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올해 세계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중국’입니다. 실제 공급망 차원에서 이 리스크는 확대되고 있는데 중국 정부는 요소에 이어 흑연 수출 금지를 발표하는 등 핵심 원자재의 수출을 제한해 중국 자원에 의존하는 국가들에게 대체 공급망 발굴에 나서게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프리카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는 주요 원자재 세계 매장량 중 백금 89%, 크롬 80%, 망간 61%, 코발트 52%, 원유 10%, 천연가스 8%를 보유하고 있으며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전기자동차 제조에 쓰이는 리튬, 코발트, 백금 등 일부 핵심 광물도 생산하는 등 공급망으로서의 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주요 광물은 리오틴토, 앵글로아메리칸, 글렌코어, 뉴몬트 같은 글로벌 광물 기업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고 원유나 천연가스는 브리티시페트롤륨(BP), 토털 등 에너지 메이저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에 알려진 광물 생산국 외에도 핵심 광물이 소량이라도 매장된 국가들은 글로벌 기업들이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리튬의 주요 생산국은 짐바브웨로 알려져 있으나 말리, DR콩고, 가나 등 리튬이 매장된 다른 국가들 역시 개발이 시작했으며 올해 안에 신규로 생산에 나설 예정입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당연히 광물 자원을 정부의 재정 수입과 외화 수입의 원천으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광업 부문은 아프리카 국내총생산(GDP)의 약 10%, 전체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습니다. 따라서 아프리카의 자원 부국들은 광물 가격에 따라 국가 경제가 좌우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대륙에서 자원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그렇지 않은 국가들보다 경제성장률이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주요 재정 수입으로 자원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원을 원료 그대로 공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최근 흐름은 한 번 정도 가공과정을 거쳐 중간 제품 형태로 수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원료를 수출할 때보다 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고 가공 후의 자원은 부피도 줄어들기 때문에 운송비용을 낮출 수 있으며 현지 제조업에 더 많은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이 가진 장점은 자원 자체에도 있지만 풍부한 노동력도 있는데 자원 개발의 경우 노동집약적인 1차 산업이다 보니 고급 인력 개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지에서 자원을 가공하게 되면 그만큼 관련 기술 인력이 늘어나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돼 경제적으로 유리합니다.
현재 DR콩고, 나이지리아, 나미비아, 짐바브웨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및 저탄소 기술에 사용되는 수요 높은 주요 광물에 대해 원자재 수출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광물 채굴에만 몰두하던 기업들이 현지 가공을 위한 설비 등에 투자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고전 중인 아프리카 국가들의 원자재 현지 가공 정책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선결 과제도 있습니다. 먼저 대부분의 국가는 광물 가공을 위한 사회 인프라가 열악하고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합니다. 관련 규제가 명확하지 않고 인센티브 제도와 같은 투자 환경도 불분명해 부패 관련 리스크도 상존합니다. 아프리카연합(AU) 등 지역 기구들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해결책이 쉽게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탄소 중립에 대한 지속 가능한 개발 시나리오에 따르면 기후 변화 및 에너지 전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흑연, 코발트, 니켈, 리튬 등 4대 주요 광물 수요가 2040년까지 급증할 전망입니다. 리튬은 13~42배, 흑연은 8~25배, 코발트는 6~21배, 니켈은 7~19배까지 수요 증가가 예측되는 가운데 이들 원자재를 보유한 아프리카는 분명 공급망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많은 국가가 이미 아프리카 국가들과 공급망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주요 생산국과 공동으로 코발트, 구리, 리튬, 아연 탐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고 유럽 각국 정상들도 앞다투어 아프리카 자원 부국들을 방문해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역시 아프리카를 주요 파트너로 인식하고 계속해서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고 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한 KOTRA 요하네스버그 무역관은 “우리도 공적개발원조(ODA)를 넘어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 분야를 확대하고 호혜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도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과정에서 무역 사기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면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며 투자 진출 시에도 다양한 리스크와 자본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