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기업에서 전문무역상사로 성장했어요
“창업하고 초창기 5년 동안 혼자 일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낮에는 입고된 제품을 상하차하고, 이를 포장해 컨테이너 작업을 했고. 밤과 새벽에는 해외 고객들에게 견적 등 관련 서류를 메일로 발송하며 지내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만나는 고객마다 이구동성으로 잠은 언제 자느냐고 걱정하고 물어보시곤 했습니다.”
자동차부품 전문회사 목표로 ‘1인 창업’
이근수 (주)케이인터내셔날 대표는 1인 기업으로 시작한, 지금으로 말하면 ‘스타트업 창업 기업인’이다.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자동차부품 회사인 (주)센트랄 해외 영업팀에서 10년을 근무하면서 창업의 꿈을 품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회사 생활을 하면 조직 내의 이해관계에 따라 최선책이 아닌 차선 때로는 최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었다는 그는 “직원으로서의 독자적이고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한계를 느껴 직접 자동차부품 전문 수출회사를 창업하기로 마음먹고 2005년 케이인터내셔날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이 갖춰져 분업화된 기존 기업과 달리 1인 기업은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해야 하므로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대표에게는 10년간 쌓은 해외시장 개척 노하우와 그를 믿고 거래를 하려는 바이어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 대표 스스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부심이 충만했다.
경상남도 창원시에 소재한 케이인터내셔날은 자동차부품 수출전문업체로, 국내 유수의 자동차부품 브랜드들을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주력 품목은 한국산 자동차와 일본산 자동차의 애프터서비스(A/S)용 부품이다.
초창기에는 국내 주요 OEM(순정) 부품업체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직거래를 통해 고품질과 경쟁력 있는 가격의 제품을 중남미 지역 애프터마켓(After Market)에 주로 공급해왔다.
이후 시장 다각화를 추진했다. 2014년부터 2019년 기간 동안 북미‧유럽 11회, 중동‧아프리카 9회, 아시아 5회 등 해외전시회에 참가한 결과, 현재는 중남미뿐만 아니라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로 시장을 확대했다.
브랜드 ‘K-AUTO PARTS’ ‘KORECAR’ 론칭
2018년부터 자체 브랜드인 ‘K-AUTO PARTS’와 ‘KORECAR’를 론칭해 추가적인 매출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 무역상사들은 이미 수출대행 단계를 넘어 자체적으로 상품을 기획해 개발하여 고객의 숨겨진 요구를 발굴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필요한 것이 자체 브랜드다. 이 대표도 케이인터내셔날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자체 브랜드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협력업체와 함께 자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함으로써 전문 수출기업으로써의 위상을 확고하게 다져나갈 수 있게 되었다.
케이인터내셔날은 단일 국가로는 최대 자동차부품 시장 중 한 곳인 러시아 시장에 ‘KORECAR’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홍보해 매출 2배 신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과테말라와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중남미 여러 국가에 해외지사격인 에이전트(AGENT)들을 두어 해외 고객과 꾸준한 소통 및 유기적인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케이인터내셔널은 창업 3년 만인 2008년 수출 420만 달러의 실적을 달성했다. 1인 기업으로서는 엄청난 성과로, 향후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010년 이후에는 해외영업 전문 직원을 채용해서 매년 라스베가스, 두바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해외 전시회에 정기적으로 참가해 바이어를 만나는 등 적극적인 시장개척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2014년 제51회 무역의 날에는 ‘5백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2015년부터 이 대표는 직원들의 역량 향상을 위해 교육과 복지 등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그가 창업 후 품어왔던 꿈이기도 했다.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지면서 신규 시장개척에도 속도를 더하게 되었다.
그리고 케이인터내셔날은 창사 10주년이 되는 그해 처음으로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다. 나아가 알제리, 이집트, 미얀마 등 신흥시장의 로컬 전시회를 공략해 나가고 있으며, 2023년 매출 목표는 300억 원으로 정해 놓았다.
