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브라질(Brazil)∙러시아(Russia)∙인도(India)∙중국(China)∙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 5개국의 제15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대면으로 개최됐다. 
 
최근 미국이 주요 7개국(G7) 연대, 한미일 동맹 등 대중국 견제를 위한 다자채널을 강화해 나가면서 중국도 우방국, 주변국을 규합하며 세를 불려가는 모양새다. 현재 브릭스는 전 세계 인구의 약 42%, 면적의 30%, 국내총생산(GDP)의 약 30%, 교역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의하면, 2022년 기준 브릭스 5개국의 실질 GDP 총액이 55조 달러로 G7(49조 달러)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브릭스 플러스’로의 확대를 대외적으로 알리며 향후 미중 간 힘겨루기가 진영대결로 더욱 양분화될 것임을 짐작게 한다. 
 
 
▲8월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사진은 러시아 외무부에서 공개한 것. [뉴시스]
새로 거듭나는 브릭스 플러스는 중국에 글로벌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중국은 크게 3가지 관점에서 실익을 챙겼다고 볼 수 있다. 
 
첫째, 글로벌 사우스 리딩 국가로의 발걸음을 본격화한 계기가 되었다. 
 
브릭스 회원국이 늘어나면서 향후 중국의 세계적인 정치·경제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브릭스 창설, 2010년 남아공 가입 이후 13년 만에 회원국이 대폭 늘어나 기존 5개국에서 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집트·에티오피아·아르헨티나 등 6개국이 정식 가입되면서 11개 국가의 연합체가 됐다. 11개국의 브릭스 플러스는 구매력 평가지수(PPP) 기준 전 세계 경제의 36%, 전 세계 인구의 46%를 차지하게 된다. 
 
이번 회의에 초대받은 71개 국가 중 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 등 69개국이 참석했고, 구테흐스 UN 사무총장도 옵저버로 참석하면서 무게감을 키웠다. 현재 20여 개 국가가 공식적으로 브릭스 플러스에 가입신청을 했고, 그 밖에 가입을 준비 중인 국가도 20여 개 국가에 이른다. 
 
중국은 선진국의 모임인 G7에 맞서 브릭스 플러스를 지렛대로 삼아 외연 확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특히, 미국·독일·프랑스 등 선진국을 의미하는 글로벌 노스에 대응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중국 편으로 끌어오는 계기를 마련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북반구 저위도나 남반구에 위치한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지역의 개발도상국을 일컫는 개념이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미중 양국의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으며 중립적인 외교 노선을 유지하면서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사우스의 대표적 국가인 브라질은 남미의 최대 경제대국으로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과 협력하며 자국의 이익을 챙기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둘째, 중국의 대아프리카 영향력을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브릭스 회의와 별도로 진행된 중국-아프리카 대화는 향후 중국의 역할과 비중이 더욱 확대될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다. 중국은 이미 30년 전부터 아프리카에 공을 들여왔다. 
 
1990년대부터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 간 교역이 확대되기 시작했고, 2000년대 접어들면서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최대 교역국으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핵심 외교정책으로 일대일로를 발표하면서 가장 먼저 방문한 나라도 아프리카였다. 
 
일대일로 사업이 아프리카에서 본격화되면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져갔다. 현재 1만 개가 넘는 중국기업이 아프리카에 투자해 아프리카 전체 산업생산량의 약 8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이 아프리카에 건설한 인프라 규모는 엄청나다. 약 1만km의 철로, 약 10만km의 고속도로, 1000여 개의 교량, 100여 개의 항만, 그밖에 병원 및 학교 등 다양한 사회 인프라를 구축했다. 
 
일부 국내외 매체에서는 일대일로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이 오히려 경제적 파탄에 빠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실제 아프리카 내 중국에 대한 인식은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중국이 2000년부터 아프리카 국가들의 약 100억 달러 규모의 부채 탕감, 보건 의료지원 사업 등을 지속하며 아프리카 내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츠코위츠 가족재단이 2022년 조사한 국가별 호감도 조사에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로 등극했다. 아프리카 15개국에서 18~24세 사이 4507명의 청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가별 영향력 부분에서 중국이 77%로 미국(67%)보다 높고, 긍정적인 평가 부문에서도 중국이 76%로 미국(72%)을 앞서고 있다. 
 
50여 개 아프리카 국가들이 참석한 대화에서 시 주석은 “향후 아프리카의 공업화와 농업현대화를 위한 자원을 확대하고, 매년 500명의 아프리카 직업학교 인재를 무료로 중국에 초청해 전문기술과 지식을 전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프리카는 일대일로의 핵심거점지역이자 중국과 유럽을 잇는 통로인 만큼 더욱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셋째, 탈미국화·탈달러화를 향한 전반적인 공감대 형성 계기를 마련했다. 
 
비록 세계경제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브릭스 공용통화 도입 논의가 이번 회담의 의제로 선정되지 못했지만, 중국 입장에서 향후 탈달러화를 향한 브릭스 공용통화를 이슈화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브릭스 공용통화는 2009년 브릭스 출범 당시부터 등장한 의제로 그동안 별 진척이 없다가 올해 들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브릭스 플러스 회원국 간 역내국 통화 사용이 점차 확대되면서 향후 탈달러화 이슈는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브릭스 개발은행이 점차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을 대체해 나가며, 무역에서 달러화 비중의 축소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바 있다. 
 
브릭스 공용통화 도입이 아직은 시기상조임을 감안한다면 결국 향후 회원국 간 결제 가능한 이른바, '브릭스 페이'를 개발해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브릭스 디지털 화폐를 개발해 통화의 상호 운용성과 경제통합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만약 브릭스 회원국 간 중앙은행 공동 디지털화폐(CBDC)가 도입되면서 각국 은행 간 청산결제에 사용된다면 중국이 향후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화폐 관련 핵심기술과 특허, 운영에 관해 중국이 가장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2021년부터 중국은 태국·아랍에미리트연합 등 국가들과 공동으로 ‘다자간 중앙디지털화폐 브리지(m-CBDC Bridge)’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국가 간 디지털화폐 결제 시범사업을 통해 노하우와 경험을 축적한 셈이다. 
 
따라서 향후 브릭스 플러스 회원국 간 위안화 결제 비중 확대와 브릭스 내 디지털화폐 사용이 가시화되는 측면에서 중국은 매우 유리한 입장이다. 미중 간 진영 구도가 점차 구체화하면서 더욱 복잡한 정치외교·경제적 과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박승찬 |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미국 듀크대학 교환교수(2012년)를 지냈고, 미주리주립대학에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2023년)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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