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무역인 박창기 쓰리스타 대표

kimswed 2024.03.04 06:25 조회 수 : 1463

금주의 무역인] 박창기 쓰리스타 대표
 
맨해튼에서도 인정한 재난기업가의 인생작 ‘발열팩’
 
 
박창기 쓰리스타 대표는 본인을 ‘재난기업가’로 소개한다. 2007년부터 재난용품만을 개발했다. 
 
아이템 선정 과정이 흥미롭다.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려는 일념 때문이다. ‘시장성’보다는 ‘사명감’으로 사업을 했다. 그러다 보니 고충이 많았다. 그래도 신념을 믿고 지금까지 달려 왔다. 
 
그렇게 10년이 넘게 개발한 발열팩은 국내외에서 서서히 빛을 발한다. 미국과 일본 시장에도 진출에 성공했다. 박 대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재난기업으로 전 세계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쓰리스타는 발열팩 개발 10여년 만에 미국과 일본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인천시 부평구 쓰리스타 포장라인에서 발열팩을 소개하는 박창기 대표 [사진=김준배 기자]
●이민 후 느낀 ‘조국애’ = 1990년대 말 40대에 생활용품 사업으로 성공의 맛을 본 박 대표는 2000년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현지의 삶은 기대와 많이 달랐다. 무엇보다 정체성에 혼란을 느꼈다. 
 
박 대표는 “미국에 있는 동안 제 자신을 희생할 만큼의 사명감과 명분을 찾질 못했다”고 토로했다.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 것. 그리고 남의 나라가 아닌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하자고 결심한다. 
 
박 대표는 “가족의 만류도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었다”고 당시 귀국 결정을 내린 배경을 말했다.
 
●국가에 헌신할 아이템을 만들자 = 귀국 후 국가에 필요한 아이템을 찾았다.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상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수년간의 고민 끝에 찾아낸 아이템이 ‘액자 소화기’다. 미국에서의 생활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미국에서는 가정집은 물론 생활시설 곳곳에 소화기가 비치돼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없었다. 
 
박 대표는 그 이유로 ‘소화기의 외관’을 들었다. 짙은 붉은색의 소화기를 눈에 띄는 곳에 비치하는 것을 꺼린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액자 소화기’다. 언제나 쉽게 찾을 수 있으면서도 보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이때부터 난관은 시작됐다. 박 대표는 “액자 소화기 형식 승인을 받는 기간만 3~4년이 소요됐다”고 전했다. 어렵게 기준을 맞췄지만 시장성은 또 다른 문제였다. 가격은 높았고 인지도는 낮았다. 7년가량의 시간이 지난 후 박 대표는 사업 중단을 결심했다.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 대표의 반응은 의외였다. 
 
“고생을 계산하는 성격이 아닙니다. 대중화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국가 형식승인을 받은 만큼 언젠가는 사용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냉혹한 현실을 느끼면서 미래를 기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난 대비용 ‘발열팩’ = 재난기업가 박 대표의 두 번째 아이템은 발열팩이다. 2009년 개발에 착수했다. 자연재해와 같은 재난이나 전쟁 시 음식 가공을 위한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는데 착안했다. 현재 쓰리스타의 주력 상품이다. 숯이 함유된 친환경 발열체로 약간의 물만 있으면 98℃의 열을 발생한다.
 
개발 과정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박 대표는 “국가 표준이 없어 더 개발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겨울 필수품이 된 핫팩은 인증과 규격이 정해져 있어서, 개발 방향이 쉽게 정해지는데, 그에 반해 발열팩은 그렇지 않았다. 기준이 없으니 만들면 기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시장은 반대였다. 아무도 신뢰를 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세계적으로도 아직 명확한 규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발열팩 보급은 쉽지 않았다. 박 대표는 “전시회에 나가면 ‘아직도 발열팩을 만드느냐’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국가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논문과 국내외 실험 사례를 참고해 인체에 무해한 제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소비자의 반응을 꾸준히 체크하며 시장의 요구에 맞춰 나갔다. 
 
박 대표는 “시장의 풍파 속에서 10년 이상을 묵묵히 달렸다”며 “그 결과, 물 한 컵만 발열팩에 부으면 온도가 98℃까지 올라가 어떤 환경에서도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재난 극복 필수아이템이 탄생했다”고 소개했다.
 
한번은 육군에서 쓰리스타의 발열팩에 관심을 가졌다. 전투식량용 에너지원으로 검토한 것. 하지만 박 대표는 ‘부적절하다’고 오히려 공급을 고사했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반합(밥을 지을 수 있는 큰 그릇)은 알루미늄인데 여기에 발열팩을 사용하면 서서히 산화가 되기 때문이다. 장병들의 건강이 걱정된 것. 
 
박 대표는 “군 관계자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했고 ‘고맙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대신 스테인리스 반합을 개발했다. 군에서도 검토했지만, 가격이 문제였다. 박 대표는 이후 전투식량용 파우치를 개발해, 납품했다.
 

 
●해외에서 연이어 터진 희소식 = 쓰리스타 발열팩은 2010년대에 불기 시작한 캠핑 열풍과 함께 입소문을 타고 소비가 늘었다. 박 대표는 “별도로 홍보를 안 했음에도 캠핑 애호가들이 사용 후기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해외 시장을 두드렸고, 성과는 2021년부터 나타났다. 시장은 미국과 일본이었다. 
 
미국은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퐁뒤(Fondue)’ 레스토랑이었다. 퐁뒤는 작은 항아리에 치즈를 녹여 음식을 찍어 먹는 알프스 전통 요리다. 기존에는 치즈를 녹이기 위해 양초를 사용했는데 이게 지속시간이 15~20분으로 짧은데다가 거북한 냄새에 화재 위험까지 있었다. 반면 발열팩은 이런 단점들을 모두 없앴으니,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채택한 것. 
 
박 대표는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과정을 정확히 몰랐다. 미국에 진출한 에이전트를 통해 흘러들어간 것으로만 추정했다. 맨해튼 레스토랑은 처음에는 소량을 주문했는데 지금은 매달 1500개를 주문한다. 박 대표는 “재난용품으로 개발했는데 미국 대도시 중심부에 들어갔다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일본 시장 진출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일본 생활용품 대기업과 주문자상표제작방식(OEM)으로 계약을 맺고 올 1월부터 수출하고 있다. 수출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일본 기업 관계자가 회사의 철학을 물어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재난기업가로 역사에 남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아이템을 만들고 싶었다’고 답했는데, 그것을 높이 평가했다는 것. 그 후 1년 동안 신뢰성 검증을 받았다.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박 대표는 “제가 만든 제품이 어려운 재난 환경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수출 계획에 대해 “일본과 미국에 꾸준히 나가다보면 입소문을 타고 다른 나라 바이어들이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걸어온 길이 이제야 열리는 것 같다”며 “역사에 새겨질 그 날을 기대하며 위안을 찾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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