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도박중독환자들 포화상태

kimswed 2008.12.18 10:03 조회 수 : 2398 추천:719



글 : 한 영 민

주일 전 50대의 박모라는 교민이 캄보디아에서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의 조사가 나와야 그 원인을 상세히 알 수 있겠지만 주위 사람들의 전언은 호치민이 카지노에서 고리의 사채, 꽁지라고 불리는 돈을 빌려 쓰고 갚지 못한 채 캄보디아로 도망간 것이 그의 마지막 행적이라는 전언이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그리 큰 돈을 빌린 것도 아닌데 왜 자살까지 했는가 하며 갸우뚱 해 보지만 도박이라는 수렁에 빠진 이의 절박한 심정을 누가 가늠 할 수 있겠는가?

도박으로 패가맹신 당하는 교민은 이미 부지기수다. 이미 그런 연유로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고, 직장도 잃고 가정도 파괴된 예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도박 퇴치운동, 가동하고 있는가?

최근 호찌민의 한인사회를 들썩하게 만든 대형 사건이 터졌다. 호찌민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대형 음식점의 주인이 곗돈을 챙겨 달아난 것이다. 그런데 실상을 알고 보니 곗돈뿐만이 아니라, 여기저기에 빌린 돈과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식품을 납품 받고 지불하지 않는 돈 등 그 피해액이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기백만 불에 달한다는 소문이다. 그러나 정작 자취를 감춘 그 음식점 주인이 챙긴 돈은 그 액수에 비해 초라한 금액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 그 내용을 아는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니 자신이 그 돈을 챙긴 것도 아니라면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간 것인가? 알고 보니 또 카지노다. 그 음식점 주인은 거의 매일 카지노를 드나들며 도박을 해서 많은 돈을 잃은 탓에 그런 사기극을 벌리고 도망갔다는 얘기다.
지난 년 말, 50대 중반의 교민이 카지노에서 돈을 잃고 캄보디아로 가서 스스로 목숨을 버린 사건이 발생된 지 몇 개월도 되지 않아 또 교민사회를 술렁거리게 할 사건이 카지노를 원인으로 또 일어난 것이다.

이 새로운 사건이 교민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또 다시 도박으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우리는 안다, 그런 술렁거림이 있건 말건 여전히 사람들은 카지노를 드나들며 돈을 날리고 회사를 말아먹고 또 가정을 파괴할 것이라는 것을.
지난 번 캄보디아의 자살 사건이 일어난 후 대한 노인회 베트남 연합회와 해병 전우회가 작년 말 송년회를 겸한 모임에서 합동으로 도박근절을 위한 우리의 행동이라는 선언문을 배포하며 교민사회에서의 도박 퇴치를 위해 전 교민이 참여하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다짐한바 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여전히 교민들은 내 돈으로 내가 도박하는데 누가 뭐라 하느냐는 듯이 카지노에는 한국인 고객이 성황을 이룬다.
도박 퇴치는 구호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혹자는 아무리 도박의 위험성을 알리고 난리를 쳐도 카지노 갈 사람이 안 가겠냐고 그 운동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 그렇다, 아무리 말려고 그런 도박행위가 범죄라는 것을 새삼 강조해도 용감한 한국인은 그에 굴하지 않는다.
결국 사회분위기가 문제다. 도박행위는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는 죄악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누구나 자랑스럽게 카지노를 드나드는 행위는 점진적으로 삭으러 들고 결과적으로 카지노 출입횟수가 줄어든다면 도박으로부터 한 두 사람이라도 구제될 수 있다는 기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이 이 도박 퇴치 운동의 목적이다.

이런 운동의 효과는 몇몇 단체에서 모임을 하면서 그저 양념 삼아 선언문이나 발표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직접 행동을 함으로 교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계기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이런 일에는 여성단체의 활동이 매우 요긴하다. 주로 남자들이 카지노를 드나들며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는 것이라면 여성들이 팔 걷고 나서야 하지 않는가? 
여성단체의 목적이 따로 있겠지만 자신들의 가정을 지키는 것 이상 큰 역할이 어디에 있는가?
내 남편은 절대 도박은 안 한다고 자신하지 말라. 호찌민의 교민사회에서 카지노에 드나드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 보았는가? 이렇게 카지노 출입에 대하여 아무런 죄 의식이 없는 사회라면 언제 누가 다시 새로운 도박 중독자로 등장하여 가정을 파괴하고 목숨을 버릴 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당사자가 그대의 남편이 아니라는 보장도 없다.
종교 단체의 역할 역시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종교에서 추구하는 영혼의 구원에 가장 근원이 되는 것이 현실에서의 올바른 생활 아닌가?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라도 도박으로 자신의 삶을 탕진하는 것이 올바른 삶이 아니라는 것을 신도들에게 수시로 알려주어야 한다.
이제 모든 교민들과 단체가 나서서 도박이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전체를 병들게 하는 죄악이라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특히 이 부분에는 영사관의 역할이 빠질수 없다. 지금까지 영사관에서는 교민들의 도박 행위에 대하여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교민을 보호하는 목적이 그들이 이곳에 나온 가장 큰 임무의 하나라면, 왜 도박으로 인해 각종 피해가 발생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침묵은 금이다 라는 격언 이럴 때도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문제를 갖고 다른 분들과 의견을 나눈 적이 있는데, 이런 일은 영사관이 나서서 자주 경고음을 내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교민사회의 복잡한 인간관계로 인해 개인이나 특정단체가 대 놓고 카지노를 출입하지 말라고 언급하기가 편치 않다는 말이다.

