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계속 높아져 2015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또한 노인 인구 세 명 중 한 명은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다. 이처럼 홀로 살거나 살기를 원하는 노인이 늘어나면서 베트남 요양시설 수요도 그만큼 커질 전망이다.
1. 정책은 있지만 실행은 미흡
베트남의 ‘사회경제개발계획 이행을 위한 주요 과업 및 해결방안에 관한 의결’과 2021년 국가 예산안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특수한 환경에 처한 이들을 위한 돌봄 모델 개발 및 노인 돌봄 실행에 대한 민간 부문 참여 장려’를 국가의 주요 과업으로 설정하고 있다.
또한 ‘의결’을 통해 승인된 ‘2030년까지의 노인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따라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는 보건부 및 관련 부처와 협력해 민관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요양센터를 설립할 의무를 부과받았다.
베트남 정부는 그러나 아직까지도 요양시설 운영 지침은 물론 시설 운영에 따른 세제 혜택, 토지 관련 혜택과 같은 구체적인 우대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현지 요양원 관계자에 따르면 베트남은 표준화된 운영 모델이나 구체적인 세부 지침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민간 요양시설들은 주로 외국의 운영 경험과 모델을 참고하고 있다.
2. 운영 주체별 요양시설 분류
베트남의 요양시설은 운영 주체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공립 요양시설은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국비 지원 시설로, 건설부터 운영까지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국가 예산으로 충당한다. 이런 공립 요양시설은 보통 입소자에게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대신 대부분의 인프라 수준이 노인 생활에 필요한 최소 기준만을 충족한다. 따라서 이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은 대체로 빈곤층, 부양의무자가 없는 노인 또는 국가 유공자다.
민간 요양시설은 개인이나 단체 등 민간 자본으로 설립돼 노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민간 시설의 운영 방식은 돌봄 서비스 및 편의시설 수준, 이용 시간 등 여러 기준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밖에 호치민에는 민관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예술인들을 위한 요양시설이 있다. 이곳은 독신 또는 특수 돌봄이 필요한 고령의 예술인들을 위한 곳으로, 정부 지원금과 예술가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별도의 비용 없이 거주할 수 있다.
3. 꿈틀대는 민간 요양시설 시장
베트남의 민간 요양시설은 100~20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의사, 간호사, 간호 보조 인력 등이 상주하며 이용자들에게 신체적, 심리적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들은 시설에서 각종 단체활동과 운동 외에도 야외 나들이, 전통 예술활동 등 다양한 오락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일제 돌봄 이외에 반일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는 대부분 학업 또는 직장 때문에 노인 가족을 돌볼 수 없는 소비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베트남의 민간 요양시설은 대부분 하노이를 중심으로 하는 북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 현지 언론 브이엔익스프레스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베트남의 민간 요양시설은 80여 곳이며 이 중 하노이 시설이 20여 곳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국 63개 성과 직할시 중 노인 요양시설이 있는 곳은 32개 지역에 불과해 급속한 고령화 속도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 요양산업 발전의 걸림돌
베트남 정부의 각종 지원에도 불구하고 특정 지역에 요양시설이 편중돼 있다는 점 외에 소득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이용료가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있다. 요양시설 이용료는 병실당 수용 인원, 편의시설 여부 등에 따라 매월 최저 600만 동(250달러)에서 최고 2000만 동(833달러)까지 천차만별이다.
도시와 가깝거나 중환자실(ICU)을 갖추는 등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좋을수록 시설 이용료는 높아진다. 반면 베트남의 퇴직연금 수령액은 1인당 월 540만 동에 불과해 민간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 재정적으로 부유한 노인이나 자녀로부터 지원을 받는 노인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5월 브이엔익스프레스가 1만7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족 구성원이 노인 요양시설에 입소할 경우 월 1000만 동 이상을 지출할 수 있다’는 응답은 13%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26%는 ‘지불 능력이 없다’고 해 요양시설 이용료가 관련 산업 활성화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노인 전문 의사가 부족하다는 사실도 지적할 만하다. 베트남 통계총국에 따르면 베트남 국민의 평균 수명은 1989년 65.2세에서 2019년 73.6세로 꾸준히 높아졌지만 특별한 질병 없이 건강을 유지하는 ‘건강 수명’은 평균 64세에 불과하다.
또한 베트남 인구보건개발연구소(PHAD)에 따르면 베트남의 노인 인구 대부분이 평균 3개의 만성 질환을 앓고 있으며 만성 질환은 주로 당뇨, 고혈압, 골관절염, 파킨슨병, 치매, 뇌졸중 등으로 조사됐다.
노인 만성 질환은 꾸준한 모니터링과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통해 관리가 필요해 통상적으로 요양시설에는 노인의학 전문의 또는 전문 간호인력이 상주한다. 이들은 만성 질환, 복용 중인 의약품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고령의 환자를 치료해야 하므로 관련 의학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그러나 노인 간호 관련 전문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이 많아 상대적으로 풍부한 간호인력과 달리 현재 베트남에는 노인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부족하다. 향후 요양시설이 늘어날수록 노인 전문의 수요도 같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5. 우리 기업 진출전략
‘젊은 나라’ 베트남도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은 일반적인 노인 요양 서비스 외에 스마트 케어, 물리 치료 및 재활, 영양식, 호스피스 등 베트남의 다양한 실버 시장 진출 기회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높은 요양시설 이용료와 노인 전문의 부족 등이 문제가 되고 있으므로 웨어러블기기 및 원격 진료 등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통해 서비스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거나 노인 전문의 공급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실버테크 스타트업이라면 베트남 진출을 고려할 만하다.
이 소식을 전한 KOTRA 무역관은 “우리 기업들은 노인 부양에 대한 현지의 문화적 규범에 주의할 필요가 있는데 베트남인들은 자신에게 부양 의무가 있는 가족 구성원을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에 대해 심리적 거부감을 강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비단 요양시설 입소에 한정된 것이 아니므로 베트남 노년층을 겨냥해 진출할 경우 이용자 요구사항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현지 업체와 협업하는 등 신뢰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KOTRA 하노이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