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회사는 시스템이다

kimswed 2023.08.19 07:08 조회 수 : 26

CEO로서 가장 슬픈 일은 어떤 문제가 생겼는데, 그 원인이 해당 직원이 휴가를 갔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다. 그 순간 우리 회사의 수준이 최하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즈음 휴가는 누구나 쉽게 가고 있다. 아니,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휴가로 그 직원이 담당했던 일의 처리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회사가 아니라고 해당 팀을 질책한 경험이 여러 번 있다. 
 
평상시보다 목소리를 톤이 크게 올라간다. 왜냐하면 회사는 시스템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만약 특정 직원이 휴가라서 해당 업무에 약간이라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회사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해당 팀원 2분의 1 이상이 동시에 휴가를 가지 않는 한 업무처리에는 문제가 없어야 한다. 다소 버거울 수 있지만, 나머지 직원들이 매뉴얼을 갖고 다소 서툴더라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평상시에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축구나 야구 경기를 볼 때 강팀과 약팀을 구분하는 잣대는 의외로 단순하다. 선발 라인업과 후보 라인업의 실력 차이가 없느냐의 여부를 보면 된다. 특정팀이 강팀이라는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선발과 후보 선수 간 실력 차이가 거의 없어야 한다. 
 
축구는 한 번에 11명이 뛰지만 같은 팀 선수(20여 명) 모두가 실력이 비슷해야 높은 승률을 지속할 수 있다. 왜냐하면, 특별한 사정으로 선발로 뛴 선수에 문제가 발생하면 누군가가 그를 대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원래 포지션이 정해져 있지만, 상황과 상대 팀의 전술에 따라 포지션과 역할이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회사로 말하면 인사팀 직원이 임시로 회계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원래 수비 출신이라고 그것만 고집한다면 경기를 뛸 가능성이 줄어들고 그 팀의 전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입사하면 커리어 패스(경력관리. career path)에 신경을 쓰고 장기적인 밑그림을 그린다. 동기나 선배로부터 조언도 받는다. 하지만 원하는 곳에 배치를 받지 못하면 속으로 통곡을 하고 심지어 퇴사를 결심하기도 한다. 
 
회사마다 소위 잘 나가는 자리, 즉 승진이 빠르거나 실세가 되는 부서가 있다. 입사 동기 중 한 명은 재무를 해야 오랫동안 회사에 남아 있을 수 있다면서 그쪽에만 맴돌았다. 재무 없는 회사는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지만, 다른 부서원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승진에서 누락됐다. 
 
전통적인 경력관리 방식은 조직 내 직무들을 수직적으로 맡는 것이다. 전문가가 되는 데 유리할 수도 있지만, 업무가 수시로 없어지고 자동화되는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 나중에 관리자나 경영자로 성장하는데도 수직적 경력은 장애물로 다가온다. 
 
일반 회사라면 최소한 3개 분야는 원만하게 수행할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단순하게는 팀 내에서 다른 팀원 2~3명의 업무(소분류)를 대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회사 전체로는 3개 분야(대분류) 직무를 일정 기간 수행한 후 관리자 위치로 올라가야 한다. 
 
조직은 생물이라고 말한다. 직원들이 움직이는 생물체이기 때문에 그들의 합인 조직도 생물처럼 움직여 유기적으로 결합해 협력해야 한다. 해당 분야 직원이 일시적으로 없어도 전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일을 도와주고 필요에 따라서 다른 직원의 업무를 떠안을 수 있어야 한다. 
 
수직적 업무 협업은 물론 수평적 협업도 매우 중요하다. 휴가를 가는데 좀 더 자유롭고 싶은가? 그럼 다른 팀원의 일을 능숙하게 처리할 능력을 갖추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다른 사람의 일을 능숙하게 도와줄 수 있어야 그 사람이 내가 휴가를 갈 때 내 업무를 능숙하게 도와줄 수 있어 내가 없어도 공백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의 경쟁력은 각자의 경쟁력의 합이 아니다. 오히려 유능한 사람들의 능력을 합하면 총합은 낮아지는 경우도 있다. 서로 도와주고 밀어주고 메워주는 기능이 있어야 총합이 극대화된다. 휴가나 휴직이 일상화되는 시대에 기업은 사람의 모임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움직여야 생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평상시에는 나무(자기 업무)를 보고 때론 숲(남의 업무)도 볼 수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 동료 없는 나는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이 강할 때 그 회사 경쟁력은 최고점을 찍는다.
 
민영채 | W커뮤니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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