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창근

kimswed 2008.11.25 12:30 조회 수 : 2340 추천:708





충고

글 : 이 창 근


난 7월 중순에 한국의 미스코리아 50여명이 호찌민을 방문했다. 장 재구 한국일보 회장이 인솔하여 왔는데 미스코리아 진은 냐짱에서 열리는 미스 유니버스에 먼저 참가하고 2007년도 미스 선과 미 그리고 2008년도 미스 코리아 후보들이 호찌민에 먼저 들려서 한복 패션쇼와 함께 다양한 장기자랑을 하여 200여명의 교민과 베트남인들을 감동시켰다. 오랜만에 쭉쭉 빵빵 미인들이 눈을 즐겁게 했으며 금상첨화로 필자 바로 옆에는 미스 코리아 선과 미 두 명이 앉아서 한국 최고의 미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런데 옥에 티라고 할까 한 가지가 눈에 거슬렸다. 미스 선은 약간 글래머였고 미스 미는 베트남 여인들과 같이 호리 낭창한 몸매였다. 그러므로 미스 미가 아오자이를 입어야 하는데 글래머인 미스 선이 아오자이를 입어서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장 회장에게 충고하기를 하노이에서 패션쇼를 할 때는 아오자이를 미스 미에게 입혀야 어울릴 것이라고 했는데 그 충고가 받아들여졌는지 않았는지 확인을 해 보지 않았지만 아마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라 예상한다.

40세를 불혹의 나이라고 한다. 불혹이란 말은 유혹에 빠지지 않게 되는 나이라는 뜻일진대 과연 그럴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가장 유혹에 잘 빠지게 되는 나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대가 그만큼 변한 것이다. 공자가 살던 시대에는 그렇다는 것이고 지금은 아마 60세가 되어야 불혹의 나이가 아닐까? 불혹이라는 말이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이라면 그것이 맞을 것이다. 한국인들은 40세 부터는 남의 충고를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충고해 봐야 본전도 못 찾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골프를 할 때 가장 충고를 많이 하고 싶은 때가 핸디캡 18 정도가 아닐까? 태권도로 말하면 초단 정도가 된다고나 할까? 싸우고 싶고 뭔가 증명해 보이고 싶은 때이다. 동반자가 배우자일 경우에는 매번 Shot을 할 때마다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런데 배우자 보다 더 못 치면서도 충고가 잔소리가 되게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골프에서는 충고를 해달라고 할 때 충고해야 맞다. 가뜩이나 공이 럭비공처럼 날아다니는데 충고를 해 봐야 짜증만 더 나게 하는 것이다. 스스로 지쳐서 원조를 요청할 때 원조를 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이 원조해 달라고 하지 않는데 원조를 하는 경우와 비슷하다고 하면 좀 잘못된 비유일까?

며칠 전 한국에서 온 유명 변호사 한분이 필자를 저녁에 초대하였다. 베트남은 법률시장이 개방이 되어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은 법무법인이 진출하였는데 1,500개 정도의 진출기업과 새로 진출하려는 기업들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베트남 회를 즐기면서 비행기에서 산 진짜(가짜가 진짜보다 훨씬 많다고 하니) 고급양주를 마시면서 10명 정도가 즐거운 담소를 하였다. 그 대표 변호사는 필자가 그동안 만난 5명의 대표변호사보다 더 개방적이고 소탈하여서 형식보다는 실제를 더 중요시하는 분이었다. 

폭탄주로 모두가 얼큰해 진 상태가 되었을 즈음, 그 분은 옆에 앉은 전날의 골프 동반자였던 분에게 충고를 하였다. “동반자 세 분 모두 좋은 분인데 고쳐야 할 점이 있어요. 왜 내가 Shot이나 퍼팅하는 도중에 먼저 가버립니까? 매너에 어긋난 일이지요.” 그렇다. 베트남에는 그런 골퍼들이 참 많다. 상대가 샷을 하거나 퍼팅을 하는 것을 보지 않고 먼저 가버리는 골퍼들이 많다. 그런데 그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느끼지 못한다. 그 충고를 들은 분도 호찌민의 유지이며 평소 매너가 나쁘다는 소리를 듣지 않았던 골퍼이다. 그래서 갑자기 그 충고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얼떨떨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선배인 그 변호사 분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적이 없는데요. 잠시 그늘로 가서 기다리면서 퍼팅을 보고 있었으며 다른 2분도 매너가 좋은 분들인데요......”

술이 취해 가면서 분위기가 차츰 험해지고 있어서 필자가 끼어들었다. “제가 양쪽의 말을 들어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가며 중립의 입장에 서게 됩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말해봐야 두 분 모두에게 어필하지 못할 것 같으니 다음에 골프칼럼에 제 의견을 쓸 테니 그 글을 보고 피차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면서 화재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유명한 변호사에게 말해봐야 본전도 못 찾을 것이 뻔하고 충고를 듣고 오히려 억울한 느낌이 드는 사람도 스스로 느끼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말해봐야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필자가 그 라운드에 동반하지 않았지만 그 분들의 대화로 미루어보아 아마 이런 상황이었으리라 추정해 본다.

1. 변호사에게 초대받은 다른 3분은 평소 서로 내기를 자주하여 서로 원수를 갚아야 하는 상태이다.
2. 그 날도 세분은 칼을 갈고 왔으며 내기를 하였는데 그 변호사는 내기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것이 원인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골프장에서 내기를 하면 내기를 하지 않는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내기에 열중하다 보니 내기하지 않는 사람이 잘 치든 못 치든 관심 밖에 나게 되는 것이고 따라서 그 사람의 샷이나 퍼팅을 눈여겨보게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가면서 자기들끼리 상대의 실수를 통쾌해 하고 잘 치면 은근히 구찌펀치를 넣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그 3명은 자기들의 결례를 까맣게 잊고 있을 것이고 충고한 사람은 괘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이리라. 그러므로 내기를 하면 충분히 핸디를 받고 내기에 동참해야 그런 서러움을 당하게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결론이 아니다. 내기를 하든지 안 하든지 내기하는 사람들은 내기하지 않는 사람의 퍼팅도 끝까지 보면서 잘 치면 “Great!” 실수하면 “참 아깝네요...” 하면서 관심을 가져야 매너 있는 골퍼라고 칭송 받는 것이다.

결론은 충고하는 변호사의 말이 맞으니 충고를 들으면 일단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싱글 골퍼가 아니면 받아들이려는 마음의 여유가 없으므로 내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그런 기분 나쁜 취급을 피할 수 없게 됨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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