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대체식품으로 글로벌 도전하는 귀뚜라미 박사
이삼구 239바이오 대표의 이력은 특이하다. 잘 나가던 기계공학과 교수였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식용곤충에 꽂혀, 완전히 새로운 길을 걸었다.
교수 출신답게 제대로 곤충을 연구했고, 지금은 ‘귀뚜라미 박사’란 애칭을 듣는다.
이 대표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대체식품, 대체단백질 분야의 글로벌 대표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체단백질에 눈을 뜨다 = 이 대표는 전북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출신이다. 2010년대 초반에 ‘마르퀴스 후즈 후’ ‘미국인명연구소(ABI)’ ‘국제인명센터(IBC)’ 세계 3대 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렸고, 500억 원짜리 대형 연구 과제를 수행할 정도로 촉망받았다.
그가 어떤 이유로 곤충 박사가 됐을까. 밀입자 분야 권위자였던 그는 ‘식량 증산 및 방재’를 주제로 한 UN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회의에서 최대 40km에 달하는 살포 농약의 도달 범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다른 연사들의 발표를 듣다가 ‘대체단백질’에 대해 접했다.
“해외 주요국들이 지구온난화 문제 해법으로 대체단백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었습니다. 반면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연구조차 없었습니다. 고민하다가, 제가 직접 나서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공학박사가 식용곤충 전문가로 = 국내에 돌아와, 바로 대체단백질 찾기에 돌입했다. 연구 장소는 집이었다. 서재로 쓰던 방 하나를 3개 층 총 8칸으로 공간을 나눴다. 그리고 귀뚜라미, 지렁이, 밀웜, 굼벵이 등 곤충들을 구해서 키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환경에 가장 적합한 곤충을 찾기 위해서다.
집에서 연구하다 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다. 한번은 해외 출장을 갔다 왔는데 그사이 곤충 개체 수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것. 이 대표는 “곤충이 한 번에 수백 개씩 알을 낳는데 이게 날씨와 맞물려 제대로 증식해 집안 온 곳에 퍼져 있었다”고 말했다.
곤충의 빠른 증식을 확인한 이 대표는 유용성 실험에 착수했다. 학교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외곽에 비닐하우스를 마련하고 곤충을 키웠다. 하지만 곧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 농가 주민들이 벌레가 많이 늘었다며 비닐하우스 철거를 요청한 것.
이번에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옮겼다. 그리고 컨테이너를 마련해, 곤충을 키웠다. 여기에서 찾아낸 곤충이 ‘귀뚜라미’다. 곤충 대부분은 동면에 들어가는데 귀뚜라미는 그렇지 않았다. 증식도 활발해, 대량 사육에 가장 적합했다.
본격적인 사업화를 위해 정부에 손을 내밀었는데, 소득은 없었다. 이 대표는 “정부는 식용곤충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지원금이 없어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너나 먹어라’ 비아냥거림 시달려 = 상용화 과정에서 난관은 많았다. 이 대표는 “대체식품을 권하면, 모두가 비웃었다”며 “‘너나 먹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개발을 이어갔다. 처음 1개동이었던 컨테이너는 곤충 개체 수가 늘며 15개동으로 늘었다. 각 컨테이너에는 당뇨, 발모, 간 기능 개선 등 연구 분야를 정해 놨다.
그리고 확인된 결과는 바로 특허로 출원됐다. 이 대표가 확보한 특허는 이미 13개에 이른다.
이 대표는 “국내에 대체식품 연구자가 많지 않아, 출원은 곧 등록으로 연결됐다”고 소개했다. 이 기간 연구 과정 및 결과를 담은 ‘귀뚜라미 박사 239’라는 책도 출간했다.
239바이오는 2016년 7월 설립했다. 사명이 흥미롭다. 2013년에 파리 출장을 갔는데 당시 탔던 버스 번호가 239번이었고, 국내에서 곤충 배양을 위해 확보한 땅의 주소가 239번지였고, 시식회를 연 곳의 주소 역시 239번지였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세 차례나 숫자와 제 이름이 일치하자,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고 전했다.
●호평에도 판로 확대 어려움 겪어 = 첫 상품은 당뇨 개선용 대체식품이었다. 시제품 개발 후 오랜 시간 검증했다. 20년간 당뇨를 앓으며 인슐린 주사를 맞던 60대 환자가 주사를 끊는 등 여럿 입증 사례를 확인했다.
이 대표는 “‘현대의학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이때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상품은 2019년 출시됐다. 귀뚜라미를 살균해 조분했고 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곡물을 추가했다. 한 끼 식사 대용으로 편하게 물에 타서 먹는 간편식이었다. 당시 의학적으로 기전을 규명한 논문을 함께 발표했다.
그래도 판로 개척은 쉽지 않았다. 이용자 만족도는 높았지만, 첫 시식의 설득이 어려웠다. 국회에서 세미나도 하고 언론 노출도 했지만, 이용자 증가 속도는 더뎠다. 그 와중에 코로나가 터져, 시식 행사 등 마케팅 기회는 더욱 줄었다.
이 대표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겠다는 심정으로 유튜브 채널 ‘이삼구박사TV’를 개설했다. 판단은 옳았다. 유튜브를 통해 입소문과 함께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 심지어 해외에서도 반응이 있었다.
이 대표는 “미국, 일본, 중국 심지어 중동의 암만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인도의 초등학생으로부터 239바이오 식품을 먹고 당뇨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는 감사 편지를 받기도 했다.
●모리셔스 정부, 임상실험 나서 = 이 대표는 과거부터 알던 외국 교수들에게 대체식품 개발 소식을 전했다. 이 내용이 돌고 돌아 아프리카 모리셔스 정부로 들어갔다.
당뇨 퇴치에 관심이 많던 모리셔스 정부는 자체 검토를 거친 후 239바이오 제품을 대상으로 임상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이 대표는 UN FAO(유엔세계식량농업기구)의 식용곤충 부문 한국 1호 이해당사자(Stake Holder)로 지정될 정도로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다. 모리셔스 정부의 임상 결과에 따라 수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삼구 대표는 “모리셔스 정부가 채택하면 아프리카는 물론 중동과 유럽으로 나갈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리며, “대체식품과 메디푸드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