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 온라인 쇼핑에 집중하던 미국 소비자들이 점차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고 있다. 전미소매협회(NRF)에 따르면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주말 동안 미국에서는 1억227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연말 쇼핑을 위해 매장을 직접 방문했다. 이는 2021년보다 17% 늘어난 수치로 같은 기간 온라인 쇼핑객은 2%만 는 것과 비교할 때 매우 큰 폭의 증가세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늘어난 방문 손님으로 미국 내 각 지역 쇼핑몰에서는 계산대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는 등 코로나19 이전 블랙프라이데이 주말에 흔히 볼 수 있었던 광경이 다시 펼쳐졌다. 쇼핑을 마친 고객들은 계산을 위해 몇십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까지 대기해야 했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돌아오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팬데믹 기간 감행한 인원 감축으로 계산대 직원이 턱없이 부족해 대기 줄은 예전보다 더 늘었다.
 
미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프라인 매장의 전통 결제 시스템이 늘어나는 소비자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며 새로운 프로세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사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소매점들은 배달, 쇼핑 대행, 커브 사이드 픽업 등 온라인 쇼핑객을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다.
 
온라인 쇼핑객을 위한 전자상거래 결제 시스템의 빠른 발전과는 대조적으로 매장 내 결제 프로세스는 셀프 계산대 도입을 제외하면 거의 변화가 없다.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여전히 손님들이 고른 물건을 계산대로 가져와 계산하는 전통적인 방법이 유지되고 있다. 예전에는 당연히 받아들였던 방식이지만 편리한 온라인 쇼핑을 경험한 고객들은 혼잡한 상점과 계산대 줄 서기를 불편하게 느끼기 시작했고 오프라인 상점들은 새로운 방식의 결제 프로세스 개발이 필요해졌다.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대다수가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식료품 매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 미국인들의 식료품 쇼핑 방법을 보면 오프라인 식품점만 이용하는 경우가 50.6%이고 주로 오프라인 식품점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도 20.5%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온라인 매장에 이어 오프라인 매장에도 진출해 2020년부터 오프라인 식료품 매장 ‘아마존 프레시’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식료품 매장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이곳에서 쇼핑하는 고객들은 ‘대시카트’라 불리는 쇼핑카트를 이용하는 것이 큰 차이라 할 수 있다. 고객들은 매장에 입장할 때 아마존 앱을 열어 대시카트에 부착된 카메라에 아마존 계정 QR 코드를 스캔해 카트를 연동시킨다. 카트에 담는 물건은 자동으로 스캔되고 카트에 달린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카트에 담은 물건의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무게를 재야 하는 신선식품의 경우 코드가 부여돼 카트에 담으면 자동으로 무게를 측정해 가격을 알려준다.
 
쇼핑이 끝난 후에는 카트를 끌고 계산대를 지나가면 센서가 자동으로 데이터를 읽어 연동된 아마존 계정으로 청구 및 비용을 결제할 수 있다. 카트 모니터에 청구서를 보여주는 자동 메시지가 뜨고 고객이 확인 버튼만 누르면 바로 자신의 아마존 계정을 통해 결제된다. 아마존의 대시카트는 식료품 매장 고객들이 더 이상 계산대에서 기다리는 번거로움을 해소했고 쇼핑하는 동안 사용된 비용을 정확히 알 수 있어 편리하고 빠른 쇼핑을 가능케 했다.
 
아마존 프레쉬 매장에는 또한 여러 직원을 고용하는 대신 아마존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장치 ‘알렉사’를 설치해 고객들과 의사소통하면서 필요한 물건의 위치를 찾는 고객들에게 정보를 줄 수 있도록 했다. 직원이 부족해 고객 서비스에 애로가 많은 오프라인 매장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대시카트 크기가 일반 카트보다 작아 가족을 위한 대규모 쇼핑에는 미흡하고 스캔을 빠르게 하지 못해 놓치는 상품이 있는 등 몇 가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늘어나는 오프라인 쇼핑객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결제 방식을 도입한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최대 슈퍼마켓 운영업체 중 하나인 크로거 또한 AI 기반의 쇼핑카트를 활용한 ‘크로고’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들은 ‘케이퍼카트’를 활용해 직접 물건을 스캔하고 결제까지 마칠 수 있어 계산대에서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케이퍼가 개발한 이 스마트 카트는 아마존의 대시카트와 마찬가지로 물체 인식 시스템을 통해 물건을 스캔한다. 카트가 무게를 측정하고 가격을 알려주는 것도 비슷하다. 
 
