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스크포스(TF)의 빛과 그늘
‘회사의 만사형통은 태스크포스(TF)’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가 불거져 CEO의 불호령이 떨어지면, 보통 해결책은 TF로 연결된다. 업무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부서에서 통상 에이스들이 참여하고 지원부서도 얼굴을 내민다.
초기부터 전사적으로 역량을 모아야 하고 전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하니, 인원이 3∼4명인 경우는 거의 없다. 최소 10∼20명 전후로 다소 큰 팀이 구성된다.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기도 한다. 극복해야 할 문제의 덩어리가 크면 전체 인원을 주제별로 나눠 TF를 팀 단위로 다시 쪼개기도 한다.
거창하게 운영방식도 결정하고 적극적으로 운영하라는 의미로 별도의 활동비도 책정된다. 근무시간에 마음대로 회의를 진행해도 되고 필요하면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으로 가서 2박 3일 워크숍도 진행한다.
TF가 성공하기 위해 우선 현장을 자주 방문하여 문제점을 정확히 짚는 것이 필요하다. ‘우문현답’의 정신, 즉 ‘우리 문제에 대한 답은 현장에 있다’가 만고불변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사무업무라면 동종 업체 중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곳을 찾아갈 것을 권한다. 시설이나 기계의 공사를 수반한다면 냄새나는 곳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욕먹을 각오로 현업에 부정적인 자료도 수집해야 한다. 즉, 현업에 있는 사람들이 싫어할 내용이라도 자료를 모으고 그들의 입김을 차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객관적으로 사안을 들어야 봐야 한다.
요즘에는 실패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레드팀 형태로 운용하는 TF가 많은데 그 성공을 위해 자기가 스스로를 고발한다는 자세로 불리한 자료도 잘 받아들여야 한다.
셋째, 외부 전문가를 꼭 참여시켜야 한다. 내부논리만으로 특정 사안에 제대로 된 해법을 찾는 것은 제대로 된 답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넷째, 해당 업무의 책임자 라인은 일정 부분 배제되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 자리와 관련된 일을 자신이 처리하는 것은 힘들다. 최종 결과도 곧바로 CEO에게 보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단기간에 결론을 끌어내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멤버들은 되도록 겸업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TF 활동에 들어가면 명칭을 정하는 것이 첫 번째 업무가 된다. 필자가 선호하는 TF팀 명칭은 업무 내용을 떠나 ‘스몰 타이거 팀’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거창하게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TF 형태로 문제를 진단하다가는 ‘배가 산으로 간다’는 형국에 처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작은 팀을 지향하되 힘을 실어주어 호랑이처럼 조직 내에서 힘이 세도록 해야 한다.
특히 CEO가 TF에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 원래 TF는 군대용어로 특별임무를 수행하는 특별편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상 조직체계와 의사결정 구조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비장함이 배어있어야 한다. 의사결정에 내부 인사와 외부인사가 비슷한 힘을 갖도록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지만, 이때 주도자는 외부인에게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TF는 내부의 약점을 짚어내는 역할을 한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해 문제점을 양성화시켜 어떤 치료제를 쓸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조직의 변혁을 야기한다. 일부 생살을 도려내는 수술을 수반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 적자 곡선을 끝내고 흑자로 돌려야 한다.
TF 운용에서 반드시 빠져서는 안 되는 화룡점정은 실행안이다. 반드시 실행해야 할 내용을 시기까지 못 박아 보고서로 만들어 내야 한다.
이때 서류철로 직행하는 TF의 보고서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작은 것이라도 반드시 실천에 옮기는 방안을 만들고 TF가 종료되어야 한다.
그러나 TF가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드물다. 보통 조직원들은 자기에게 불리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빈 수레가 소리만 요란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되며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쓴소리를 내부에 할 수 있는 직원이 TF에 참여해야 성공 가능성이 크다.
민영채 | W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