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말이다.
직원들에게는 목줄이 달린 일이고 사업주에게는 사운이 달린 일이다.
지난 IMF는 참 무사히 건너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감이 다르다. 예전처럼 운 좋게 순순히 넘어갈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매우 심한 대가를 지불하게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지워지지 않는다.
이런 경우 모든 사업자가 일차적으로 미치는 생각이 바로 구조조정이다. 말을 고상하게 해서 구조조정이지,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회사를 운영하는데 없어도 그리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조직이나 직원을 축소하고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하여 날랜 몸으로 비상시국을 대응하자는 것이다. 거대한 경제 한파라는 해일이 곧 밀려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좀 춥다고 코트까지 껴입고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원래 어느 조직이나 전체 80%의 일을 20%의 맴버가 처리하고 나머지 80%의 인원이 고작 전체 일의 20% 를 처리하는 것이 상례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전체 인원의 절반 정도를 줄인다 해도 조직만 잘 재구성을 한다면 크게 지장을 받는 경우는 없다는 말이 된다. 이런 조직의 특성을 잘아는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비상시국이라는 것은 오히려 그 동안 방만했던 조직을 재 정비하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번 한파만 잘 넘기면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조직으로 차후 돌아올 호황의 단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가 잘 돌아갈 때는 일을 좀 못하고 눈에 덜 차는 행동을 해도 그런대로 넘어가지만 일단 위기에 봉착하게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확실하게 필요한 자와 아닌 자가 구분되며,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될 행동들이 분명하게 분류된다. 그것을 근거로 적자 생존의 자연법칙이 적용되는 인정머리 없는 칼 바람이 몰아친다.
단지 살아남기 위한 생존 게임에서 인정이나 사적인 인연은 고려사항이 못 된다. 오직 생존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를 지닌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과연 당신은 살아 남을 수 있는지 한번 돌아 볼 일이다.
이때 주관적인 관점은 독이 된다. 철저히 객관화된 시각으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자신의 생사여탈권이 남의 손에 달려 있게 때문이다.
그렇게 당신의 목줄을 쥐고 있는 사업주의 입장에서 꼽는 감원대상은 누구이지 한번 짚어 보자.
감원대상 영순위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직원이 차지 한다.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 남의 일에 관심이 없이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하고 마는 부류다. 회사가 그런대로 돌아가던 평화 시에는 그런대로 쓸만한 가용인력이다. 그러나 비상시에는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 하며 조직의 부담을 덜어내야 하는데 이런 부류는 절대로 그런 짓을 안 한다. 주어진 일만 처리하는 사람이라 동료에게 일이 넘쳐도 절대 도움의 손길을 주지도 않는다. 잘못하면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올 수 있고 그런다고 봉급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기 때문이다. 복지부동에 익숙한 공무원들의 자세와 동일 한 것으로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조직의 합리적 정예화는 요원하다. 구조 조정의 목적을 근본적으로 역행하는 부류로 분류되어 칼침 대상 영순위에 오른다.
두 번째, 평소 부정적인 사고로 불평이 많은 직원, 평시에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면에서 활용가치를 찾을 수 있지만 모든 직원이 하나가 되어 한눈 팔지 않고 나아가야 할 비상시국에는 그런 불평이나 부정적인 의견으로 인해 귀한 시간과 정열을 분산시키는 부작용을 감수 할 여유가 없다. 결국 이런 성향의 직원은 조직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능력에 관계 없이 퇴출 순위 상단을 차지 한다.
마지막으로 무능력자다. 당연히 퇴출 대상에서 빠질 수 없는 부류다. 그러나 회사와 조직의 위해 헌신하는 충성심이 있다면 정치적인 이유로 살아남기도 한다. 조직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것은 능력보다 충성심이 우선일 때가 있는데 바로 비상시국에 그렇다.
그렇다면 살아남는 사람은 누구인가? 자발적으로 일을 찾아 임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맴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믿는 사람, 그리고 애사심과 조직의 충성심이 있는 직원. 이중에 한가지만이라도 몸에 배어 있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 셈이다. 직장에서뿐 만이 아니라 어디에서나 적용된다.
아무튼, 우리는 결국 비상시국을 맞이해야만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객관적 평가도 알게 된다.
새해는 이구동성으로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IMF보다 훨씬 혹독한 시련이 다가올 것이라는 예언이다. 과연 나는 그런 비상시국에도 당당하게 살아남을 만한 구성원인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 까?
일찌감치 새 직장으로 둥지를 옮기던가, 독립을 하던가 아니면 살아남는 소수자가 되어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지 말이다.
새해벽두부터 이리 살벌한 글을 쓰냐고 나무라지 마시라. 미리 각오하고 준비하며 어려움도 좀 덜어지지 않을 까 싶은 마음이다. 설에는 좀 숨을 가다듬고 바로 밀려올 해일에 대비해야 하지 않을 까? 하긴 설 연휴라고 휴전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긴 하다. 베트남 역사가 말해준다. 전쟁을 베트남의 승리로 이끈 계기가 된 구정 대 공세를 아시는가? 바로 설 연휴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다.
아무튼, 올 설 연휴는 그리 맘 편한 휴가가 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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