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 국적이 다른 남남북녀가 만나 한 가정, 한 몸을 이룬 한베 가족모임이야말로 한·베 문화교류와 우호증진의 실질적인 중추위치에 있는 중차대한 단체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호에는 7월 중으로 발기인대회를 거쳐 거듭나고자 하는 한베 가족모임의 준비위원 두 분을 만나 2세들의 교육 문제 등을 중심으로 한 앞으로의 진로와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 김현규 : 제2차 한베 가족모임 발기위원장 (43세, Tel:090-390-9654) :: 최원규 : 한베 가족모임 까페지기 (41세, Tel: 095-898-5557) :: 인터넷 모임 : cafe.daum.net/hvfamily
우선 한.베 가족모임의 성격, 만들어진 동기, 그리고 역사등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95년 경 우연히 길가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모임을 하나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때부터 7~ 8명이 사랑회 (회장 윤태형, 총무 김원규)라는 이름으로 작으나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99년 8월경부터 한 비엣 페밀리 (99년도 8월경) 로 명칭을 바꾸고 나서 회원이 많을 때 20여 회원, 70-80여명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요사이 생업에 바쁘다 보니 두 세달 공백이 생기는 등 다소 모임이 느슨해졌다. 조만간 7월 중으로 결속을 다지고 재차 도약한다는 의미에서 새롭게 발기인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 김원규 발기 위원장 (주) 태영 지사장은 92년 수교 직전 29세의 청년으로 이곳에 온 베트남 토박이다.-
발기인 대회 준비 상황과 회칙문제에 대해 설명을 좀. .
김현규 : 다음 달 발기인 대회 (7월 중순 경, 장소는 퍼스트 호텔이나 한인회 등 섭외 중)를 앞두고 세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해외생활이 많으신 연배나 발이 넓으신 분 들을 적극 섭외 중이다. 무엇보다 참신한 마인드를 가진 새로운 인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본인을 포함하여 아이디어가 거기서 거기인 기존 임원진들의 틀을 한시바삐 빠져 나와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이렇게 저렇게 해야 되’ 라고 확실한 선을 그어주실 분들이 꼭 필요하다. 연락만 주신다면 언제든지 달려 나가 자리를 마련하겠다.
둘째, 무엇보다 회칙이란 간단할수록 좋다. 즉 만나는 시기, 가입조건과 회비 등만 정하면 기본 골격이 갖추어 진 것이다. 현재 가입조건은 법률상 결혼라이센스가 있으신 분만을 회원자격으로 할 것이다. (회비는 40만동, 매월 둘째 토요일 정기모임, 1년에 한 번은 붕따우 등 야외로 가족 동반여행) 사실 정식 라이센스를 취득한 분만으로 해야 하느냐, 5년 이상 동거하면 가능하지 않느냐는 등 입회 자격조건 문제는 현재 뜨거운 감자다. 하지만 이 분분을 명확히 해야 대외적으로도 말이 없고 모임이 무난히 이어질 수 있다. 생각해보자. 5년 산 거 어떻게, 무엇으로 증명이 되는가, 또 심지어 한국에 본처가 있다면? 개인 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마디로 구구한 변명이나 이유를 달아서 될 사안이 아니다.
발기대회 이후의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김현규 : 회원 간의 친목 도모가 가장 중요하지만 이를 기반으로 먼저 두 가지를 구상 중이다. 첫째, 현재 우리단체는 친목도모를 바탕으로 우선 작게는 어학당, 또는 유치원, 크게는 문화원을 생각하고 있다. 거기서 한국요리, 언어교육, 옷가지 책, 장난감 등 교환, 한국에 있는 한베 가족들의 처와 현지 가족들과의 중개역할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치원 하나를 만든다 해도 자본이 꽤 필요하다. 최소한 선생도 세 분 이상 모셔야 되고 장소, 차량 등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 계획이 현실화 되면 아이들의 언어교육 문제는 물론 베트남 사람들 중에 한국말 배우고 싶은 사람, 한국교민들에 가운데 베트남 말을 꾸준히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자금 마련 방안으로는 회원 중 기부금이나 외부 원조도 생각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 회원 한 사람 한사람의 실제적인 작은 희생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둘째, 회원들의 처우문제, 즉 베트남 주민증도 받고 비자도 3년 이상짜리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하지만 일전에 베트남 출입국사무소에 직접 들렀는데 그곳 직원들이 베트남 헌법에 규정된 비자관련 규정자체를 모르는 등 비자문제는 생각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가족 동반하여 한국에 한 번 가려해도 비자문제가 바로 걸리지 않는가. 앞으로 우리 모임이 결속력이 강해지면 이런 사안들도 무난히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요사이 한베 모임에 대해 부정적 시각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 .
