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 여러분! 신년 휴가는 잘 보내셨는지요. 개인적으로는 베트남에서의 신년휴가가 한국에서의 빡빡한 일정보다 다소 여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금번 칼럼에서는 오랜만에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고자 합니다. 잠시 베트남에서의 복잡한 법률문제를 떠나 한국에서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매우 유익한 것으로 생각되고 가끔씩 한국 사정에 돌아보는 여유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 국민참여재판제도(배심원제도) “유전무죄, 무죄유죄”, “전관예우” 등 사법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하여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건의한 국민참여재판제도가 금년부터 시행되었고, 2월경 대구지방법원에서 첫 공판이 열리며 곧이어 청주지방법원에서 다른 사건의 공판이 열리게 된다고 합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및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규칙”은 이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사건은 살인, 강도, 강간, 뇌물관련범죄 등 중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이고, 법원은 국민참여재판을 받기를 원하는 피고인의 동의서면을 징구하여 피고인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여야 하며, 한편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는 경우 반드시 국선변호인을 지정하여야 합니다. 배심원 수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하여는 9명, 기타 범죄사건의 경우에는 7명으로 정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조정할 여지가 있으며, 5명 이내에서 “예비배심원”을 둘 수 있습니다. 배심원 후보자는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배심원 선정 기일에 반드시 법원에 출석해야 하고, 배심원 후보자의 학교나 직장이 배심원 수행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배심원은 출석 일수에 따라 일당과 운임 및 식비를 지급받게 됩니다. 다만, 법률은 배심원의 평결과 양형에 대한 의견은 법원과 판사를 구속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민참여재판은 변형된 배심원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제도가 성공할 수 있을 지에 대하여는 증거법과 공판절차의 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많으나 그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한 재판을 만들겠다는 배심원의 “책임감”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법률상 배심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서 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200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으며, 법정에서 선서를 하여야 하고, 재판 내용은 속기나 녹취 또는 촬영되어 법원에 보관될 뿐만 아니라 배심원이 재판과 관련한 비밀을 누설할 때에는 징역 6월 이하, 재판과 관련하여 금품수수의 약속, 수수, 요구 등을 할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상의 문제보다도, 민주시민으로서 국민의 인권을 스스로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의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배심원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법원의 출석통지를 어떤 변명을 해서라도 외면하고자 할 것이며, 10만원의 수당에 불평할 것이고, 대기실에서 하루 종일 보내는 시간을 감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국민참여재판제도는 국민의 의식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제도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되므로 이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하여 교민 여러분도 눈과 귀를 열어두시기를 바라는 심정입니다. ● 재정신청제도의 확대 한국의 형사소송법은 원칙적으로 검사만이 수사지휘를 할 수 있고, 법원에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검사의 권한은 막강할 수밖에 없는데, 변호사 생활을 하다보면 피해자분들이 검찰에 고소, 고발을 했었는데 담당검사가 불기소처분을 해서 가해자가 처벌받을 기회조차 없었다고 불평을 하는 사례가 참으로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헌법재판소에 제기하는 헌법소원 이외에 재정신청제도라는 것이 있는데, 이 제도는 공무원이 직권남용 등 극히 일부의 해당범죄만이 적용대상이므로 사실상 국민의 사법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어 모든 고소 사건에 대하여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하는 경우 관할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고, 벌써 지난 한달 간 재정신청사건은 770건이 접수되었다고 하니 그 숫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가족관계등록제도 금년 1월부터는 “호적”이 폐지되고 국민 각각 개인별로 “가족관계등록부”가 작성됩니다. 기존의 “본적”이 없어지면서 용이하게 변경될 수 있는 “등록기준지”라는 개념이 도입되는데, “가족관계등록제도”는 호주제 폐지, 부성원칙의 수정, 친양자제도의 도입, 성·본 변경제도 등이 반영되어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헌법이념이 보다 구체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에 호적등·초본에 한꺼번에 나왔던 인적사항 및 호주·가족관계는 ① 가족관계증명서, ② 기본증명서, ③ 혼인관계증명서, ④ 입양관계증명서, ⑤ 친양자관계 증명서 등 5개로 세분화되어 발급된다는 점을 교민 분들도 인지하시고, 한국에 들어가셔서 호적등본을 왜 발급해주지 않느냐고 따지시는 일은 없으셔야 하겠지요. ● 성·본 변경제도, 친양자제도 지난 달 31일 대법원은, 1월 자녀의 성과 본을 바꿔달라는 청구가 전국적으로 6,181건이 접수되었다고 합니다. 금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민법은 자는 父의 성과 본을 따르되, 부모가 “혼인 신고 시” 母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합의한 경우에는 母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으며, 子의 복리를 위하여 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이혼한 여성이 재혼해 전남편과 사이에 얻은 자녀를 기르는 경우 새 아버지의 성과 본으로 바꿀 수 있고, 다만, 가족관계증명에는 친아버지가 그대로 나오므로 가족관계증명서도 새아버지가 아버지로 표시되도록 하려면 입양을 해야 합니다. 개정 민법은 ① 3년 이상의 부부가 친 양자를 공동입양하거나 또는 1년 이상의 부부가 친생자를 친양자로 입양하고 ② 친양자로 될 자가 15세 미만이며 ③ 친양자의 친생부모가 친양자 입양에 동의하게 되면 가정법원에 친양자 입양을 청구함으로써 당해 친양자를 “혼인중의 출생자”로 보고 자녀의 성과 본은 모두 양부의 것으로 되도록 하며, 입양 전의 친족관계는 모두 소멸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벌써 시행되었어야 하는 제도가 아닐까요. ● 성폭력사범의 전자팔찌 시행등 금년부터는 충동적 이혼을 막는 “이혼숙려기간제”, 고액체납자에 대한 엄격한 제재를 골자로 하는 고액, 상습체납자 감치제도가 도입되고, 전자선하증권 발행을 골자로 하는 상법개정(8월 시행)이 이루어졌으며, 성폭력사범의 재범방지를 목적으로 성폭력사범에 전자팔찌를 착용하게 하고, 위치추적장치를 휴대케 하는 제도(10월 시행) 등이 도입됩니다. 베트남에 있는 동안 중요한 제도들의 변경이 참으로 많군요. 한국으로 돌아가서 적응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합당한 제도들의 도입이므로 반가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