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이 타밀나두 등 인도 남부지역에서도 체감되고 있다. 인도 북부지역에서는 이미 한식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남인도에서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첸나이에서 처음 열린 한국 상품전에 3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등 많은 기업인과 소비자가 관심을 보였다.
●인도에 부는 K-드라마 열풍=인도 언론 인디아타임스에 따르면 2020~22년은 ‘K-컬처(K-Culture)’라는 단어가 인도에서 확산의 발판을 마련한 시기로 평가된다.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봉쇄령이 내려져 외부 활동이 중단되면서 넷플릭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한국 문화가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처음에는 BTS,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K-팝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는 K-드라마로 이어졌다. 인도 트러스트통신에 따르면 2020년 넷플릭스를 통한 인도의 K-드라마 시청이 전년 대비 300% 이상 급증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오징어 게임’은 2021년 하반기 인도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인도 넷플릭스에서 28주 동안 주요 인기 드라마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도에서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현지의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의 성장과 연관이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25년 인도의 OTT 서비스 유료 가입자가 1억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플랫폼별로는 디즈니핫스타(약 6000만 명), 아마존프라임(약 3000만 명), 넷플릭스(약 1000만 명)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OTT의 발달과 더불어 한국 콘텐츠도 영향력을 넓혀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문화의 새로운 키워드 ‘K-푸드’=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인도인들에게 한국은 자동차와 스마트폰, 가전제품으로 유명한 나라였다. 한-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은 올해도 제조업 분야 교역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반면 한국 문화 및 식품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같은 아시아 권역이지만 중식이나 일식 문화는 일찍이 인도에서 자리 잡고 현지화된 메뉴로 재탄생했다. 한식의 정착이 늦은 이유는 식자재를 구하기 어렵고 조리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 문화 중에서도 한식에 대한 인도인들의 관심은 여전히 초기 단계다.
인도인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K-팝,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가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인도인들이 한국의 생활과 음식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다가 감염병 사태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관심도 높아졌다.
한국 문화를 체험하려는 수요가 증가하자 현지 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인도 주요 마트에 불닭볶음면이 등장해 특유의 매운맛으로 큰 인기를 누리자 인도 식품안전기준청(FSSAI) 인증을 받은 한국 라면, 가공식품, 간식류가 ‘채식’(Veg) 로고를 붙이고 판매되기 시작했다.
첸나이 지역에서 수입품 매장을 운영 중인 서울스토어의 마케팅 담당자에 따르면 2020년 이전에 비해 한국 식품에 관한 문의가 크게 늘었으며 매출은 매년 50% 이상 증가하고 있다. 특히 디즈니 핫스타와 넷플릭스에서 흥행 콘텐츠가 등장하고 BTS의 신규 앨범이 출시될 때마다 한국 식품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
최근에는 수입 식료품 매장이 아닌 일반 식자재 매장에서도 한국 브랜드의 라면, 과자, 간식, 음료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은 남인도보다 북인도에서 더욱 활발해 북인도 지역에는 이미 한국 매장에서 판매되는 감자칩, 비스킷, 쿠키 등 다양한 제품을 볼 수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K-댄스, K-팝에 대한 관심=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인도에서 크게 흥행한 가운데 BTS의 인기가 인도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현지의 청년들을 중심으로 BTS 노래를 따라 부르고 K-드라마를 보면서 K-푸드를 즐기는 등 한류에 대한 관심이 진행 중이다.
이런 배경에 힘입어 KOTRA 첸나이 무역관은 지난해 ‘제1회 첸나이 소비재 대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첸나이 총영사관과 첸나이한인회, 한국관광공사 등이 협업한 이 전시회는 작년 11월에 개최됐다. 첸나이 지역에서는 최초로 개최된 한류 상품 전시회로 한국 제품을 수입하는 20여 바이어가 참여해 인도 남부 타밀나두 지역의 소비재 판로 개척 가능성을 타진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열린 한국 소비재 관련 오프라인 행사로 인도의 한국 제품 바이어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 및 참관객도 전시장을 방문해 한국 화장품과 식품 등을 구입하고 한식 시식회에 참여하며 K-팝 콘테스트에 참가하는 등 경제 및 문화 한류의 장이 됐다.
소비재 대전은 또한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관과 비즈니스 라운지도 마련했다. 홍보관을 통해 부산의 아름다운 경치와 명소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2030년 엑스포가 부산에서 개최돼야 하는 이유를 현지 언론인과 인플루언서들에게 홍보하고 약 500부의 브로슈어를 배포했다.
비즈니스 라운지에서는 인도 바이어와 KOTRA의 지사화 서비스를 이용 중인 한국 업체 간 온오프라인 상담회가 진행됐다. 관광공사의 지원으로 한국의 명소와 관광코스 소개 및 홍보 그리고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선물을 기증하는 부스가 운영됐는데 줄을 15m 이상 설 정도로 많은 참관객이 관심을 보였다. BTS 포토존에서는 한류 스타와 함께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첸나이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K-팝 이벤트 존이 마련되고 있다. 인도의 유명 K-팝 공연 및 댄스팀의 공연과 국악 공연이 펼쳐지고 있으며 첸나이 한류 및 한국 문화 동아리 그룹 주관으로 각종 퀴즈와 랜덤 댄스 등을 즐길 수 있다.
KOTRA 첸나이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