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들이 중국에서 이탈하는 근본 원인은 미‧중 갈등 등 정치적 요인보다 중국의 기술력‧경쟁력이 급격히 제고돼 우리 기업의 상대적 경쟁력이 약화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은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LS 일렉트릭, 현대 네비스, 라인 프렌즈 등 상해 주재 한국 기업 관계자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하이 주재 한국기업 간담회’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기업인 C씨는 “16년 전만 해도 한국 컨설팅 기업의 중국 관련 업무는 대부분 우리 기업의 대중 투자 지원 업무로 매년 약 25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지원해 왔으나, 최근에는 우리 기업의 중국 내 사업 청산‧철수‧제3국 이전 등 중국 이탈 관련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한국이 중국 대비 기술이 앞선 분야는 이제는 거의 없다”면서 “대부분의 중국 기업인들은 반도체마저 3∼5년 내 중국이 한국을 앞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하고 “국내의 기업 환경 개선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B씨는 “중국은 신산업 분야의 규제가 거의 없어 업체의 혁신과 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엔 신산업 규제부터 만들어 가고 있어 중국 기업에게 추월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또 한국 내 과장‧왜곡된 중국 관련 인식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D씨는 “중국 지방 정부로의 납품이 거의 결정된 상황에서 국내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보도와 반중 댓글 확산 등으로 인하여 중국 내 반한(反韓) 감정이 번지며 수차례의 납품 좌절을 겪었다”면서 “지중용중(知中用中, 중국을 알고 중국을 활용하자)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씨는 “미·중 갈등에 의한 불확실성은 물론 국내 반중(反中) 감정 확산으로 기업 최고 경영층의 중국 내 투자 결정도 포기되는 사례가 많다”면서 “EU‧미국 등 선진국 주요 기업이 중국 내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추세와 역행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정만기 부회장은 “‘무역량은 국가 간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무역협회의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중국은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면서 “우리 기업의 중국 경영을 지속 유지‧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내 규제 개혁을 통한 기업의 혁신‧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한국무역협회는 규제학회와 공동으로 우리 기업의 창의성과 혁신 역량을 저해하는 국제 기준(Global Standard)과 다른 국내 입법 규제를 발굴하여 정부와 국회에 해당 규제의 철폐를 적극 건의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