이미 지난번 본지에서 알린 것처럼 도박은 한국의 형사법으로 금지하는 행위이고, 설사 그런 도박행위가 국외에서 일어났다고 해도 그 행위자가 한국인이라면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이 면죄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명기되어 있는데 왜 영사관에서는 많은 교민들이 카지노를 제 집처럼 드나들며 도박이라는 불법을 저지르는 것을 방치하고 있는가? 이건 직무유기 아닌가? 물론 베트남의 현지 사정상 합법적인 카지노를 외국인인 한국교민들이 드나드는 것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지만 계도마저 포기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 정도로 교민들의 재산과 목숨이 사라지는 대형 사건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면 영사관은 도박과의 전쟁이라도 선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기회를 통해 카지노를 자주 출입하며 도박을 즐기시는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제발, 카지노를 여럿이 어울려 다니지는 마시라. 도박이 단순 오락으로 위장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카지노에서 일어난 일을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떠벌리지 마시기 바란다. 당신들이 가끔 돈을 땄다니, 잃었다느니 하는 소리가 경제 불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사람들에게 엉뚱한 생각을 품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박이 무서운 것은 그 피해가 당사자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으로 시작되어 자동적으로 가정과 사회로 그 피해가 파급되는 아주 고약한 악성 바이러스와 같은 기질을 지니고 있는 것이 도박이다.
가진 돈이 많아서 흥청망청 도박으로 날려도 된다면 제발 조용히 혼자만 다니시라. 가뜩이나 병들어가는 우리 사회에 또 다른 병패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공로를 세우지 마시기를 바란다.
 
그 동안 본지, 씬자오 베트남은 카지노와 유흥업소의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 방법으로 간접적인 교민사회 정화작업을 해왔다. 설사 이런 우리의 노력이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않고 단지 본지의 광고 손실로만 드러난다 하더라도 이것이 교민 언론의 역할이라고 믿고 꾸준히 실행하여 왔다.

이제 본지는 지속적으로 도박의 폐해에 대한 증언이나 관련 발언들을 게재함으로 그 수위를 높이고자 한다. 교민들의 투고를 받는다. 도박의 무서움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증언과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교민들에게 경종이 될만한 글의 투고를 기다린다. 필요한 경우 방문 인터뷰도 가능하니 글을 보내지 않고 전화를 주셔도 된다.

아무도 안 한다고 나마저 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교민들의 참여가 없으면 본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교민들의 깊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도박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그것도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다 파괴한 후에 마지막 목숨까지 앗아가는 가장 잔혹한 병이다. 에이즈보다, 암보다 무서운 불치의 병이다.

그저 우연히 들린 카지노에서 시작된 도박, 처음에는 한 두어 번 기백 달러를 따기도 하고 잃기도 하며,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지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만 조금씩 배팅 액수가 커지면서 감각은 마비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재미 삼아 시작한 도박이 무섭게 생활을 파괴하고 있다는 마음의 경종을 느끼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다. 점점 깊은 수렁 속으로 미끄러지듯 조용히 빠져 들어가는 자신을 느끼며 불안과 쾌감이 교차한다. 수중의 돈은 다 떨어지고 주변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한다. 이런 저런 거짓말로 지인들의 돈을 빌려 본전만 찾겠다고 덤비지만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또 허무하게 날린다.

주머니가 비면 후회와 두려움이 밀려든다. 이미 여기저기서 빌린 돈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갚기는 힘들어 졌다. 자신이 부끄럽고 창피하지만 머리 속에는 여전히 어디서 돈을 구하나 하는 생각뿐이다. 주변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자책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자신이 끌어 낼 수 있는 돈은 하나도 남김없이 다 털어 넣은 터라 집으로 보내야 할 생활비마저 없다. 한국의 가족들은 경제 한파를 원망하며 오히려 위로의 말을 전한다. 가족에게 거짓말을 하는 자신이 죽이고 싶도록 미워진다. 그래도 직접 대면하고 있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지인들이 가끔 전화를 해대지만 일부는 걱정으로, 일부는 빌린 돈을 갚으라는 전화다. 그래도 아직 누군가 자신에게 전화를 할 때까지는 살아있는 것을 느낀다. 점점 그런 연락마저 끊어지고 주변 사람들이 사라진다. 자신에게 남아있는 곳은 오직 여기, 하늘의 별들이 유리 구술처럼 흐르며 현란한 조명 아래 거부할 수 없는 몸짓으로 유혹의 춤을 추고 있는 이곳, 카지노뿐이다. 이곳에 있을 때는 너무나 행복하다. 이제는 본전을 찾겠다는 생각도 없어졌다. 그냥 이렇게 빠져 있는 동안 느끼는 행복이 깨지지 않을 까 불안할 뿐이다.

