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한영민

kimswed 2009.06.27 11:32 조회 수 : 1179 추천:351



나라가 국민들을 우울하고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명백한 사례를 현재 한국에서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에 거주하며 뉴스로 전해 듣는 고국의 우울한 소식에 눈살을 찌푸리곤 했지만 그래도 한국의 내부 사정은 좀 다를 줄 알았다. 외부로 비치는 외관보다 항상 내부의 모습은 좀더 안정적이었다는 통상적 관례를 믿어보며 한국으로 돌아와보니 정작 한국은 외부에서 보이는 혼란보다 훨씬 심각한 내홍을 맞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 몰고 온 태풍에 온 나라의 국민들이 서로 갈라져 난투극을 벌이는 모습이다. 입으로만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꾼들은 국민의 불안한 심정을 해소하기는커녕 이 기회를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데 이용하고자 혈안이 되어 국회도, 법도, 질서도 무시하고 거리로 나서 갈등을 선동하고, 뭔가 소통의 물고를 터주어야 할 정권 측은 스스로 반으로 갈라져 서로 냉소를 퍼부으며 반목하느라고 사태를 수습할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은 언론대로 좌우로 갈라져 서로를 죽일 넘이라고 삿대질하고 있고, 국민은 국민대로 갈라져 서로 눈과 귀와 마음을 닫아 걸고 자신의 의견이 선이고 그와 다른 의견은 악이라며 추악한 다툼을 서슴지 않는 판에, 설상가상으로 대한민국이 적화되어 다 함께 망하는 것이 지고 지순한 목표인 일부 좌파 선동 세력들은 “그래 우리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야” 하며 때와 장소를 안 가리고 선동 질을 해대고 있는, 말 그대로 눈이 어지러워 볼 수 없는 난장판이 한국에서 걸 지게 벌어지고 있다.
철없는 젊은이들은 이 난장판의 결과가 자신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줄도 모르고 그저 심심하던 차에 재미있는 판이 벌어졌다는 듯이 이곳 저곳을 쑤시고 다니며 근거 없는 헛소문과 철학 없는 말장난을 퍼트리며 사회를 더욱 어지럽히고 있다.
사실 우리 기성세대는 고생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다. 다시 또 다른 변고로 예전의 그 시절이 돌아온다고 해도 별로 당황할 것도 없이 대처할 충분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태생부터 고생이라곤 모르고 자란 젊은 세대는 난세가 불러오는 환란(患亂)의 고통을 어찌 견디려고 이리 철없는 자해(自害)를 하고 있는지 정말 답답한 일이다. 나라의 미래에 자신의 미래가 걸려있다는 것을 정말 알고는 있는가? 하긴 이들을 올바로 가르치고 지도해야 할 교수라는 인간들이 한술 더 떠서 시대 착오적인 시국선언이나 발표하고 있으니 젊은 학생들에게 사리 분별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인 양 싶다.  

아이러니 하게도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바쳐진 수많은 호국 용사들의 명복을 빌며 그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더욱 굳건한 나라를 만들자고 제정한 호국보훈의 달에 망국의 난장판이 벌어졌으니 참 한국은 앞 뒤 안 가리는 대단한 나라다. 이렇게 싸울 양이면 호국의 달이나 제정하지 말지, 우리를 내려다 보며 얼굴을 붉히실 호국 선열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이런 시국에는 입 다물고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혼란을 잠재우는 바른 일인지, 아니면 뭔가 이런 목소리도 있다고 드러내는 것이 옳은 일이지 분간이 안 된다.
그래서 이 글을 쓰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가능하면 다른 주제의 글을 쓰고 싶었지만 눈만 뜨면 보이는 것이 온통 나라를 뒤집어 버릴 것 같은 망국적 난동 질만 보이니 다른 주제가 도저히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2-3일을 꼼짝 않고 이런 저런 글을 써봤지만 어떤 주제의 글이든 간에 결국은 이런 나라의 혼란과 연결이 되어 버리니 피할 방법이 없다.

차라리 베트남에서 그저 한발 물러나 "있던 때가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넘의 나라 꼴 보기 싫은데 정말 영구 이민이라도 떠날까?
나이 환갑을 눈앞에 두고 이민 간다고해도 선뜻 받아 줄 나라도 별로 없을 테니 싫으나 좋으나 여생은 한국에서 보내야 할 것 같은데 이렇게 소통이 꽉 막힌 나라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것이 혹시 명을 재촉하는 일이 되지나 않을 지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니 이명박 정권이 미워진다. 그의 표정 없는 얼굴이 밉살맞아 보이고 양복 입은 채 앞치마 두르고 꼬치를 굽는 사진의 모습은 마치 갓 쓰고 양복 입은 꼴 같아 저절로 쩝! 하며 혀 차는 소리나 새어 나온다.
그리 머리가 안 도나?
한국인이 감성에 좌우되는 성품이라는 것을 그리 모르나. 너무 단정해서 건조해 보이기까지 하는 노련한 장사치의 모습을 버리고 좀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제스처를 개발할 수는 없는가? 웃을 때 입 좀 크게 벌리고 흐트러지게 웃는 모습을 보이면 안될까? 가끔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열변을 토하는 뜨거운 모습 좀 보이면 안될까? 천성적인 품성이 그래서 쉽게 고쳐질 일이 아니다 하지 말고 예전에 세계를 누비며 장사하던 기백을 좀 살려봄이 어떠신가? 거칠 것도 불가능도 없던 장사꾼 아니던가? 계약을 따기 위해 바이어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고 연구하듯이 한국민을 고객처럼 여기면 못할 것이 무엇인가?

이 대통령이 잘 아는 비즈니스로 비유를 한다면 한국민은 감성에 좌우되는 비교적 거래를 트기 어렵지 않은 바이어인 셈이다. 뭔가 사려는 물건의 품질이 모자라고 가격이 좀 비싸도 인간적인 소통만 잘 된다면 계약서의 내용도 보지 않고 덥석 사인을 하는 덜렁이들이다. 그러나 변덕이 심해 조금만 소홀하다 싶으면 삐쳐 돌아서는 어린이의 성품과 같으니 이런 소아적 바이어와의 거래에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소통이다. 그것도 의례적이고 정례적인 대화가 아니고 진정 성 있고 가끔은 돌발적인, 요령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 이것만 잘되면 어려울 것 하나도 없는 만만한 바이어다. 단지 가끔 떼쓰는 버릇이 있는데 이때 그냥 양보하고 물러나면 정말 골 아픈 악성 바이어로 변해버리니 그때는 확실하게 원칙을 일러주고 그런 투정이 안 통한다는 것을 엄격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곤 곧바로 그런 당신을 이해한다는 자상한 면모를 보여야 한다. 뒤처리를 잘못하면 거래기간 내내 심통만 부리며 자신을 알아달라고 투정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의 성공을 위하여, 저 꼴 보기 싫은 난장판을 치우고 나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께 옛사람들의 조언을 하나 전하고자 한다.  
옛말에 “군자는 배요 국민은 물이다” 라는 말이 있다. 배가 물길을 잘 타면 안전하게 운행 하지만, 물길을 거슬리는 배는 온전히 항해하기 힘들다. 안전한 항해를 위하여는 먼저 물길을 이해하는 뱃사공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노만 잘 젓는다고 배가 잘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길을 이해하면 노젓기도 엄청 쉬워진다.
-뱃사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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