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수출의 길

kimswed 2024.10.22 06:30 조회 수 : 4

정연광 스킨미소 대표는 제조업과 해외 화장품 인증 대행업 두 가지 사업을 펼친다. 종합상사맨 출신으로 20년 넘게 국내외를 넘나들며 쌓은 경험을 살렸다. 

화장품 수출의 고부가가치 매력에 빠졌고, 우수 중소 화장품업체들의 해외 인증 고충에 안타까움을 느낀 결과다. 

정 대표는 두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5년 내 모공 화장품 분야 글로벌 최고기업 도약’ 그리고 ‘우리 중기업이 화장품 해외 인증을 쉽고 빠르게 받도록 돕는 징검다리 역할’이다.

▲종합상사 출신인 정연광 스킨미소 대표는 화장품 제조기업가이자 해외 인증 대행사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정 대표가 경기도 용인 회사에서 주력 상품인 ‘개기름 지우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스킨미소]

● 상사맨의 제조업 창업 = 1997년 굴지의 종합무역상사에서 수출 업무를 담당했다. 

분야는 전자제품. 중남미와 아시아를 오가며 국산 브라운관 TV와 MP3 플레이어를 공급하며 수출의 맛과 멋을 느꼈다. 

정 대표는 “두 달에 한 번꼴로 해외에 나갔다”며 “국내에서 우수 아이템을 발굴해 외국 바이어에 연결하는 게 흥미로웠다. 자연스럽게 해외 인맥도 많이 쌓였다”고 말했다.

2005년에는 MP3 플레이어 회사를 세웠다. 한국산 MP3 플레이어가 잘 나갔던 때이다. 

정 대표는 “타사의 제품만 수출하다 보니, 제가 만든 제품을 취급하고 싶었다”고 창업 동기를 설명했다. 

수출 대행을 하며 만난 개발자, 생산 전문가와 함께 창업해 빠르게 제품을 론칭했다. 

하지만 제조는 만만치 않았다. ‘물건만 만들면 수출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화를 자초했다. 

말레이시아에 수출했는데 대거 불량이 발생한 것. 

정 대표는 “무역만 하다 보니 제조를 피상적으로 봤다. MP3 플레이어는 부품만 200개가 들어가는데 너무 쉽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말레이시아에 머무르며 A/S 및 리콜을 책임져야 했다.

● 온라인 시장에 눈 뜨다 = 2006년에는 수입 판매 시장에 뛰어들었다. 서울 용산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중국의 가성비 뛰어난 가전제품을 들여왔다. 

마침 온라인 커머스(오픈마켓) 시장이 급성장해, 이 시장을 타깃으로 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온라인 쇼핑몰 상품기획자(MD)를 설득해 이벤트를 펼쳤는데 하루에 약 1000개를 판매하며 크게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경험 부족이 허점을 드러냈다. 철저하게 검수했음에도, 제품에 하자가 여럿 나타난 것. 

정 대표는 “중국에 직원을 파견해 100% 검수했음에도 사용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는 ‘진행성 불량’이 대거 나타났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온라인 커머스 성공 메이커로 업계에 인식된 것. 

제조업체 대표들이 하나둘 정 대표에게 온라인 판매 대행을 제안했다. 그렇게 전자제품에서 의류·식품 등으로 품목을 확대했다. 

이때 눈에 들어온 상품이 ‘화장품’이다. 

정 대표는 “이윤이 높은 데다가 무엇보다 A/S가 없었다. 1만 개를 팔면 클레임은 하나 정도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조상품 불량으로 커다란 고충을 겪었던 정 대표에게 화장품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 아이폰 한 달 사용 후 MP3 접어 = 정 대표의 사업적 감각은 2007년 나타났다. 갓 출시된 아이폰을 한 달간 사용 후 ‘MP3 시대는 끝났다’고 확신했다. 

정 대표는 “MP3 플레이어의 한계가 아이폰에서 모두 사라졌다. MP3 플레이어가 살아남을 길은 없었다”고 단정했다. 

