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완도인… 특산품 전복으로 세계시장 노크
‘애향심이요? 글쎄요!’
회사명 ‘완도다’를 보고 던진 질문에 대한 우현규 대표의 답변이다.
그는 완도에서 태어나 자랐다. 학업을 위해 완도를 떠났었지만, 졸업 후 오히려 대도시가 아닌 고향을 택했다. 뼛속까지 완도인인 우 대표와 인터뷰하면서 ‘애향심이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지역 대표 특산품인 전복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우 대표는 “청정바다의 미역과 다시마를 먹고 자란 완도산 전복은 영양성분이 우수하다”며 “완도산 전복으로 만든 우리 제품이 세계적인 K푸드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완도 특산품이 가져다준 ‘기회’ = 우 대표는 30대까지 완도에서 몇 가지 사업에 손댔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시장 반응은 별개였다.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주변에서 추천한 사업 아이템이 건어물 유통이었다. 서울 모 백화점이 완도군과 협약해 ‘완도 특산품전’을 열었는데, 이 사업을 맡아보라는 제안을 받은 것. 우 대표는 의욕을 보였다. 지인들에게 물어, 완도 최고급 상품을 찾았다.
우 대표는 “몇 가지 사업으로 확실히 깨우친 것은 상품이 좋아야 성공한다는 것”이라며 “아무리 장터가 좋아도 상품의 품질이 떨어지면 고객은 다시 안 온다”고 말했다.
완도에서만 살았으니 지역 정보는 훤했다. 우수 상품을 선별해 서울로 올라갔다. 고객은 정확했다. 우 대표는 “김, 미역, 멸치 등 약 10종의 건어물을 팔았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소비자들의 품질 평가는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우 대표는 서울·광주 등 대도시를 정신없이 오고 갔다. 한 달에 3차례 백화점 특판 행사를 했다. 1톤 트럭에 건어물을 가득 싣고 1주일 동안 한곳에서 팔았다.
우 대표는 “백화점 특판은 매출이 떨어지면 다시 부르지 않는다”며 “최고의 원물만을 고집하니 꾸준히 판매가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절박한 만큼 열심히 뛴 결과다.
●미래에도 활전복을 먹을까 = 7년가량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특판하던 우 대표는 지역 특산품인 ‘전복’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들었다. 전복은 살아있는 활전복 형태로 판매가 이뤄졌는데, 젊은 층이 소비하는 게 쉽지 않다고 봤다.
“백화점에 점점 간편식이 확대되더라고요. 전복을 먹기 위해서는 솔로 손질을 하고 숟가락으로 살을 떼어내야 하는데 우리 젊은이들이 그렇게 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한 고객께서 ‘활전복을 샀는데 손질이 귀찮아, 냉동고에서 썩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완도의 미래가 걱정됐다. 전복 수요가 줄면 지역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완도에서 전복 판매량만 약 2조 원에 달한다고 우 대표는 말했다.
●전복 판로 위해 ‘완도다’ 세워 = 2019년 우 대표는 결단을 내린다. 젊은 세대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복 식품을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
시작은 막연했다. 좋은 전복을 조달하는 것은 자신이 있었지만, 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별개였다. 식품기획사를 찾았다. 기획사는 우 대표의 취지에 공감했다. 완도 해양바이오 연구센터의 도움도 받았다. 3곳이 의기투합해 6개월 만에 ‘전복 차우더’를 완성했다.
그 해 말 경기도 양평에 있는 리버마켓에서 시연 행사를 열었다. 이틀간 500인분이 넘는 물량이 모두 팔렸다.
우 대표는 “시식하고 가다가 ‘이게 뭐냐고’ 돌아와서 구매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인기가 높아서, 물건을 팔러 온 상인분들도 우리 제품을 구매했다. 당시엔 드디어 ‘대박 나겠다’고 생각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로 판로 막히자 해외로 = 2020년 양산품이 나왔다. 2인분 분량(450g) 냉장용이었다. 식품전시회에 나갔는데 반응이 기대에 못 미쳤다. 분량에 대한 불만이 컸다.
우 대표는 “이때부터 2~3인분이 아닌 1인분 포장이 대세로 넘어갔다”며 “잠재바이어들이 1인분 포장을 요청해서 많이 판매를 못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우 대표는 고심 끝에 이미 만든 2000만~3000만원 분량의 포장지를 포기하고, 1인분 포장으로 변경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시장에 내놓으려는 찰나에 코로나19가 발발했다.
우 대표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겠다는 심정으로 해외로 눈을 돌렸다. 마침 전라남도와 무역협회 등에서 화상 수출상담회를 주선했다. 맛을 봐야 하는 식품이 과연 화상상담으로 수출할 수 있을까? 우 대표 생각은 달랐다.
“화상상담 일정이 잡히면 바로 바이어에게 샘플을 보냈습니다. 미리 먹어보고 상담하자는 취지였죠. 당시 미국, 호주, 일본, 태국, 베트남 등 10여 개국 바이어들에게 샘플을 보냈습니다. 냉장 상품이다 보니 샘플 하나를 보내는데 9만 원가량 소요됐습니다.”
평가는 좋았는데 이번에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냉장상품이 아닌 실온제품으로 만들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유통기한을 12개월로 늘려달라는 요구였다.
이번에는 더욱 손이 많이 갔다. 레시피도 바꿔야 했고 상온 보관을 위해 멸균 값도 높여야 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드디어 실온 보관, 유통기한 12개월짜리 제품을 출시했다. 우 대표는 “제품 개발에 6개월 정도를 예상했는데 실제는 4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완도 전복 판로를 위해 = 완도다는 지난해 수출 10억 원을 포함 매출 2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각각 2배로 확대한다. 이미 미국과 중국 상하이, 베트남 하노이·호치민의 대형마트에 입점해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에는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중이며 대형백화점에도 입점에 성공했다.
우 대표는 회사명 ‘완도다’에 대해 지역상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역의 전복 생산자들이 안정적으로 수확해 팔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완도 전복 차우더’에 이어 지난해부터 ‘완도 전복 리조또’를 개발했다. ‘완도 전복 감바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우 대표는 “외국에서도 완도산 전복을 최고급으로 쳐준다. 대기업들이 가격을 이유로 외국산 전복을 사용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우리 기업들이 맛이 좋고 영양성분도 뛰어난 국산 완도를 많이 소비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