결국 고리로 급전을 빌려주는 사채업자들에게 손을 벌린다. 한국의 아파트를 담보로 각서를 쓰고 빌린 돈이다. 이것이 마지막 관문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는 마지막 관문, 이 돈을 잃으면 정말 끝장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이것을 끝으로 도박을 벗어나던가 죽던가 양자 택일을 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눈에 핏발을 세워본다.


사채로 빌린 돈마저 다 날려버린 그날 밤, 지옥과 같은 번민의 밤을 보낸다. 일어설 찬스가 있었는데, 거의 두 배로 땄을 때 일어섰다면 빚도 일부 갚고 모자란 대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는데, 잃은 본전을 마저 채우려는 욕심이 그만 모든 것을 다 잃게 만들었다는 후회와 자책이 끝없이 몰려든다.

이미 죽음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아직도 어린데, 집사람과 아이들이 기거하는 아파트는 이미 자신의 재산이 아니다. 곧 압류 통고가 날아가 아내의 가슴을 후벼놓을 것이다. 회사에서는 이미 해고된 상태고 주변 사람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한국에 갈 때마다 자신의 손을 잡고 천리 먼 길, 더운 나라에 가서 몸 성히 지내야 한다면 두 손을 꼬옥 쥐고 기도해주시던 어머니, 집으로 전화 자주 하거라 하시며 짐짓 마당으로 눈길을 돌리던 아버지, “아빠 여름방학 때 놀러 가도 돼?” 하며 천사같이 맑은 눈망울을 굴리며 매달리던 딸아이, 이 모든 것이 꿈속의 환상처럼 떠오른다.

이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그들의 얼굴을 다시는 불 수 없다는 생각에 서러운 눈물이 쏟아진다. 내가 왜 베트남에 와서 이런 늪에 빠지게 됐는지 저주스런 운명을 원망해보지만 이미 쏟아진 물이다. 이제 자신은 가족에게도 사회에서도 가치를 잃은 인간이 되어버렸다.

이대로 죽어야 하는데 남겨놓은 빚이 너무 많다. 빚만 갚을 수 있다면 정말 깨끗이 죽고 싶다. 어디 보험이라도 들고 죽었으면 좋겠다. 가족에게 새 출발 할 수 있도록 돈을 남길 수 있을 테니까. 아! 신은 진정 살아있는가?


눈물과 한숨으로 밤새 뒤적이다 새벽 녘에 잠이 들고 아침 햇살에 무거운 눈을 떠보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다. 아침마다 어김없이 떠오르는 태양이 저주스럽다.

그래도 이 어둡고 좁은 방에서도 나가야 한다. 언제라도 사채업자가 들이칠 줄 모른다는 불안에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어디로 가야 하나…, 세면대에 물을 틀고 머리를 박아본다. 물처럼, 눈물처럼, 세상이 무너져 내리며 얼굴을 감아 돈다. 이대로 잠들어 버리고 싶다.

도박에 빠진 이의 절망을 가상으로 구성해보았다.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죽음에 이르는 병, 절망이 바로 이것이다. 관계의 단절, 사회와 가족과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가치를 부정하는 자신과의 단절로 생기는 절망의 늪이 바로 이것이다. 키에르케고르는 이 상태, 무한한 자기 부정을 통해 신으로부터 진정한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죽음이 유일한 희망으로 남은 도박 중독자들에게는 신의 구원은 그저 공허한 허상일 뿐이다



한국인의 9%가 도박 중독자라는 보고서가 있다. 도박 중독자의 20%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100%가 가정의 파괴를 경험하고, 전체 절도죄의 35%와 횡령, 사기 등 비폭력적 범죄의 40%가 도박 중독자에 의해 일어난다고 한다.

우리 교민사회의 가장 큰 문제도 바로 이것이다. 경제 한파가 몰려들면 도박의 유혹은 더욱 강력해진다.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을 파괴하고 죽음으로 인도하는 악마의 유혹이 도박이다. 베트남은 도처에 도박장이 널려있다. 오늘도 많은 한국인이 그 죽음의 문턱을 생각 없이 넘나든다.

형법 제246조 (도박, 상습도박) ①재물로써 도박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단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한 때에는 예외로 한다.
②상습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 한다.

형법 제3조 (내국인의 국외범)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

위 형법 조항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인이라면 어디서라도 도박을 하면 그곳이 외국이건 아니건 관계없이 처벌을 받는다.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카지노라고 해도 그곳에서 도박을 한다면 범법행위가 된다. 아니, 불법 이전에 스스로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자살 행위다.

모든 사회는 기본적으로 사회 정화기능이 존재한다 그러나 장기 체류자들로 채워진 우리 교민사회에서는 그런 기능이 발휘되리라 기대하기가 힘들다. 교민 스스로 서로를 돌봐주어야 한다.
더 이상 가장의 어이 없는 죽음을 부여안고 몸부림치는 가족의 아픔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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