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3홀에서예의

kimswed 2009.07.15 08:28 조회 수 : 1630 추천:376



파 3홀에서의 예의


지난 호에는 골프장에서의 예절에 대한 얘기를 썼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습니다.
그저 “다 아는 소리를 또 했구먼, 할 말 없으면 이제 그만 쓰지” 하는 비아냥이 나올 줄 알았는데 많은 분들이 좋은 글이었다고 자주 그런 얘기를 써달라고 하네요.
그런 분 중에 한 분의 제안으로 이번 호에는 파 3홀에서의 예의에 대한 언급을 하고자 합니다.

골프에 파 3홀이 있다는 것은 참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파 5홀은 아무래도 장타자가 유리하지만 파 3홀은 장타가 유리한 점이 없습니다. 정교한 아이언 샷을 겨루는 홀입니다. 그것도 단 한번의 샷으로 그 홀의 승부를 가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하수에게도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홀입니다. 그래서 초보자들이 상수를 상대로 내기를 할 때 한번 해 볼만하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덤비는 홀이 파 3홀이지만 반면에 상수들이나 프로들에게는 가장 힘겹고, 가능한 피하고 싶어하는 홀이 바로 파 3홀입니다. 여러 타의 샷을 날리며 통계적으로 실수가 적은 상수가 유리할 수 밖에 없는 파4, 5 홀보다 이점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핸디 차이가 많이 나도 파 3홀에서는 절대로 핸디를 안주는 것이 통례입니다.
골프코스는 여러 가지 샷을 다 테스트하는 장치를 이렇게 코스 자체에 심어두고 골퍼들에게 한가지만 하지 말고 모든 샷에 익숙해지라는 오더를 내리는 겁니다.

그런데 파 3홀에서는 다른 홀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광경이 벌어집니다. 즉 앞 팀과의 조우입니다. 요즘처럼 골프인구가 많아져 필드의 모든 홀에 사람이 꽉 차 있어 진행이 도움이 되고자 앞 팀이 전원 공을 그린에 올려놓고 퍼팅을 하기 전에 뒤 팀에게 티샷을 하도록 허용하는 사인을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기본적인 예절이 있는데 많은 분들이 이를 잘 모르는 것 같아 언급해 달라는 청이 있었던 겁니다.
원래 예절이란 만남이 생길 때 요구되는 것입니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는 예절을 차릴 필요가 전혀 없죠. 결국 예절이란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필요한 행위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파 3홀에서는 만나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동반자 뿐 만 아니라 앞 팀과도 만나게 된다는 것이죠. 그러니 더욱 예절이 강조되게 마련이죠. 한번 함께 살펴볼까요? 어떤 예절이 필요한지.



   파 3홀에서 지켜야 할 예절

1) 사인과 답례

파 3홀에서는 뒤 팀에게 사인을 준다고 하는데, 어떻게 줍니까? 클럽으로 합니다. 앞 팀은 그린에 공을 올려놓고 마크를 한 후 공을 집어 올리고 손이나 클럽을 높이 들어 이제는 쳐도 된다는 사인을 보냅니다. 이때 뒤 팀은 반드시 그 사인을 받았다는 표시로 손을 흔들거나 클럽을 높이 들어 답례를 해야 합니다. 아무런 답례도 없이 그냥 티 박스에서 어드레스를 하면 저 인간이 사인을 받아서 티샷을 하려는 것인지 그냥 연습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사인을 받았다는 답례를 꼭 하시고 지체 없이 샷을 날려야 합니다. 만약 첫 번째 샷이 워터 해저드에 빠진 경우 워터 해저드 근방으로 가서 샷을 할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위치상 다시 그 자리에서 3번째 샷을 날려야 할 경우 샷을 마치기를 기다리는 앞 팀에 다시 샷을 한다는 신호를 보내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파 3홀에서는 이런 일련의 대화가 수신호나 클럽을 흔드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200야드나 떨어진 곳에서 소리쳐 의사를 전달할 수는 없는 거죠. 재미있는 장면 아닌가요?    

2) 뒤 팀 샷이 그린에 잘 올라온 경우

뒤 팀이 티샷을 할 때 앞 팀은 갤러리가 되는 셈입니다. 그럼 갤러리로써의 예의를 지켜야 하는데 바로 잘 친 샷에 찬사를 보내는 일입니다. 즉 뒤 팀이 친 공이 그린에 올라오면 박수를 치거나 클럽을 높이 들고 흔들어 잘 쳤다는 찬사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찬사를 받은 플레이어는 역시 클럽을 높이 들고 흔들어서 고맙다는 답례를 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이런 일은 한국에서는 당연한 예절인데 베트남에서는 거의 통용되지 않습니다. 보기 좋은 예절이니 꼭 배워서 매번 실행하심이 좋을 듯합니다. 앞에서는 그린에 잘 올라왔다고 클럽을 흔들며 찬사를 보내는데 멀뚱멀뚱 왜 그러지 하며 바라만 본다면 클럽 흔든 사람이 머쓱해지죠. 그러면서 아 저 친구들 아직 기본 매너를 익히지 못했구나 하며 안타까워할 겁니다. 사람에 따라서 “이런 촌 넘들” 할지도 모르죠.

3) 그린 접근은 조심스럽게

뒤 팀이 티샷을 한 후에 그린 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앞 팀은 퍼팅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 걸어오는 동안 퍼팅을 마치기에는 시간이 충분치 않습니다. 이때에는 그린에서 퍼트하는 앞 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들이 퍼팅을 다 마치고 그린을 떠날 때까지 약 30야드 전방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예의가 필요합니다. 언젠가는 뒤 팀이 앞의 팀의 플레이어가 아직 퍼팅도 마치지 않았는데 그린에 올라와서는 지들 퍼팅 라인을 본다고 두리번거리는 바람에 중요한 퍼팅을 놓쳤다고 다툼이 일어나는 것도 보았습니다. 아니 사인까지 주고 호의를 베풀었는데 그런 천박한 답례를 해서는 안되죠. 남의 팀이 퍼트하는 그린에 올라가는 일은 가장 무례한 행동 중에 하나입니다.  

4) 사인을 주는 경우와 안주는 경우

주말처럼 전 필드가 플레이어로 가득 차 밀려가는 상황에서는 두말없이 뒤 팀에 사인을 주어야 하지만 전체적으로 밀리지는 않으나 자신들의 플레이가 늦어 뒤 팀이 바짝 따라오는 경우는 사인을 주는 것 보다 가능한 빨리 퍼팅을 마치고 떠나는 것이 도와주는 일입니다. 그래야 자신들도 다음 홀부터는 여유를 갖고 쫓기지 않은 플레이를 하게 되는 거죠. 파3 홀이라고 무조건 뒤 팀에 사인주자고 하기 전에 상황 파악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가뜩이나 느린 플레이로 뒤 팀에게 짜증을 내게 만들고, 자신들의 앞에 홀이 텅 비어있음에도 뒤 팀에 사인을 주면 소리는 안 들리겠지만 분명히 뒤 팀으로부터 멍청하다는 비아냥을 들을 겁니다.
바로 이럴 때 고수의 리더가 필요합니다. 자기 팀의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다른 팀에 지장을 주지 않는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바로 고수의 역할입니다. 고수되기 힘들죠?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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