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모습

kimswed 2009.04.30 17:05 조회 수 : 1564 추천:372





지난 8일자 동아일보 인터넷 판을 통해 황호택 수석 논설위원이라는 사람이 하노이에서 하루를 보내며 느낀 소감을 주제로 한 그의 칼럼을 읽었다.  
황 수석 논설위원은 역시 최고의 지성인답게 그 짧은 하루를 하노이에서 보내면서 베트남의 정치적 이념과 방향, 호찌민의 영향 그리고 베트남 젊은이들의 사고의 변화 등을 서술하며 그 증표로 호찌민 화상이 들어있는 베트남의 화폐와 영어를 하는 27살 먹은 가이드 청년의 언행을 내세우며 잘 다듬어진 글 속에 슬며시 자신의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한국의 거대 신문사의 논설위원, 그것도 수석이 앞에 붙은 최고의 논설위원의 글로는 신중치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적어도 그는 모든 베트남 국민의 마음에 누가 자리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귀하게 여기는지 사려 깊게 살핀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 주관적인 글을 쓰기 전에 그는 과연 베트남에 대하여 어떤 공부를 했을까? 비록 그가 몇몇 서적이나 인터넷의 정보를 읽어서 베트남에 대한 지식을 이미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베트남 인들의 진정한 마음을 읽어내기는 힘들었을 텐데 어찌 하루 만에 그런 확고한 판단을 얻게 되었는지 감탄할 만 한 일이다. (좀 민감한 내용이라 이곳에서는 밝히지 않는다. 한번 사이트를 방문하여 읽어 보시라)

한국사람들 그것도 나름대로 식견이 있다고 자부하시는 한국의 지식인들, 베트남에 며칠 들려보고는 베트남을 다 아시는 것처럼 말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00년의 장구한 역사를 가진 베트남을 고작 사나흘 들려보고 저울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필자는 베트남에 15년을 살면서 여러 사업을 하며 수많은 베트남 사람을 만나고 또 베트남의 실상을 매일 들려다 보면서도 베트남을 안다고 단언하지 않는다. 잡지를 만들며 베트남의 거의 모든 뉴스를 검토하며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정보를 접하지만 누가 찾아와 베트남에 대한 사정을 물으면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단정적으로 이것은 이렇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고된 역사를 함께 겪어보지 못한 외국인으로서는 그들의 속내를 파악한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보는 그들의 모습은 사실 그들이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그저 그들이 보여주는 것을 붙들고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고 있는 것뿐이다.

그러니 유람 삼아 베트남에 오셨다면 그저 유람만 하시고 수박이 한국보다 길다는 것만 보시고 원뿔 모자, 농을 기념품으로 사 들고 돌아가시기 바란다. 그리고 고국으로 돌아가서 베트남에 대한 어설픈 평가는 자제하시는 것이 좋겠다. 그대들의 자의적인 해설이 뜻하지 않은 돌맹이가 되어 교민들에게 돌아온다.
베트남에 대한 자의적 해석은 한국의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수년 전 한국의 좌파 정권 당시 많은 매체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와 베트남을 뒤지고 교민들의 일상을 보여주겠다며 이곳 저것을 들쑤시고 다닌 적이 있다. 그런 매체들이 쏟아내는 단정적인 기사나 편향된 프로그램을 보면서 교민들이 얼마나 실소를 금치 못했는지 아시는가?


하긴 그 당시 명예욕이 좀 넘치는 베트남 교민 한 사람이 스스로 방송에서 교민들의 생활에 대하여 왜곡된 증언을 하기도 했으니 교민입장에서 남들을 탓할 일도 아니긴 하다. 그는 모든 교민들이 다 베트남 여자와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떠벌리는 바람에 남편을 베트남에 혼자 보낸 한국의 부인들이 단체로 감사를 하기 위해 베트남에 몰려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런 헛소리를 한 사람이 아직도 교민사회에서 오염된 감투를 뒤집어 쓰고 활개 짓을 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세상은 참 만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에 대한 평가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성급한 한국인에게는 그게 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자의적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려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고 인정하는 겸손함이 아쉽다. 특히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매체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더욱 신중해야 할 일이다.  

