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희망자들이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30여 년 전 필자가 입사할 때는 단연코 월급 총액이 중요한 잣대였다.
월급만을 위해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하는 보람은 통장에 찍히는 금액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갈수록 회사별로 임금 격차가 커지고, 같은 회사에서 같은 직급이라도 급여가 다른 것은 이제 뉴스가 아니라고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국내에선 기업의 95%가량이 오래 다니면 월급이 많은 연공서열형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진행된 높은 물가상승률, 그리고 한번 회사에 들어가면 좀처럼 옮기지 않는 관행과 무관하지 않다.
필자보다 연차가 10년 정도 앞선 선배가 입사할 때 월급으로 3만 원을 받았다고 말했는데, 필자는 신입사원 초기에 60만 원 정도를 받았다. 10년 만에 상전벽해 수준이다.
오래전 5년이면 임금이 ‘더블(연평균 인상률 약 15%)’이 된다는 말이 나돌았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한해에 두 자릿수 임금인상률이 흔했다.
필자도 입사 후 3년이 됐을 때 파업을 통해 20% 안팎의 임금인상률을 쟁취한 적이 있다. 당시 은행의 이자율이 20%를 웃돌았으니 높은 임금인상률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러나 연차가 높아질수록 뛰어오르는 임금 구조는 스스로 족쇄가 되기도 한다. 경영이 어려우면 가장 먼저 내세우는 대책은 사람을 줄이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다.
필자가 전에 근무했던 회사는 입사할 때 직원이 600명을 넘었으나 퇴사할 때는 300명을 밑돌았다.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으로 단번에 60여 명이 떠밀려 나가기도 하였다.
말이 구조조정이지 실상은 연차가 많은 고임금자를 내보내는 것이다. 일반적인 인상률을 제외하고 근속연수 1년당 2.5%씩 올라가는 자동 승급에 한동안 웃었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이 칼날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이는 회사가 사업을 조정하여 필요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을 내보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고임금=권고 퇴직 고위험군’이 상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누구든지 대신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필자는 중국에서 7년간 근무하면서 흥미로운 경험을 하였다. 그곳에선 연가급률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는 퇴직금 규정도 없었다.
더 관심을 끈 것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해도 개인별로 임금인상률이 다른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대신 근거를 제시하고 상당 기간 협상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만약 임금인상률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근로자는 이직하고, 회사는 다른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일정 시간이 흐르면 저성과자만 그대로 남고, 고성과자는 똑같거나 비슷하게 임금을 올리는 한국식 임금인상 방식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직해 회사의 경쟁력이 저하된다.
다른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계 기업에서 이직하려는 사람을 선호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직자들 대부분이 고성과자이고 업무처리에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장점을 알고 한국기업 재직자들을 집중적으로 스카우트해 갔다. 특출한 성과를 제대로 보상하지 못하니 한국기업은 ‘우수 인재 공급소’라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임금은 직무(하는 일의 난이도)와 성과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이제는 모두가 인정하는 철칙이다.
그러나 한국기업 대부분이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한국이 자본주의 국가라는 점이 신기할 정도로 임금에서 평등주의가 난무하고 있다는 말도 나돈다.
한 중소기업은 이익을 삼등분으로 소진한다. 3분의 1은 반드시 급여 인상에 사용한다. 다만, 골고루 나눠주듯 인상하지 않는다. 제대로 일한 사람을 제대로 대우해 준다(주주의 몫도 이익의 3분의 1이다. 나머지는 내부유보를 하여 미래에 대비한다).
단순히 연차가 높은 사람을 내보내면서 혁신이고 구조조정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60세 전후의 근로자가 신입직원과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고,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면 연차와 관계없이 제대로 보상을 받아야 한다.
반대로 일시적으로 특별한 경우에 임금이 삭감되는 것도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보다 더 좋은 성과로 2~3배 높은 임금인상률을 적용받는 사례도 일상화되어야 한다. 물론 공정한 평가와 피드백 기반이 선행되어야 한다.
모든 직원의 임금을 동일하게 올린다면 그 회사는 미래가 없다. 단순히 성과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임금인상률이 성과와 직무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평가방식도 상대평가로는 미흡하다. 기여한 정도에 따라 들쑥날쑥한 임금인상률로 연결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