직원들을 모아놓고 전자제품 유통을 접는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2008년 스킨미소로 사명을 변경하고 화장품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첫 상품은 ‘피지 제거기’였다. 온라인 판매 대행을 하다가 가능성을 확인했다. 타사의 제품에서 디자인을 개선하고 위생적으로 보관할 수 있도록 보관용 통을 추가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그리고 후속 모델을 고민하다가 개발한 상품이 ‘코팩’이었고 이 제품 또한 크게 히트했다.

화장품 비즈니스에 자신감이 붙자, 과감해졌다. 연이어 화장품을 출시한 것. 스킨·로션부터 인기가 높던 BB크림·달팽이크림 등을 줄줄이 내놨다. 

대기업들이 주도하던 시장이다. 인지도가 낮은 스킨미소로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정 대표는 “화장품 시장이 어렵지 않다고 봤다. 만들면 팔린다고 착각했다”고 회고했다. 1년 후 상품군을 대대적으로 정리했다. 

코팩과 피지제거기만 남겼다. 

정 대표는 “잘할 수 있는 곳만 집중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스킨미소는 모공 전문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 이후 추가 출시한 상품은 모공 세럼, 필링젤, 토너 등이다. 

● 새로운 유통채널서도 대박 = 오픈마켓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는 정 대표는 2010년에는 소셜커머스 시장에 주목했다. 

그리고 MD와 공동 기획한 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1주일에 200~300개 팔리던 코팩이 소셜커머스와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시장의 주력 상품으로 성장했다. 1주일에 많게는 2만 개가량 팔렸다. 

정 대표는 “블루오션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 몸에 가장 잘 맞는 상품이 블루오션이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 해외서 과감한 퍼포먼스로 시장 뚫어 = 스킨미소는 이미 20개국에 수출한다. 정 대표가 직접 나서서 펼치는 독특한 퍼포먼스가 한몫했다. 

기름종이인 ‘개기름 지우개’ 홍보를 위해 파란색 쫄쫄이에 기름종이 700개를 붙여 ‘기름맨(Oil Man)’으로 변신했다. 

비타민 제품이 나온 후에는 비슷한 의상의 ‘비타민맨(Vitamin Man)’으로 변신했다. 

정 대표는 “홍보할 충분한 자금이 없었다”며 “해외 바이어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정연광 스킨미소 대표는 제품 홍보를 위한 과감한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사진은 정 대표(오른쪽)가 서울 명동에서 개기름 지우개 홍보를 위해 ‘기름맨’으로 변신해, 관광객과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스킨미소]

● 미 화장품 인증 해결사 나서 = 정 대표는 유럽연합(EU) 수출 과정에서 현지의 높은 화장품 인증(CPNP) 장벽을 체감했다. 

무엇보다 현지 인증 대행업체의 무리한 서류 요구와 높은 수수료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정 대표가 유럽 인증 규정 등을 찬찬히 확인하고 느낀 것이다. 

그렇게 해외 인증 대행업에 문제점을 느끼던 차에 미국 정부가 화장품규제 현대화법(MoCRA) 시행 소식을 접했다. 올 7월 본격 시행된 제도다. 

정 대표는 서둘러 인증 대행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준비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인증 업무를 도왔다. 

회사는 현재 50곳 넘는 중소기업의 인증 대행 업무를 맡고 있다. 정 대표는 “외국 주요 인증대행업체와 비교해 절반 정도의 수수료만 받는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화장품 제조와 인증 대행 두 업무를 병행한다. 각각 비전도 제시했다. 

정 대표는 “국내 우수 화장품업체들이 빠르게 인증을 획득해 미국 시장에 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며 “자체 비즈니스인 모공 부문에서 5년 내 글로벌 최고기업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연구개발에 매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모공 전문 화장품 기업 스킨미소는 세계 20개국에 수출 중이다. 사진은 정연광 스킨미소 대표(왼쪽 두 번째)가 지난해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류박람회의 스킨미소 부스에서 바이어와 상담하는 모습. [사진=스킨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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