경제불황으로 늘어나는
생활범죄
최근 베트남에서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생활범죄에 대한 얘기다.
요즘 깊어가는 세계 경제불황의 여파로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한동안 하향세를 보이던 생활 범죄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것의 대표적인 범죄는 좀 도둑질이나 소매치기, 날치기 등인데 이곳에는 특히 오토바이를 이용한 날치기 사건이 자주 일어난다. 이에 대하여 우리가 각별히 주의해야 할 이유는 그 범죄의 대상이 주로 외국인, 그 중에서도 현금과 비싼 보석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최근 본지에 들어온 오토바이 치기 사건만 해도 하나 둘이 아니다. 몇 가지 예를 보자.
30대 초반의 임모 부인, 아이와 함께 택시를 타고 사이공 스퀘어라는 1군에 소재한 유명 쇼핑 센터를 방문해 그 앞 대로에서 내려 인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애를 한 손에 잡고 핸드백은 긴 끈을 이용하여 어깨에 대각선을 걸고 있었다. 인도에 바짝 붙어오는 오토바이가 접근한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어느새 가방을 낚아채는 손이 있었다. 마침 핸드백이 똑딱이 단추로 끈이 연결되어 있어 끈만 어깨에 남기고 핸드백은 고스란히 날치기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날 쇼핑은 망친 것은 물론이고 놀란 아이를 달래느라고 종일 고생했다는 얘기다. 이 부인은 비록 가방과 함께 기백불의 현금과 핸드폰을 잃어버렸지만 그나마 행운이 작용한 경우다.
다음 예를 들어보면 그 부인이 왜 행운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번에는 남자의 케이스다. 47세의 김모씨, 꽁화 네거리 맥시마트 근처 골목에서 친구의 오토바이 뒤를 타고 가고 있었다. 마침 맥시마트를 들릴 요량으로 오토바이 속도를 죽이고 있던 찰나 어깨에 걸어둔 가방을 낚아 채는 2인조 오토바이 날치기, 가방은 어깨에 클로스로 걸려 있어 가방만 떨어지지 않고 몸이 함께 오토바이에서 떨어지며 가방과 함께 수 미터를 끌려 갔다. 가방을 도난 당하지 않았지만 김씨의 얼굴은 아스팔트바닥에 사정없이 끌키며 엉망이 되었다. 결국 3도 화상에 3개월 이상 병원을 다녀야 했다. 어떤 부인은 가방을 사수하려다 넘어지면서 어깨 뼈가 부러진 경우도 있다.
노인회의 유명인사의 부인이 거리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가 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고 있는데 반대 방향에서 오토바이가 지나가며 부인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채간다. 이들은 필요하다면 도로를 역 주행하며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사실 수도 없이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도 숨차다. 문제는 최근에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앞으로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모두 스스로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 교민 분들과 한국방문객들, 거리를 다니실 때는 가능한 가방은 들고 다니지 마시라. 목걸이는 집에 두고 다니시라. 카드도 꼭 필요한 경우만 지참하시라. 택시를 타고 내릴 때가 범죄에 노출되는 순간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좀 불편하더라도 의복 주머니에 지갑과 기타 일용품을 넣고 다니시라. 그리고 집의 문단속을 단단히 하시라. 필자도 5년 전에 사무실에 둔 철제 금고가 통 채로 사라져 큰 돈을 잃어버린 적도 있다. 금고가 필요하다면 가능한 100킬로 이상 되는 중대형 금고를 준비하시라. 집안에 있는 귀중품 역시 잘 보관하시라, 공연히 견물생심을 만들지 말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요즘의 베트남의 한 모습이다. 베트남을 방문하시는 한국 분들 이런 실질적인 상황을 숙지하고 피해 없이 돌아가시라. 좀 배웠다고 그들의 모습을 한 눈에 알았다는 듯이 단정짓지는 마시라. 요즘은 세상이 좁아서 그대가 한 소리가 지구촌 곳곳을 한국인의 이름으로 날아다닌다. 조금 신중해야 할 일 아닌가?  

호치민교민잡지 챠오베트남에서 퍼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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