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업에서도 종자산업은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불리며 미래 식량의 주권을 담보하는 기간산업으로, 세계 각국은 종자 주권 확보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우수한 품질의 종자를 개발하고 판매할 때까지 짧게는 7~8년, 길게는 20년까지 걸린다. 이런 종자산업의 특성상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필요한데 이런 점에서 네덜란드는 크게 성공한 나라 중 하나다.
네덜란드 종자 재단(Access to Seeds Foundation)은 전 세계 종자 기업 중 상위 13개 기업을 선정했는데 그중 네덜란드 기업은 라이크즈반(Rijk Zwaan), 베요자덴(Bejo Zaden), 엔자자덴(Enza Zaden)으로 총 세 곳이 선정됐다.
◇‘시드밸리(Seed Valley)’의 태동=지난 2008년 네덜란드 북서쪽 북홀란트 주에 위치한 엥크하위젠의 얀 바스 시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하이테크 산업지역인 실리콘밸리를 본떠 ‘시드밸리’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시드밸리의 표어는 ‘시드 프롬 홀란드(Seeds from Holland)’로, 이 표어에 걸맞게 시드밸리에는 세계 유수의 종자회사가 있으며 매출의 86%를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이 지역에 소재한 기업들은 해외에 종자를 판매할 뿐만 아니라 지역 적응성 시험을 통해 모든 대륙과 기후대에 맞는 종자를 공급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재배되는 채소의 40% 이상이 시드밸리에서 나왔다.
시드밸리에는 엔자자덴, 베요자덴, 바이엘, 하제라, 신젠타 등 30개 기업이 있으며 3500명 이상의 인력이 신품종 연구 개발과 생산에 종사하고 있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종자기업=라이크즈반은 채소 육종과 종자 생산 기업으로 1924년에 설립됐으며 네덜란드 남홀란트 주에 위치한 리르에 본사가 있다.
이 회사는 직원의 40%가 연구개발(R&D)에 참여하며 매출의 30%를 R&D에 투자한다. 전 세계 30개국에 직접 진출하고 100개 이상의 국가와 협업체계를 구축했으며 1500개가 넘는 품종의 작물 종자를 공급한다. 또한 ‘토마토 갈색 주름 과일 바이러스’(ToBRFV)라는 토마토 바이러스에 저항성이 강한 항바이러스 품종을 개발하고 1000㏊의 땅에서 재배 중이다.
1938년 설립된 엔자자덴은 토마토, 파프리카, 상추, 오이와 양파 등을 비롯한 1000여 개의 품종을 개발했다. 전 세계 45국에 지사를 두고 200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베요자덴은 채소 종자의 재배와 생산,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양파, 당근, 브라시카 등 150여 종의 다양한 유기농 품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50종의 채소에 각각 다른 1000여 가지 종자를 개발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작물별 종자 시장=네덜란드 종자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7억8400만 달러였다. 연평균 성장률도 8%나 됐다. 시장이 가장 큰 작물은 토마토로 1억7290만 달러였고 2025년까지 연평균 8.8%씩 성장해 2025년에는 2억225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그 다음은 양파로 1억1890만 달러의 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8%의 성장률을 바탕으로 1억283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파프리카와 오이의 경우 지난해 시장은 각각 9020만 달러와 6350만 달러였다.
◇네덜란드의 채소종자 무역동향=네덜란드는 전 세계 채소종자의 40%를 공급하는 나라다. 이에 따라 채소종자 무역수지도 2022년 14억6714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의 경우 네덜란드에 2091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네덜란드는 채소종자를 수입하기도 하는데 2022년 수입액은 5억9712만 달러였고 미국이 5683만 달러로 9.5%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어 프랑스와 페루에서 각각 5607만 달러와 4800만 달러를 수입했고 한국은 62만 달러로 0.1%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지난해 네덜란드의 채소종자 수출은 20억6426만 달러였으며 스페인이 2억1261만 달러, 10.3%를 차지했다. 멕시코와 미국이 각각 1억8489만 달러와 1억6372만 달러로 뒤를 이었고 한국에는 830만 달러를 수출해 0.4%의 비중을 보였다.
◇우리 기업 시사점=네덜란드 시드밸리에서는 매년 9월 넷째 주에 ‘시드 미츠 테크놀러지(Seed meets Technology)’라는 행사가 열린다. 올해는 26일부터 사흘간 예정돼 있다. 네덜란드 종자기업들은 이 행사를 통해 참관객들에게 종자산업의 역사와 현재, 미래를 소개한다.
만약 한국 업체들이 이 행사에 참여하면 네덜란드 종자기업과 네트워킹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라이크즈반 같은 세계적인 네덜란드 기업과 연구개발 협력이나 연구인력 파견 등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 우수한 채소 종자를 개발해볼 수도 있다.
현지 채소종자기업 윙시드의 마케팅 담당자는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네덜란드 종자 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큰 작물은 토마토와 파프리카인데 두 작물 모두 식감과 향미가 뛰어나다”면서 “이처럼 식감과 향미가 뛰어난 품종 개발을 위해 한국 기업과 적극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KOTRA 암스테르담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