김현규 : 사실 2000년만 해도 저희 모임이 활동을 크게 해서 원로회, 영사관, 부인회 측을 모셔 노래자랑도 하고 전 가족이 자주 놀러도 다니곤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회원들의 비자문제, 자녀들의 교육문제라든지,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등 대외적인 활동부분은 취약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술 먹고 즐기다 오는 것이 다라면 그런 모임에 왜 참석하느냐’라는 반문이 나올 만하다. 본인도 10년 동안 임원단에 있었으니 책임이 크다. 지금까지는 그때그때 만나서 좋았지만 이제 서서히 무언가를 행동에 옮길 때가 온 것이다.
잠시 화제를 바꾸어 보죠. 최원규 님께서는 요사이 ‘한베 가족모임 까페’ 를 운영하신다고 들었는데 잠시소개를 좀 . . .
최원규 : 2002년부터 다음 까페에 한베 가족모임(cafe.daum.net/hvfamily)이 시작한 이후 현재 회원이 8천명 이상이다. 다만 회원비율은 한국쪽이 베트남에 비해 90% 이상으로 월등히 많은 편이다. 한국 쪽 회원들은 서로 신상파악이 불완전한 상황에서 중매업자를 만나 결혼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나름대로 고민거리나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산대적으로 많은 편이다.반면에 이곳 베트남에 사는 한베 가족들은 숫자는 적지만 그 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난관을 겪으면서 나름대로 노하우를 측척해 온 상태다.
그동안 까페를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 .
최원규 : 국제결혼이 2003년부터 활성화되었다. 부부간에 의사소통의 어려움, 결혼 중매업자 문제, 가족불협화음, 심지어 회원들 상대로 몰래 중매업을 하려던 업자들도 있었다. 물론 발견되면 그 자리에서 강퇴조치다. 본인도 그동안 영리 목적으로 까페를 운영한다는 등 중매업자라는 등 개인적으로도 수많은 오해와 욕을 먹기도 했다. 내 시간 쪼개 의욕적으로 일해 왔는데 이런 일들을 당하고 보니 차라리 그 시간 내 가족을 위해 쓰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베트남과 관련된 몇몇 회사들의 베너광고들도 들어와 한베 가족모임 행사 때 운영자금으로 쓰거나 회원 중 어려움을 당한 가족에게 위로금으로 지불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재로 한국에 비해 이곳 베트남에 사시는 한베가족들의 참여도는 훨씬 떨어져서 문제다. 베트남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은 거의 본인이 가끔 올리는 수준 (99%가 한국 측 회원들이고 단 1% 정도가 베트남 측이다.) 그나마 우리 까페는 역사가 6년이 넘어 이제 시작한 여타 까페들에 비해 그나마 회원들끼리도 말다툼이나 오해도 거의 없이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위로를 삼고 있다.
만여 명의 외원을 상대로 까페를 운영한다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특별한 노하우라도 . .
최원규 : 다른 거 필요 없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 지키며 밀어붙일 때 확실히 붙이고, 빠질 때 쫙 빠지고, 잘못한 거 그 즉시 정확히 시인하되 묵묵히 해나가면 된다고 본다.
이제 핵심 주제를 다루어 보죠. 요사이 외부에서도 이 모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걸로 아는데 한베 가족모임 자체 내에서 바라보는 내부 문제점과 활성화 방안은. . .
최원규 기관, 단체, 개인할 것 없이 외부에서 저희 한베 가족 이상으로 2세 교육문제라든지 그밖에 처우 무제 등에 대해 염려해주시고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 걸로 알고 있다. 한국 쪽의 경우도 예를 들어 KTF 통신 근무자 중에 본사에 말해 단체결혼식 준비나 한베 가족모임이 놀러 가거나 문화 탐방할 때 경비를 다 지출해주시고 어떨 때는 그분이 솔선수범 자비를 털어 도와주시기도 한다. 이런 마당에 아무리 사는 게 힘들고 생업에 쫓긴다고 마땅히 우리가 할 일을 외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 시간과 물질을 쪼개 회원들의 공익을 위해 적극 앞장서야 한다. 호찌민에 만 해도 현재 한베 가정이 대략 1천여 가정 이상 살고 있다. 하지만 실재로 모이는 사람은 별로 안 된다. 일단 만나면 뭔가 가슴속에 약간이나마 뜨거운 것을 가져가야 되는데 그런 것을 못 만들어 냈던 것 같다. 한베 가족 모임이란 것이 단순히 한국남자 + 베트남 여자와의 만남이 아닌 구체적 대의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 아이들한테 초점을 두면 된다. 가족모두가 자연스럽게 적으로 동참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현재 잘 뭉치지 못하는 것은 서로 의견이 안 맞아서인데 다시 한 번 더 강조하지만 ‘2 세들을 어떻게 교육시킬까’에 초점을 맞추면 답은 나오는 것이다.
한베 가족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이 언어문제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 .
