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또 럼 주석, 공산당 서기장 취임

admin 2024.08.07 07:45 조회 수 : 4359

 

▲(하노이=AFP/연합뉴스) 8월 3일 베트남 국가 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으로 선출된 또 럼 국가주석이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베트남에서 ‘반부패 수사’를 주도해온 또 럼(67) 베트남 국가주석이 권력 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 자리에 올랐다. 수사의 칼을 휘둘러 경쟁자들을 제치고 1인자가 된 럼 서기장이 향후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켜 베트남 전통의 집단지도체제를 약화하고 시진핑 국가주석 1인 체제가 된 중국과 같은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외신 등으로부터 나온다.
 
베트남 공산당은 8월 3일 오전 중앙위원회를 열어 지난달 별세한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의 후임으로 럼 주석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2016년부터 공안부 장관으로 재직해온 그는 지난 5월 하순 권력 서열 2위인 주석을 차지한 데 이어 불과 두 달여 만에 서기장에 등극했다.
 
그가 이처럼 고속으로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부패 척결 수사다. 1979년부터 공안부에서만 40여 년 간 근무해온 ‘공안통’ 럼 서기장은 지난 수년간 ‘불타는 용광로’로 불린 반부패 수사를 주도했다. 이 수사로 당·정부 간부와 기업인 등 수천 명이 체포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응우옌 쑤언 푹 주석과 팜 빈 민·부 득 담 등 부총리 2명이 전격 사임했다. 올해에도 보 반 트엉 주석과 권력 서열 4위인 브엉 딘 후에 국회의장, 권력 서열 5위인 쯔엉 티 마이 당 조직부장 등 차기 지도자 후보군에 속한 최고위 인사들이 급작스럽게 무더기로 물러났다. 럼 서기장이 공안부 장관을 맡은 2016년 이후 현재까지 베트남 공산당 지도부를 이루는 정원 18명의 정치국원 중 무려 8명이 낙마했을 정도로 베트남 최고위층이 대거 쓸려 나갔다. 
 
베트남 공산당은 신임 서기장을 선출하기 하루 전날에도 중앙위원회에서 레 민 카이 부총리 등 고위직 인사 4명의 사임을 승인했다. 카이 부총리는 2021년 4월 부총리로 임명돼 경제 부문을 총괄해왔다. 카이 부총리 외에 장 꾸옥 카인 천연자원환경부 장관 및 꽝닌성과 뚜옌꽝성 당서기도 물러났다. 공산당은 이들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부패와 관련된 당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동남아 전문가인 재커리 아부자 미국 국방대 교수는 럼 서기장이 반부패 수사를 무기 삼아 “정치국 내 서기장이 될 자격이 있는 경쟁자들을 체계적으로 쓰러뜨렸다”고 AFP 통신에 설명했다. 이에 따라 권력 서열 3위인 팜 민 찐 총리를 제외하면 럼 서기장이 이제 ‘최후의 생존자’가 됐다고 그는 관측했다.
 
럼 서기장은 주석에 오른 이후 자신과 같은 북부 흥옌성 출신의 측근인 루옹 땀 꽝과 응우옌 두이 응옥을 각각 공안부 장관, 공산당 중앙위원회 사무국장 같은 요직에 잇따라 발탁하며 권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은 그간 공산당 서기장, 국가주석(외교·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 등 권력 서열 1∼4위의 이른바 ‘4개의 기둥’으로 불리는 최고 지도부가 권력을 분점하는 집단지도체제를 운영해왔다. 이 체제는 개인에 대한 권력 집중을 줄이고 베트남의 정치적 안정성에 크게 기여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제 수사를 휘두르는 공안부의 힘을 바탕으로 럼 서기장이 1인자가 되자 외신과 해외 전문가 등은 집단지도체제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프랑스 국방부 산하 군사전략연구소(IRSEM) 연구 책임자 브누아 드 트레글로드 연구국장은 럼 서기장이 베트남 정치의 심장부에 있는 공안부의 지원을 받는 “극히 강력한 정치인”이라면서 “우리는 권력이 럼 서기장 주변으로 개인화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럼 서기장의 주석직 겸직 여부가 향후 권력의 흐름을 미리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가 주석직을 유지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베트남 내 여러 관리와 외교관들은 럼 서기장이 서기장직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산당이 새 국가주석을 지명하는 방안을 협의해왔다고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한 외교관은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만약 그가 주석을 겸직할 경우 권력을 강화해서 베트남을 시 주석의 중국처럼 더 독재적인 방식의 리더십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이는 현재 중국과 달리 집단지도체제를 운영하며 지도자들이 다양한 견제의 대상이 되는 베트남에 하나의 변화가 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럼 서기장은 3일 취임 연설에서 단호한 반부패 수사에 더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 싸움으로 국민과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었다”며 “중단 없이, 성역 없이 부패 척결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럼 서기장 임기는 일단 지난달 별세한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의 잔여 임기인 2026년까지다. 다만 부패 수사로 경쟁자들이 대거 축출된 데다 최고 권좌에 오른 만큼 럼 서기장 연임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칼 세이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는 “럼 서기장은 몇몇 매우 중요한 인물을 끌어내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며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AFP에 말했다.
 
럼 주석은 1957년 7월 10일 베트남 북부 흥옌성에서 태어났다. 베트남 공산당 최고등급 칭호인 인민무력영웅 훈장을 추서 받은 혁명운동가 또 꾸옌(1929~1996)의 아들이다. 중앙공안학교(현 인민안보원)를 졸업한 뒤 정치안보국 1부에서 활동하기 시작해 정치안보국 1부 부부장, 안보총국 정치안보국 3부 부장, 공안부 안보총국 부국장, 제1안보총국장, 공안부 장·차관 등을 지냈다. 2019년 베트남 인민공안 역사상 네 번째로 대장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 5월 서열 2위인 국가주석에 선출됐다.
 
공안부 장관 재임기간 역대 최대 규모 온라인 불법도박으로 기록된 RIKVIP 조직사건과 비엣아(Viet A) 코로나19 진단키트 비리, FLC그룹 주가조작, 떤황민그룹(Tan Hoang Minh) 불법채권 발행, 1000조동(400억 달러) 규모 사이공은행(SCB) 불법 허위대출 적발 등 굵직한 사건을 직접 지휘하며 수사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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