특히 케이퍼카트는 농산물 및 묶음으로 파는 품목 등 무게로 가격이 책정된 품목을 정확하게 판매할 수 있음을 인증해주는 연방정부의 형태평가프로그램(NTEP) 승인을 받았을 만큼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 카트에 담기는 물건은 카트에 장착된 화면을 통해 모두 확인할 수 있으며 화면으로 취소할 수도 있다. 쇼핑이 끝나면 화면 옆에 설치된 포스(POS)를 이용해 직접 결제까지 할 수 있는데 별도의 앱과 연동할 필요 없이 일반 계산대에서처럼 일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계산을 끝내고 영수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크로거 앱을 설치하거나 결제 앱을 별도로 내려받을 필요가 없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스마트폰을 사용한 이동식 계산 시스템을 도입한 업체들도 등장했다. 월마트는 프리미엄 프로그램 ‘월마트 플러스’ 회원들에게 ‘모바일스캔앤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 사용자는 스마트폰에 월마트 앱을 받아 쇼핑하면서 직접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스캔할 수 있다. 스캔된 물품은 자신의 앱 계정에 저장돼 바로 결제하거나 나중을 위해 저장해놓을 수도 있다. 쇼핑이 끝나면 셀프 계산대에서 QR코드를 스캔해 앱에 저장된 결제방식으로 결제한다. 
 
앞서 소개한 스마트 카트와 달리 카트를 통해 결제까지 해결할 수 없고 무게를 재야 하는 품목은 바로 스캔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소매점 운영업체 입장에서는 별도의 기기를 구매하지 않고도 계산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특히 모바일 QR코드를 사용하면 고객 정보 수집도 쉬워 각 고객이 얼마나 자주, 언제, 무엇을 구매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정보를 활용해 고객이 자주 구매하는 상품의 쿠폰을 발행해 매장을 연속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월마트의 모바일스캔앤고처럼 ‘아마존고’도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편의점 형식의 이 매장에는 아마존고에서 내려받은 QR코드를 찍고 입장한다. 원하는 물건을 들고 출구로 나오면 자동으로 아마존 앱에서 결제가 완료된다. 마치 원하는 물건을 계산도 안 하고 그냥 들고나오는 것 같은 경험이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든지 결제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간단한 물건을 판매하는 소규모 오프라인 매장에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팬데믹 기간 편하게 가정 내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고객들의 쇼핑 습관을 감안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을 결합한 소매점도 증가하고 있는데 가장 간단한 예는 매장 픽업이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소매점에서 픽업하는 방식인데 이 경우 고객이 온라인으로 쇼핑한 후 소매점을 방문하지만 매장에 들어가지 않고 별도의 장소에서 물건을 받아올 수 있기 때문에 매장 내 혼잡을 줄이고 계산대의 긴 줄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조지아에서 프리미엄 식료품 매장을 운영하는 W사 관계자는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시스템 통합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오프라인 매장은 신제품 시식 등 같은 행사에 활용하고 온라인을 통해 고객들이 쉽게 쇼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주변 지역에는 온라인 쇼핑객들에게 당일 배송을 가능케 하는 등 두 요소를 결합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패션 브랜드 자라 또한 온·오프라인 쇼핑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 중이다. 자라는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이 직접 옷을 입어보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고 싶지만 여전히 탈의실과 계산대에서 긴 줄을 서는 것은 꺼린다는 점을 파악했다. 자라의 모회사인 인디텍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는데 30억 달러를 투자했다. 
 
고객은 이 앱을 통해 특정 매장에 어떤 상품이 있는지 미리 검색할 수 있고 매장 지도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옷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매장에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은 물론 쇼핑 시간도 줄일 수 있다. 또한 매장을 직접 방문하기 전 탈의실을 예약할 수 있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자라는 이런 온·오프라인 쇼핑의 결합을 통해 빠른 시간에 팬데믹 이전 수준의 판매량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이 가장 많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은 ‘소매점’이고 70% 이상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지루함, 짜증, 좌절, 조바심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소비자의 75%가 ‘내 차례가 오기 전에 줄을 이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해 소매점의 긴 줄은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소비자들의 습관이 변하고 있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더 빠른 배송, 매장 픽업, 식료품 당일 배송 등을 경험한 미국 소비자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 오프라인 매장 계산대 앞에서 긴 줄을 설 생각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을 대면해야 하는 현지 진출 우리 기업들도 관심을 갖고 변화를 시도하는 한편 스마트 카트와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새로운 결제 시스템의 활발한 활용에 따라 스마트 카트에 장착되는 카메라, 무선 센서, 휴대용 POS 등 관련 기기 및 결제 프로그램 시장 진출을 고려해볼 만하다.
 
KOTRA 애틀랜타 무역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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