김현규 : 우리 아이는 현재 12살로 한국학교에 다니는데 한국말 베트남어 둘 다 완벽하게 구사한다. 아빠는 한국어, 엄마는 베트남어로 아이에게 말하면 그만이다. 엄마가 어설픈 한국말로 가르치면 오히려 아이를 망치는 수가 있다. 다만 유치원은 반드시 ‘한인 유치원’을 보내야 한국어를 완벽히 구사할 수 있다. 아이들의 머릿 속에는 기본적으로 한국어, 베트남어 두 갈래 고속도로가 나 있기 때문에 혼돈 없이 이 두 가지 언어를 다 습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만 유념하면 된다. 또 어떤 분들은 아이들의 외모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애들은 처음에 엄마를 닮지만 크면서 두 번 변한다. 아빠가 한국인인데 그 모습 어디 가겠는가. 학교에서 ‘왕따’ 당할까 봐 걱정할 필요도 별로 없다. 한국학교도 엄마가 베트남 사람인 학생이 너댓 명 정도 되지만 이곳이 베트남이라서 그런지 그런 것을 별로 안 따진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들은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라서 혹시 가슴 저리게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나 않을까’ 우려하기도 하지만 한국에 사는 아이들에 비하면 이곳의 학생들은 훨씬 형편이 나은 편이다.
한국에 사는 한베 가족들에 비해 2세 교육문제 등의 이처럼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면 여기서의 모임 결성의 대의명분도 희미해지는 것은 아닌가.
최원규 : 생각 외로 어렵게 사는 한`베 가족들이 상당히 많다. 이곳이 이국 땅이다 보니 나름대로 고충이 많다. 특히 한국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이 베트남 말을 잘 구사하지 못하거나 베트남 학교 또는 국제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한글을 제대로 쓰거나 읽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곳은 아빠랑 대화할 시간이 더더욱 적다. 아버지는 베트남어가 익숙하지 못하고 자식들이 한국어가 어눌해서 부자간에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니, 무엇보다 가까워야 할 부모와 자식 간에 짧은 대화 몇 마디만 오간다면 이것은 한 마디로 비극이다. 이것은 단적인 한 가지 예에 불과하다. 2세 교육문제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우리의 희생으로 확고한 교육 시스템을 갖추어 놓으면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이 성장해나감에 따라 엄마, 아빠 두 나라 문화를 완벽히 이해하여 양국 간의 교량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인재들이 배출되게 된다. 게다가 이곳에 사는 한베 가족모임이 더욱더 결속을 다지고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 나간다면 그것이?한국에 사는 한베 가족모임에 큰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게 차별이 심한 편이다.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져가고는 있지만 학교에서 ‘엄마 이름 뭐냐’, ‘니네 엄마 베트남 사람이냐’ 등등 말이 복잡해지고 그것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동남아시아의 못사는 나라 여자가 나이 많은 사람들과 사는 이유가 뭘까’라는 식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총체적 관점에서 문제 사안들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혹 한베 가족모임을 통해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 .
최원규 : 2005년도에 둘째 딸이 태어난 지 얼마 않되 간암이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한베 가족 형들하고 회원들이 십시일반 병원비도 대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다. 심지어 인터넷 상에서도 한 번도 얼굴을 뵌 적이 없는 많은 회원들이 5천원, 만원씩 성금을 보내주며 힘내라고, 반드시 완쾌될 것이라고 위로해주셨다. 그래서 그런지 본인은 한베 가족을 절대로 떠날 수 없는 입장이다. 어떻게든지 작은 힘이지만 모임이 발전할 수 있게 해야 그분들께 받은 은혜를 갚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베 가족모임이 나갈 방향에 대해 한 마디 . . .
최원규 : 앞으로 한베 가족모임은 분명히 발전할 것이다. 애들이 크면 말하지 않아도 점점 더 참여도가 높아질 것이고, 한베 가족모임의 성격상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 영향력이 커져 나중에는 그 어떤 모임들보다 비중 높은 단체로 자리 잡을 것이다. 앞으로 나갈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되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조금씩만 양보하면 불가능한 일이 있겠는가. 2세를 위한 유치원이라든지 어학당이라든지 어느 하나만 이루면 그 다음은 쉬울 것이다.
김현규 : 2세 교육에 미래를 걸어야 한다. 베트남 한인사회의 미래는 2세들의 것이다. 1세들이 이룩한 발전의 토양 위에 이세들이 힘을 합칠 경우 한인 커뮤니티는 주류사회에서 무시하지 못할 존재로 부곽될 수 있다. 이런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커뮤니티 차원의 총체적인 교민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2세들에 대한 바른 교육이 바로 우리들의 미래라는 각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한인 2세들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베트남 사회도 끼지 못하고 한인사회도 끼지 못해 비주류에 속한 상태에서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살아가야 한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의 엄청난 범죄행위와 다름없다. 2세들에게 한국의 전통과 유산을 제대로 물려주기 위한 체계적 언어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베 가족 모임도 여기 초점을 맞출 것이다.
교민사회전체의 각별한 사랑과 관심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베 가족모임이 앞으로 더욱 더 똘똘 뭉쳐 한베 문화교류의 실질적인 중추역할 을 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