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입 부품·재료 국산화의 꿈을 이루다
글로벌 굴지의 반도체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에이텍솔루션 박병호 대표. 그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 재직 당시 외산 부품 수리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창업을 결심했다. 그리고 세계 최고를 위해 주변의 만류에도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여 투자했다.
성공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투자를 이어갔고 결국 수익 실현과 함께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놨다. 지금은 웨이퍼 재생 분야 세계 최고 기업이 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비싸고 불편한 수입 부품의 국산화 = 1989년 삼성 반도체 사업부에 입사한 박 대표는 당시 최고의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협력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외산 부품과 재료의 의존율이 높았는데, 이들 외국기업의 협조가 쉽지 않았다.
박 대표는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외국 공급사는 부품 하나가 아닌 전체 교체를 요구했다”며 “마치 키보드 하나의 자판에 문제가 있는데 키보드 전체를 바꾸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토로했다. 비싼 가격을 들여서 도입했는데 애프터서비스(A/S)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
박 대표는 “우리가 1등을 하기 위해서는 1등 협력사가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다.
●최고가 되기 위한 도전 = 2004년 삼성에서 나와 5년간 외국계 반도체 기업에서 경영기법을 배운 박 대표는 2009년 반도체 부품회사 에이텍솔루션을 설립한다.
첫 아이템은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가스 유량계 MFC. 일본 제품을 들여와 국내에 공급하고, AS 등 관리도 책임졌다. 반도체 업계에서 20년 동안 배운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요처인 국내 반도체 기업을 도왔고, 인정도 받았다.
박 대표는 이때부터 과감한 투자를 펼쳤다.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최고의 설비를 갖췄다. 덕분에 고객의 만족도는 높았다.
MFC 공급을 통한 매출이 어느 정도 늘어나자, 또 하나의 도전에 나선다. 반도체 핵심인 웨이퍼 재활용 사업이었다. 웨이퍼 가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불량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작업이다.
박 대표는 당시 반도체 시장의 무한한 잠재력을 확신하고 100억 원에 달하는 웨이퍼 클리닝 장비를 마련했다.
외부에서 상당한 자금을 끌어들였다. 여기에 클린룸 역시 당시로는 최고 수준인 ‘클라스1’으로 구축했다.
클린룸 설치에 통상 평당 500만 원이 들었는데 클라스1을 고집해 평당 1500만 원이 소요됐다. 주변에서는 ‘중소기업이 그렇게까지 투자할 필요가 있느냐’고 우려했다. 박 대표는 단호했다. 미래에 대한 투자였다.
과감한 결단은 기술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수년의 격차가 존재하던 일본 경쟁사를 5년 만에 따라잡았다. 게다가 에이텍솔루션만의 기술력도 확보했다.
박 대표는 “우리는 웨이퍼를 약 2~3마이크론 깎아 내지만 해외 경쟁사는 40~50마이크론을 깎았다”며 “덕분에 우리는 웨이퍼를 3~4번 재활용 가능했다”고 소개했다.
●투자를 ‘결실’로 = 박 대표는 투자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누구나 무리한 투자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하지만 현재만 보고 움직인다면 미래는 없다”며 “경쟁력 있는 제품을 지속해 발굴하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설비가 필요하다. 미래에도 쓸 수 있는 설비를 갖춰야 하고, 이를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과감한 투자는 ‘고객 확보’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박 대표는 “설령 가격이 비싸더라도 경쟁사 제품을 통해 100의 가치를 창출하는 데 반해 우리 제품은 105의 가치를 창출한다면 고객들은 우리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과감한 투자에 따른 불안감은 없을까. 투자는 성공하면 과감한 결정, 반대면 무리한 결정이다.
“사업가는 직감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시점에는 과감히 질러야(투자해야) 한다는 판단이 섭니다. 그때는 더 큰 수익을 보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히 투자해야 합니다. 리스크 없이 수익을 볼 수 있는 사업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직감이라고 표현했지만, 박 대표는 연구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 5~10년 후 미래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다. 하루에 1시간은 책에서 손을 떼지 않고, 시간만 되면 조찬간담회에 나간다.
박 대표는 “저희 사업 분야는 잘 알지만 다른 분야는 전문가에게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단을 내릴 때는 ‘4~5년 후 수익 창출 여부’를 본다. 투자 단행하고 2~3년 후부터 매출이 발생하고, 그리고 1~2년 후 수익을 구현한다면 충분히 투자 값어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2~3년과 4~5년의 기준은 직감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30년 웨이퍼 재생 글로벌 넘버1 목표 = 회사는 2017년 재생 웨이퍼를 중국에 처음 수출했다. 국내에서 인정받자, 중국에서 먼저 찾아왔다.
수출 물량은 처음 100만 달러에서 꾸준히 증가하며, 2022년도에는 990만 달러에 이르렀다. 현재 재생 웨이퍼 분야에서 글로벌 3위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수출처는 반도체 업계를 대표하는 굴지의 기업들이다.
박 대표는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2030년에는 글로벌 1위를 목표로 잡았다”고 밝혔다.
도전은 이어진다. 기존 실리콘 웨이퍼에서 실리콘 파츠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회사의 투자 DNA 그리고 우수 기술진이 존재하는 만큼, 성공을 확신했다.
박 대표는 “20~30년 경력의 반도체 전문가 10명이 개발을 주도한다”며 “이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연간 100억 원가량을 투자한다.
박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꿈’을 말했다. 5년 또는 10년 후 무엇이 될 것인지 꿈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박 대표는 “5년 후 장사를 시작한다면 임대료는 어느 정도이고, 월 매출은 얼마나 될지 고민해야 한다”며 “그리고 여기에 맞춰 계획을 세워 하나둘 실천하다 보면 성공에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도전이 즐겁다. 지금까지 도전이 실패로 끝난 적은 없다”며 “도전해야 지치질 않는다. 오히려 도전할 목표가 없으면 게을러지고, 지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