한편, 케이인터내셔날은 2018년 수출 전문성과 해외시장 개척 능력을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로부터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되어 경상남도 내 중소제조업체의 수출능력 향상을 위한 지원은 물론 신제품개발 등 협업을 통해 관내 중소제조업체의 수출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라’ 교훈 일깨워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는 큰 타격을 입혔다. 갑작스러운 국경폐쇄에 화물선과 화물기 등 전 세계를 이어주던 물류망도 축소되면서 수출에 크나큰 어려움이 발생했다. 케이인터내셔날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이 대표는 “우리 회사도 매출 급감을 피할 수 없었다. 기존에 거래하던 바이어는 물론이거니와 신규 바이어를 개척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했다. 이러던 와중에 터키의 신규 바이어와의 거래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기존 바이어와 달리 터키 측은 첫 거래치고는 상당한 금액의 거래를 제안했다. 평소 같으면 바이어의 신용도 등을 꼼꼼히 살펴봤겠지만, 워낙 회사 사정이 어려웠던 상황이었고, 거래가 성사된다면 한 번에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조급한 마음에 신중히 살펴보지 않고 공격적으로 진행했던 게 화근이었다. 결국, 수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케이인터내셔날은 1억5000만 원의 미수금과 2억 원이 넘는 재고가 발생했다.
“무역업계에서는 워낙 자주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늘 다짐해왔던 것들을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이 대표는 “신뢰를 쌓지 않은 바이어의 유혹에 성급하게 대응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교훈을 다시 깨달은 계기가 됐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속담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이대로 주저앉을 케이인터내셔날이 아니었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이 해소되면서 해외시장에서는 자동차부품을 구하려는 바이어의 문의가 쏟아져 나왔고, 케이인터내셔날은 신용을 바탕으로 이들과 계약을 이어나갔다. 덕분에 그해 회사는 창사 이래 최대인 1100만 달러의 수출을 달성했다.
우수 자동차부품 업체 해외시장 진출 지원
앞서 언급한 대로 케이인터내셔널은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되어 국내업체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 대표가 전문무역상사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1인 기업 창업자로서 다양한 국내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만난 그는 좋은 제품을 생산해 놓고도 인력과 경험이 부족해 좁고 경쟁이 치열한 내수시장에 머무르며 성장이 정체되는 안타까운 사정을 늘 목격해왔다.
이 대표는 “국내에는 우수한 품질의 중소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국내 완성차업체와의 거래 비중이 높아 물량의 증감에 따라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폐업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면서, “우수한 품질의 중소기업을 해외시장에 소개하고 신제품개발 등의 과정을 협업해 이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려고 전문무역상사 사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일정 부분 성과도 거뒀다. 경상남도 내 자동차용 피스톤, 케이블 제조업체들과 함께 당사 자체브랜드인 ‘KORECAR’ 브랜드로 해외시장 공략에 성공했으며, 타 중소기업제품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서 자동차부품 중소제조업체들의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지방 자체 단체와 유관기관 등이 지원하는 중소기업의 해외 마케팅 지원사업은 수출 초보 기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확신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많다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 수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품이 통할 수 있는 시장에서 홍보해야 한다. 이러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우리와 같은 전문무역상사의 선별 능력과 분석 능력이 더해져야 한다”면서도, “다만, 치열한 경쟁을 통해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해외 자동차부품 전문전시회에 참가하는 업체들 가운데에서는 성격이 전혀 다른 자동차 완구업체 등이 포함되어 있어 정부지원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지원업체를 선정할 때에는 업체 현장을 방문하는 등 최소한의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케이인터내셔날은 정부 지원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기본적인 복지제도(출산휴가, 4대 보험 등)는 물론 직원들의 업무 효율 증대를 위해 주 38시간 근무(월요일 10시 출근. 금요일 17시 퇴근)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2022년 하반기에는 사무동 증축 공사를 통해 직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에도 노력하고 있다. 매년 직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고충 처리, 개선안 제안에 따른 포상, 성과금 지급 등 근무 환경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끝으로 이 대표는 “내수업체 중 충분히 제품경쟁력이 있고 개척 가능한 해외시장이 있지만, 수출에 대한 부담과 경험 부족으로 기회를 놓치는 기업들이 많다”면서, “전문무역상사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고 무역협회, 코트라, 지자체의 해외 전시회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실패를 줄이며 해외시장 진출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해외마케팅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