 시장 개척자 = 신지웅 대표는 친환경 건설 컨설팅 분야의 개척자다. 계기는 1990년대 후반 신 대표가 기업에서 병역특례로 있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몇몇 보고서가 기업에서 크게 호평을 받았다.
신 대표는 “석사과정에서 익혔던 것을 산업체에 적용해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당시에는 그런 연구가 없다보니 높이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고 건축환경 석·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이후 창업 과정은 자연스러웠다.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체들의 외부 컨설팅 자문 사례가 늘었다. 마침 건축업계에선 대기질, 소음, 일조권 등 친환경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신 대표는 “지금 보면 대단한 것이 아닌 일조권 분석 연구가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단한 연구결과’란 평가를 들었다”고 전했다.
신 대표는 1990년말 이 친환경 건설 컨설팅의 사업성을 깨달았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전문성을 더욱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신 대표는 건축환경 박사 과정을 밟았고, 다양한 프로젝트와 컨설팅을 진행해 경험과 인지도를 높였다. 신 대표는 당시 창업보다 박사과정을 밟은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회고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아이디어와 똑같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사람이 100명은 족히 있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경쟁력입니다. 당시에는 여전히 배우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창업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창업을 생각하고 있던 신 대표는 대학 박사과정 기간 프로젝트매니저(PM)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2003년 현재의 EAN을 창업했다. 여전히 친환경 건축 컨설팅은 대학 또는 대기업 부설 연구소만이 담당했다. 신생기업으로는 만만치 않았지만, 차별화된 결과물로 시장의 인정을 받았다.
신 대표는 “대학 또는 대기업 보고서보다 더 낮은 가격에 더 빠르고 우수한 결과물을 제공했다”고 소개했다.
●밤샘하며 없던 방법론 만들어내 = 신 대표는 창업 후 밤낮을 잊으며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컨설팅 능력은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지만, 인지도가 낮은 신생기업인 만큼 차별적 경쟁력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밤을 꼬박 지새운 날을 1600일까지 기억한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성과를 물으니 ‘조망감(조망권) 해결 방법론’을 사례로 들었다. 2000년대 초반 건물 조망권 관련해서 법적인 이슈가 많았는데 조망권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의 방법론을 독자적으로 해석한 것에 대해 시장에서 높게 평가받은 것. 2000년대 중반에는 건물 자연환기시스템에 대한 평가방식을 제시했는데 이것이 지금까지도 기본적인 틀로 인정받고 있다.
회사는 2005년 녹색건축인증 컨설팅으로 이 분야 대표 기업으로 우뚝 섰다. 당시 녹색건축인증 받는 것이 기업 독자적으로는 쉬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 해법을 EAN테크놀로지가 기업에 맞춰 효과적으로 컨설팅을 한 것.
특히 2006년부터 공공기관 발주 프로젝트에는 의무화가 되면서 수요는 급증했다. 신 대표는 “하루에 3건이나 의뢰가 들어오기도 했다”며 “녹색건축인증은 저희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데에 분명히 자양분이 됐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시장 선도 ‘비전’ = 신 대표는 처음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주변에서 우려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친환경 건축 컨설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돈이 되느냐는 우려였다. 마땅히 벤치마킹할 회사도 없었다.
신 대표는 “누구를 따라한 것은 아니다. 다만 창업 후 외국 연구논문을 보다 보니 미국과 유럽에 유사한 업체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시장성이 충분히 있다’는 확신이 현실화됐다는 설명이다.
신 대표는 EAN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확연히 구분되는 4계절이 존재해 친환경 건축에서 고려할 요소가 많습니다. 그만큼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고 완성도 높은 기술 수준을 확보했습니다. 우리가 외국의 선두업체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신 대표는 “우리가 쌓은 기술 노하우에 인공지능(AI), 환경 성능 예측기술 등 미래 기술을 접목한 혁신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