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달러 벌어보자”
이베이 설명회에 북적
화장품·K-팝 굿즈 인기
“한국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요.” “요새 달러가 강세라서 이득이에요.” “외국인을 상대로 판매하는 재미가 있어요.”
지난 18일 오후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 이베이(ebay)가 강남구 역삼동에서 개최한 ‘이베이로 시작하는 해외 판매’ 설명회에는 30대 안팎 청년 30여 명이 준비된 좌석을 모두 채웠다.
이들은 오픈마켓인 이베이를 통해 한국 제품을 해외로 팔아 보려는 신규 ‘셀러(판매자)’ 또는 셀러 희망자들이다.
현장에서 만난 신민정(30)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두 달 전부터 재택업무를 하면서 이베이 판매를 시작했다.
그는 불닭볶음면 이색 맛 제품과 후추라면, 미역국 라면 등 해외 마트에서 찾기 힘든 한국 라면 제품을 판매한다고 이베이에 올렸다.
두 달간 40여 건의 판매가 성사됐고, 우체국 국제소포를 통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에 제품을 보내고 ‘달러’로 판매 대금을 받았다.
신씨는 “특이한 맛의 한국 라면을 1∼2개 소량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서 수익은 크지 않지만, 외국인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재미’가 있다”며 “구매자 중에는 유튜브 먹방에서 본 한국 제품을 구해 달라고 맞춤형 주문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좋은 달러로 판매 대금을 받는 것도 매력이고, 수많은 국가에 뭐든 판매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화장품 등으로 판매 종류를 늘리고 싶어 어떤 제품이 좋을지 강의를 들으러 왔다”고 덧붙였다.
박석원(35)씨는 호주에서 대학 졸업 후 호주 부동산·유학 중개업을 하다 불황에 사업을 접고, 작년 8월부터 한국 화장품을 해외에 팔기 시작했다.
박씨는 “회사원 월급만 받아서는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키우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내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에 요새는 무조건 해외 판로를 찾는 것이 답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등 해외 박람회를 돌아보니 한국 화장품 인기가 높고, K-뷰티 트렌드가 빨라 해외에서 잘 팔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 화장품을 태국, 일본 지인을 통해 판매한 경험을 쌓은 박씨는 “이베이를 통해 화장품과 농수산물, 휴지걸이 등을 미국, 유럽 등에 본격적으로 판매해 보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이들은 1인 사업자나 소상공인, 직장에 다니면서 부업을 찾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들이다.
이들은 이베이 18년차 셀러 배우리 강사가 노하우를 전하는 동안 ‘성공한 셀러’를 꿈꾸며 눈을 빛냈다.
배씨는 2005년 스포츠 카드 해외 판매로 이베이 이용을 시작해 로보카 폴리 장난감 세트 2만개 등 다양한 제품을 팔아왔다.
그는 “본인만의 품목을 골라야 한다. 남들이 따라 하려고 해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나만의 지식과 상품 이해도가 깊은 품목을 고르면 판매 능력이 오르고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배씨는 한국 제품 가운데 화장품과 K-팝 굿즈, 자동차 부품이 이베이에서 가장 잘 팔린다며 구매자는 미국이 가장 많고 호주, 유럽 쪽에서도 매출이 많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또, 누구나 다 아는 제품을 고르는 것도 좋지만, 당장 많이 팔리지는 않아도 고정된 시장이 있고 꾸준히 팔리는 제품을 종류별로 구비하는 방식이 이베이에서 통한다고 덧붙였다.
이베이는 아마존과 함께 미국 이커머스 양대 산맥으로 꼽히며 한국에서는 그동안 직구 플랫폼으로 이용되다가, 한국 제품을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하는 ‘역직구’ 창구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