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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박’을 아십니까? 박용찬(42) 사범을 베트남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그는 식구들의 단수를 모두 합쳐서 15나 되는 태권도 가족의 가장이다. 15는 합기도 등 다른 무술의 단수는 포함시키지 않은 숫자다. 타이거박이 5단, 그의 ‘룸메이트’ 김명희(38) 사범이 6단, 호치민한국국제학교에 다니는 두 딸 하은이(13)와 예은이(12)가 각각 2품이다. 6월이 지나면 숫자는 2가 늘어 17이 된다. 두 딸의 무난한 승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타이거박보다 김명희 사범의 단수가 더 높은 것은 기량이 절정이던 20대의 5년을 공수특전단에서 군복무를 한 탓에 승단을 하지 못했기 때문. 한 번 뒤처지자 더 이상 부인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단다. 김 사범은 여성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공중에서 540도를 회전하면서 발로 세 번 가격을 하는 이른바 ‘540도 3방격파’ 를 실현한 고수(高手)다.
캠퍼스커플로 만난 이들 부부의 태권도 경력은 화려하다. 김 사범이 먼저 1994년 세계태권도한마당 종합격파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자 1996년에는 박 사범이, 다시 1997년에는 김 사범이, 그리고 2000년에는 박 사범이 다시 종합 격파 1위에 오른 것이다. 타이거박 가족은 한국과 베트남에서만 잘 나가는 것이 아니다. 가족 태권도 시범을 위해 세계 여러나라를 다녀오기도 했다.
2002년 베트남에 온 이후 여러 곳의 사범을 거친 타이거 박은 한 달 전부터 야베코리아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제자들이 벌써 30명이나 된다. 불과 한 달 만에 야베에서는 관원이 제일 많은 태권도장이 됐다. 박 사범은 벤쩨의 태권도대표선수단을 지도하고 있다. 성적은 1년 만에 최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급상승했다. 껀저고아원에서도 남광베한태권도장을 만들어 태권도 전파에 힘쓰고 있다. 그래서 외부 지도가 있는 날에는 박 사범의 오토바이 주행시간은 4시간을 넘어간다. 그래도 그는 태권도복만 입으면 저절로 힘이 난다.
타이거박의 1차 목표는 올해 안에 자신의 닉네임을 단 ‘타이거태권도시범단’을 출범시키는 것이다. 내년부터 그 시범단을 이끌고 세상에 한국 태권도의 기개를 드높이겠다는 각오다.
두 딸 역시 부모의 피를 물려받아선지 태권도를 포함한 운동에 남다른 소질을 보이고 있다. 세계태권도한마당에서 태권체조 부문에서 수상을 하는 등 국내 태권도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한 적도 있다. 어찌 보면 태권도를 위한 피를 타고 난 만큼 태권소녀로 자라기를 희망할 것 같지만 박 사범이나 김 사범 두 사람 모두 자녀들 자신의 희망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큰 딸 하은이는 테니스 선수, 작은 딸 예은이는 학교 선생님이 꿈이다. 타이거 태권가족의 우렁찬 기합 소리가 오래오래 베트남에서 울려 퍼지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