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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석 범일산업 대표

kimswed 2024.02.19 06:35 조회 수 : 3939

금주의 무역인] 신영석 범일산업 대표
 
품질로 뚫은 일본시장… 이제는 ‘K푸드 전도사’
 
 
‘일본이 인정한 품질!’ 범일산업은 1990년대 일본 가전의 자존심인 전기밥솥의 핵심부품인 열판을 현지에 수출한 기업이다. 일본 가전제품 벤치마킹에 한창일 때, 당당히 일본 경쟁사들을 제치고 현지 시장을 뚫었다. 
 
과정이 흥미롭다. 일본 전시회에 나갔는데 일본 기업 관계자들의 눈에 뜨인 것. 기술력에 탁월한 품질이 인정받았다. 여기에는 2세 경영인으로 품질을 책임진 신영석 대표가 중심에 있다. 신 대표는 품질경영을 기반으로 IH코일 그리고 완제품 시장에도 뛰어들어 사세를 키웠다.
 

 
●데이터 분석으로 품질력 향상 = 신 대표는 1990년 범일산업에 입사하자마자 ‘품질관리’ 업무를 맡았다. 회사가 처음 도입한 업무다. 범일산업은 당시 국내 밥솥용 열판 시장의 30% 가량을 점유하고 있었고,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품질을 그렇게 중요시하지는 않았다. 
 
신 대표는 “만들면 팔리던 시절”이라며 “대기업에서 품질경영을 도입하고 고부가가치를 추구하면서 저희도 품질관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품질력은 곧 크게 향상됐다. 신 대표가 5년여 담당하는 동안 열판의 불량률은 처음 15~20%에서 3% 미만으로 낮아졌다. 비결은 ‘데이터 관리’에 있었다.
 
“주조 과정에서 온도, 주입속도, 회전속도 등을 하나하나 엑셀 프로그램에 메모하며 체크했습니다. 온도를 1℃ 높여서 불량률이 낮아지면 그 다음에는 주입속도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수일 동안 모니터링해서 최적의 방법인지 확인했습니다. 불량률이 확실히 낮아진 것을 확인하면 삼겹살 파티를 했죠.”
 
품질 향상으로 회사는 대기업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협력사 최우수상을 수차례 수상했다. 신 대표는 “열판은 전기밥솥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품이다. 열판의 불량률이 낮다는 것은 전기밥솥의 완성도가 높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품질로 뚫은 일본시장 = 신 대표가 주도한 품질경영은 당시 철옹성과 같은 일본 수출시장을 뚫는 쾌거로 이어졌다. 1996년 정부 지원으로 일본 전시회에 나갔던 것이 계기다.
 
“미쓰비시, 샤프, 도시바, 히타치 등 일본의 쟁쟁한 기업들이 부스를 찾아와 저희 제품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견적을 요청했지만, 회신을 하지 못했습니다.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높은 요구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죠.”
 
그렇게 주저하던 범일산업에 어느 날 한 통의 연락이 왔다. 일본 미쓰비시에서 전기밥솥 도면과 샘플을 보낼 테니 견적을 넣어달라는 것이었다. 그 도면은 미쓰비시의 차기년도 신상품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테스트는 11개월가량 지속됐고 최종 승인이 떨어졌다. 당시 일본 대기업들은 협력사 부품에 대해 2년 정도 테스트를 진행했다. 범일산업 제품에 대해서는 높은 신뢰를 보인 것이다. 
 
신 대표는 “저희에 앞서 많은 외국 업체들이 일본 진출을 시도했는데 실패했다. 열판은 국내에서 처음 수출했다”며 “미쓰비시 부사장으로부터 한국에서 수입하는 유일한 부품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수출을 앞두고 신 대표는 마지막까지 품질관리에 전념을 다했다. 내구성 테스트 사례를 소개했다. 수일 동안 가동하는 악조건에서도 발화 등 문제가 발생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원들이 퇴근 후에도 홀로 간이침대에 누워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혹여나 문제가 발생하면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바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범일산업은 전기밥솥용 열판과 IH코일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 전자제품 시장에 진출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태국 방콕에서 5주간 열린 ‘K라면 팝업스토어’ 행사에 참가한 신영석 대표가 정수조리기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범일산업]


 
●25년만의 위기… 신사업으로 극복 = 일본 시장을 뚫으며 승승장구하던 회사는 2005년 위기에 빠진다. 엔저로 인해 일본 수출의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전기밥솥 열판이 IH코일로 급변하고 있던 것. 
 
기존 알루미늄을 녹여 만드는 열판과 IH코일은 완전히 다른 기술이다. 신 대표는 열판을 주물산업, IH코일은 전자산업에 비교했다. 실제로 IH시장은 전자업계가 이끌었다. 
 
신 대표는 특단의 결단을 내린다. IH코일 시장 진출이다. 2008년에 20억 원을 투입해 일본 중고설비를 구입하고 IH코일 인력을 뽑았다. 신 대표는 당시 결단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IH코일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습니다. 일본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도 없었고, 국내에 몇 개 연구 논문만이 있었습니다. 논문들을 본 후 일본 중고설비를 눈으로 보고 나서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심했습니다.”
 
회사는 맨땅부터 IH코일을 개발했다. 덕분에 핵심 불량의 원인을 잡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터미널 휴징(Terminal Fusing) 압착단자와 전선을 완전히 밀착시키는 기술이다. 에너지 낭비는 물론 열의 유출을 막아서 불량 발생 가능성을 차단한다. 경쟁사들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였다. 신 대표는 “품질이 받쳐주니 국내 대기업은 물론 일본에도 수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품회사에서 완성품 회사로 = IH코일 개발에 성공한 회사는 2013년 완성품 시장에 뛰어든다. 새로운 브랜드로 ‘하우스쿡’을 정하고 2015년 IH튀김기, 2016년 정수조리기를 내놨다. 첫 히트상품은 ‘라면조리기’로 알려진 정수조리기다. IH방식의 인덕션에 4단계 필터를 채택한 정수기 그리고 빠른 요리를 위한 온수 급탕 기능을 결합했다. 편의점과 대기업 구내식당 등에 들어갔다. 
 
K-푸드 열기와 함께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미 22개국에 진출했다. 특이하게 아프리카 탄자니아에도 나갔다. 현지 에이전트로부터 연락이 왔고, 탄자니아 도심 무인라면점포에 들어갔다. 신 대표는 “한류 영향으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에서 정수조리기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IH튀김기에 대해서도 잠재력을 강조했다. 유증기가 발생하지 않아 주방은 물론 식당 환풍기에 기름 흔적이 남지 않는 장점을 지닌다. 요리사와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유증기가 노출되는 것을 막는다. 덕분에 빠르게 일본에 수출중이다.
 
신 대표는 고객 만족과 한식 세계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영업자는 범일산업 제품을 통해 운영비 절감과 함께 환경 개선에 도움을 준다. 외국인은 편리하게 한국 음식을 요리할 수 있어, 한식 확산에 기여한다.
 
범일산업은 지난해 약 240만 달러를 수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올해는 미국 등으로 수출 지역을 확대해 500만 달러 수출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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