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설립된 엔플러스는 업계 후발주자이지만 이미 굵직한 행사들을 여럿 진행했다. 회사를 이끄는 남주호 대표는 비결로 ‘순발력’을 꼽았다.
남 대표는 “업력은 길지 않지만, 변화를 빠르게 흡수하는 능력에서는 어느 회사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며 “고객의 니즈(요구)를 빠르게 파악해, 현장에 반영하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여기에는 10년간 몸으로 부닥치며 마이스를 익힌 남 대표의 이력이 큰 몫을 했다.
●중국에서의 아찔한 경험 = 남 대표가 2015년 국내 어느 마이스 기업에서 근무할 당시의 일이다. 중국에서 열린 대형 수산물전시회의 한국관 프로젝트매니저(PM)를 맡았었는데, 전시품 통관 과정에 큰 사고가 발생한 것.
중국 전시주최 측만 믿고 준비했는데, 서류 미비 등으로 전시품 모두 통관에 실패했다. 20곳의 출품업체들은 행사 PM인 남 대표를 강하게 질타하며 책임을 물었다.
‘태어나서 처음 남에게 멱살을 잡혔었다’고 남 대표는 회고했다. 남 대표가 마이스 분야에 뛰어든 지 3년 차의 일이다.
전시회까지 남은 시간은 딱 이틀. 남 대표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체하지 않았다. 해법을 바로 고민했다. 그리고 국제전화를 돌렸다. 누나 그리고 주변 지인들에게 SOS를 쳤다. 인천에 사는 누나는 전시 참가업체들의 상품을 수령했고, 지인들은 중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전시가 가능한 제품을 보유한 곳은 15개 업체였다. 어렵게 15명의 아르바이트 인력을 구해 바로 그다음 날 베이징행 비행기에 태웠다.
이들은 베이징 공항에서 상품만 전달하고 바로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15곳 업체들은 무리 없이 전시를 마쳤다.
남 대표는 한숨을 내쉬며 그때를 떠올렸다.
“주어진 시간은 정확히 24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간 안에 전시품을 공수하지 못한다면 한국관은 사실상 폐점할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저희 회사도 문을 닫았을 것입니다.”
●고객 제안에 ‘창업’ 결심 = 2017년 휴식이 필요해 몸담았던 마이스업체에서 떠난 남 대표는 6개월 쉬는 동안 업계 지인들과 고객사들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를 받았다. ‘계속 일을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이었다.
애초 공백기 후 재취업을 고심했던 남 대표는 창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주변 마이스인들에게 본인의 창업에 대해 물으니 ‘충분히 할만하다’고 추천한 것. 무엇보다 큰 자본금 없이도 창업이 가능하다는 매력에 도전을 결심했다.
그리고 얼마 후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라는 대형 이벤트의 입찰에 참여했다. 행사 진행 경험이 없다보니 두 곳 기업들과 컨소시엄으로 신청했다.
당연히 PM은 남 대표가 맡았다. 밤낮을 잊으며 기획서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고,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정됐다.
신생업체가 단기간에 대형 행사를 수주하는 것은 흔치 않다. 남 대표 개인 맨파워가 선정에 적지 않게 작용했다.
남 대표는 당시 선정에 대한 소감으로 “제가 마이스 분야에 뛰어든 후 나름 노력했던 것이 의미 있었던 것 같다”며 “인정받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남 대표는 첫 수주 행사를 멋지게 해냈다. 당시만 해도 흔치 않게 3X3 부스의 뒷벽을 절반으로 낮추고 전통주 전시를 감안해 지붕 형태를 덧씌우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남 대표는 “전시장 뒤편에 위치한 부스들은 앞부분 벽에 막혀 불만이 많았다”며 “과감하게 벽을 낮추니 입구에서부터 뒤가 훤하게 뚫려 보였고, 전시업체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전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4개월 동안 남 대표는 쉬지 않고 일했다. 파트타이머 2명과 함께 일하다 보니 사실상 남 대표가 모든 일을 챙긴 것.
남 대표는 “행사 당일 눈 실핏줄이 터지는 바람에 고생했다”며 “행사 직전 한 달간은 하루에 3시간 정도 잔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주 라이브커머스 시대 열어 = 2019년 엔플러스는 라이브커머스에 도전한다. 지인의 소개로 포털사이트 상품기획자(MD)를 만난 후 가능성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남 대표는 “마침 그즈음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됐다”며 “판로를 열지 못하는 우리 전통주 업체들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시도했다”고 밝혔다.
수소문을 해보니 무료로 스튜디오를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촬영팀을 꾸리고 바로 라이브커머스에 나섰다. 업체들의 반응은 좋았다. 동시접속자가 1만 명을 기록하는 등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기대 이상으로 높았다.
라이브커머스 횟수가 늘어나면서 입소문에 기존에 알던 수산물업체와 농산물업체들의 제안이 쏟아졌다.
진가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발휘됐다. 당장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를 라이브커머스 형태로 진행하게 됐다. 식품 행사 특성상 사이버 박람회가 큰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명 ‘찾아가는 딜리버리 서비스’. 전통주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라이브커머스 기회를 잡게 됐고, 1년가량 노하우를 쌓은 엔플러스는 참여사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포맷으로 방송을 제작해 송출했다.
‘사업 운이 좋다’고 말하자 남 대표는 “그것도 맞다”면서 “마이스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라이브커머스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도 잡지 못했을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우리 술’ 알리는데 기여할 것 = 남 대표는 술을 즐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술 대축제 행사 진행을 계기로 전통주에 많은 애착을 갖게 됐다.
연구도 많이 했다. 전통주 양조장 양조인들과 소통을 위해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도 땄다. 우리 술을 이해해야 양조인들의 요구와 관심에 부응할 수 있어서다.
남 대표는 “전통주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 쌀 소비 측면에서도 전통주 활성화는 중요하다. 전통주 시장이 1%만 성장한다고 해도 우리 농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통주 알리기에 힘을 쏟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르면 내년 ‘우리 술’을 주제로 독자 행사를 기획한다.
남 대표는 “우리 술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며 “기존 전시회와는 다른 비즈니스와 연계되는 국제행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 대표는 겸손하다. 짧게라도 대화를 나누면 이를 체감한다.
그의 명함에는 직함이 ‘이사’로 돼 있다. 실무를 대부분 챙기는 남 대표는 ‘대표이사 직함이 사업 발주인에게 부담이 될까 우려해서’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남 대표는 “수많은 업계 선배님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 마이스 산업에서 엔플러스가 부끄럽지 않은 기업이 되려고 한다”고 밝혔다.
• 설립 : 2017년 8월
• 사명 의미 : N(needs) & PLUS - 당신이 원하는 것을 ‘더 잘해주는(플러스)’ 기업
• 대표 행사 :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 서울국제수산식품전시회,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 모토 : Practice makes perfect - 연습할수록 완벽해진다
• MICE산업 발전을 위한 한마디 : 업무의 영역이 사라진다. 멀티 유즈를 활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