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윈경제연구소

kimswed 2011.10.01 05:37 조회 수 : 921 추천:227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이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 money)’는 영국의 경제학자 그레샴에 의해 주장된 경험적 경제법칙이다. 과거 영국에서 동일한 가치를 지닌 동화(동으로 주조된 화폐: 악화)와 은화(은으로 주조된 화폐: 양화)를 동시에 발행한 경우가 있었는데, 소재가치가 적은 동화는 거래에 사용하고 소재가치가 큰 은화는 보관함으로써 결국 시장에서는 악화인 동화만 유통되고 은화는 볼 수 없는 현상에서 만들어진 법칙이다. 이 그레샴의 법칙을 베트남 물가상승(인플레이션) 현상을 이해하는데 적용해 보면 베트남 인플레이션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를 이해할 수 있다.




베트남 경제에서 물가는 경제 운용에 있어 가장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물가가 상승하면 당연히 현재 보유한 화폐의 구매력이 감소되고, 소득 분배에도 역행하는 결과가 발생하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증가하는 등 경제활동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요즈음의 베트남에서처럼 급격하게 물가가 상승하는 경우에는 그 폐해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베트남 정부도 물가상승을 억제하고자 경제성장의 둔화를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까지 물가를 잡겠다고 성장위주의 정책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섰으며, 그 일환으로 지난 1월 발표한 정책에서 통화량 증가를 적정한 수준에서 통제하고 달러화의 암시장 거래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등의 조치를 내린바 있다.




사실 베트남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역설적이지만 정부의 경제정책이다. 1990년대 후반 우리나라의 소위 ‘IMF 경제위기’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경제위기로 베트남 경제도 타격을 입게 되면서 정부가 확장적 경제정책을 펼쳐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제정책은 크게 정부가 지출을 조절하는 재정정책과 통화량을 조절하는 금융정책으로 나뉠 수 있는데, 그 동안 베트남 정부가 시행한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GDP 대비 정부부채가 50%를 상회하게 되면서 더 이상 재정정책을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정부의 재정부담이 덜한 금융정책을 적극 활용하게 되면서 급격히 통화량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결국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통화량을 증가시키면 평소보다 많은 화폐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소비를 늘리고 기타 다른 자산의 구입을 늘리게 되어 경제가 확장하는 쪽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통화량이 증가할 경우 물가도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통화량 증가 모두가 물가를 상승하는 쪽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그 미치는 정도가 국가마다 다르다. 베트남의 경우 비공식적이지만 달러와 베트남 동 이중화폐가 통용되고 있다. 문제는 베트남 정부가 동화를 증가시키거나 여신확대를 통하여 베트남 동화가 늘어날 경우, 이것이 물가상승에 미치는 효과가 다른 국가에 비하여 훨씬 더 크다는데 있다.




앞서 언급한 그레샴의 법칙을 적용하면 그 이유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통화량이 증가하여 수중에 베트남 동화가 늘면, 달러화로 소재가 가능하다면, 사람들은 가치가 불안한 베트남 동화를 달러에 비교하여 악화로 인식하여 될 수 있으면 상대적으로 양화로 인식된 달러를 미래의 유동성(Liquidity)을 위해 소재하고 악화인 베트남 동을 사용함으로써 결국 베트남 동화의 증가가 별다른 버퍼링 작용 없이 곧 바로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에는 통화량이 증가하면 일부는 다른 자산(예를 들면 부동산, 금, 보석 등등)을 확보하고, 일부는 다른 자산 확보를 위한 준비단계로 현금의 형태로 보유하고(이를 유동성이라고 한다), 또 일부는 당장의 거래를 위한 현금으로 보유하는데, 베트남의 경우에는 통화량이 증가하면 이를 자산으로 전환하여 보유하거나 유동성 확보는 주로 달러로 하고 베트남동화는 거래적 목적을 위해서만 보유하게 됨으로써 통화량 증가가 물가에 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와 베트남과를 상대비교해 보면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통화량 증가와 물가 상승률간에 얼마나 관계가 밀접한가를 나타내는 상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를 계산해 보면 베트남이 약 두 배 정도 큰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베트남에서 통화량이 증가하였을 때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정도가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베트남 정부도 이런 현상을 타파하고자 동화와 달러화에 대한 이자율을 조정하여 일반인들의 달러화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암시장을 철저하게 감시하는 등의 조치를 내 놓고 있지만, 환율과 물가가 안정되지 않는 한 그 효과가 불확실하다. 이와 더불어 안정적인 경제정책의 운용과 베트남에서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인식하는 정부의 신임도 역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애드윈 경제연구소 강승원 교수(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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