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국내 구독서비스에서 수출까지 일사천리
“‘한식 세계화의 꿈’, 전통주 세계화로 이룬다!’
전통주 구독서비스 및 온라인쇼핑몰 ‘술담화’의 담화컴퍼니가 해외로 사업을 넓혀 나가고 있다.
이재욱 담화컴퍼니 대표는 “파라과이 사람이 바(Bar)에서 한국 전통술을 주문한다면 얼마나 멋지겠느냐”며 우리 전통주 해외 판매의 매력을 표현했다.
어려서부터 가족을 따라 해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이 대표는 한식 세계화에 관심을 갖다가 우연한 기회에 전통주의 매력에 빠져 사업에 뛰어들었다.
술담화의 인지도 그리고 K-푸드에 대한 관심으로 담화컴퍼니의 플랫폼인 술담화는 수출 창구로 진화 중이다.
●우연한 기회에 맛본 ‘전통주’ =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 대표는 졸업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가 전통주에 푹 빠졌다.
매년 한국을 찾을 때마다 전시회를 방문하곤 했다는 이 대표는 5000원만 내면 다양한 전통주를 시음할 수 있다는 문구에 끌려 2017년 ‘대한민국 우리 술 대축제’를 찾았다.
“사업 아이템을 위해 방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식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었지만, 전통주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막연하게 친구들과 행사장을 찾았고 수십 종의 전통주를 시음했었는데 모두 맛이 좋았습니다. 그때 우리 전통주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이 대표는 곧 전통주 홍보대사로 변신했다. 전통주를 더 알기 위해 조사했고 그 내용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올려 공유했다.
●전통주의 벽을 낮추다 = 전통주에 관심을 갖던 이 대표는 전통주를 주문할 때마다 아쉬움이 컸다. 주류 가운데 한국에서는 전통주만 온라인 판매가 허용됐는데 소개 내용이 많이 부실했던 것.
“당시에는 전통주를 종합쇼핑몰에서 판매했는데 매번 성인인증을 해야 했고, 사진에는 ‘19금’ 표시가 돼 있었습니다. 성인인증 후 들어가도 제가 궁금해하는 정보가 빈약했습니다. ‘천년의 역사 자랑’ ‘숙취 없는 전통주’ 등으로 소개됐는데, 이런 내용은 제가 궁금한 부분이 아니었습니다.”
이 대표는 “이런 부분이 고객에게는 진입장벽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전통주 시장규모가 800억 원 정도에 그쳤다”며 “마셔 보고 그 느낌을 큐레이션 서비스를 해준다면 20~30대들이 충분히 전통주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창업 동기를 소개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이 대표의 창업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컸다. 전통주를 잘 몰랐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절대 하지 말라’며 뜯어말리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전통주는 뱀술 아니냐. 그걸 누가 마시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경험과 취향을 파는’ 구독서비스로 어필 = 이 대표는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전통주를 한 번만 마셔 보면 충분히 흥미를 느낄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온라인쇼핑몰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객의 소비욕구를 맞추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구독서비스’란 비즈니스 모델을 접했다.
“온라인쇼핑몰 이외에 어떤 대안이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마침 미국에서 밀키트 구독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었습니다. 쇼핑몰은 제품 자체를 팔지만, 구독서비스는 새로운 상품을 경험하면서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을 찾는 과정입니다. 익숙지 않은 전통주에 정확히 어울리는 서비스죠.”
국내 첫 전통주 인터넷 구독서비스 플랫폼 ‘술담화’가 탄생하게 된 계기다.
이 대표는 첫 번째 구독서비스 대상 전통주를 찾기 위해 양조장 수십 곳을 찾았다. 하지만 양조업체의 반응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당시 제대로 된 사이트조차 구축되지 않은 곳에서 사업계획서만 들고 사업을 제안하니 반신반의한 것.
이 대표는 “‘좋은 아이디어네요’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곳이 많았다”며 “젊은 혈기에 지속적으로 도전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재구독률 ‘80%’ = 우여곡절 끝에 술담화는 2019년 론칭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 마케팅으로 고객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당시만 해도 구독서비스는 익숙지 않았다. 하지만 한번 구독한 고객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처음에는 한 달에 두 병 배달(구독서비스)을 해줬는데 재구독률이 무려 80%에 달했습니다. 통상적으로 구독서비스의 재구독률이 60%이니 매우 높은 편이었죠. 지금은 20~30대에서 40대로 고객층도 넓어졌습니다.”
구독서비스가 자리를 잡은 후 전통주 쇼핑몰까지 확장한 담화컴퍼니는 2020년 양조업에 뛰어들어다. 마침 관련법이 바뀌면서 양조 면허를 획득하면 다양한 양조장 제품을 한 박스에 담아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몇 번의 시도를 통해 2022년 11월 현재의 담화컴퍼니 대표 상품인 ‘막쿠르트’를 출시했다. ‘야쿠르트 막걸리’라는 의미로 출시 1주일 만에 1만 병이 팔렸다.
●뜻밖의 해외 주문 = 담화컴퍼니는 지난해부터 전통주를 해외에 공급하는 수출기업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 차례도 해외전시회에 제품을 출품하지 않았다. 쇼핑몰 술담화의 인지도가 쌓이면서 해외에서 먼저 관심을 보이고 수입을 제안한 것.
회사는 지난해 4월 홍콩, 최근 일본에 지역 유통 파트너와 손을 잡고 수출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중남미의 파라과이 기업인이 수입에 관심을 보여 협상 중이다.
이 대표는 “K-푸드에 대한 관심이 한국 전통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파트너들이 현지 시장의 특성에 맞는 제품을 제시하면 우리가 추천하는 방식으로 수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막 수출이 시작됐고 홍콩은 1년가량 수출했는데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현지 네트워크를 통한 우리 전통주 판매 점포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통주 수출에 대한 자부심도 나타냈다. 이 대표는 “파라과이 술집에서 한국 술을 주문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느냐”며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담화컴퍼니는 내년부터는 적극적으로 수출에 나선다.
“국내 비즈니스가 안정되는 내년에는 해외로 나가려고 합니다. 말 그대로 ‘K-술’ 세계화에 나서는 것입니다. 단기간에 한국 전통주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우수한 K-술을 알리는 데 노력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이 대표는 “술은 수만 종이 있지만, 맛을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래서 소믈리에가 존재한다”며 “담화컴퍼니가 버츄얼 소믈리에가 되어, 이 세상의 술자리를 다채롭게 하는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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