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보이지 않는 권력, 느끼지 못하는 무게, 치를 수 없는 가격
하성호 지휘로 이끄는 서울 팝스오케스트라 공연이 호찌민시에서 대성황을 이뤘다. 연말에다 갑작스런 방문이었고, 그래서 공연장 사정이 좋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한인 타운, 푸미흥에서 먼 거리인 떵빈군의 국방홀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먼 거리와 상관없이 티켓은 일찌감치 동났다.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위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호찌민 한인회 주관으로 열린 이번 공연은 한-베 문화교류와 더불어 자선을 위해 지난달 26일 개최되었다. 서울팝스오케스트라는 그 이름에서부터 대중적인 친근감이 풍겨난다. 실재로 그들은 음악을 위한 음악이 아닌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음악, 사람에게 기쁨과 즐거움, 추억과 희망을 전하는 친근한 음악을 지향한다. 그 밖에도 문화 소외지역을 순회하는 ‘푸른 음악회’와 민간기업,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사원복지를 위한 초청공연 등을 통해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열정을 보여 왔다.
공연 전 기자회견에서 교민신문은 해외로 나와 현지의 교민들과 함께하는 공연의 느낌을 물었고 이에 하성호 단장은 “오늘 호찌민시의 우리 교민들과 베트남 시민들 앞에서 공연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며 “먼 타국에서 열심히 땀 흘려 일하며 국위 선양하는 여러분들이 자랑스럽고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은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콘서트는 서울 팝스가 편곡한 교향시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무대를 열었고,
지휘자에서 문화CEO라는 별칭도
하성호 군단으로 통하는 서울팝스오케스트라는 어린이대공원 야외공연장에 상주하면서 서울어린이대공원 숲속의 음악회, 한국전력과 함께하는 ‘희망 사랑 나눔’ 콘서트를 주도해 왔다. 하성호(58)씨는 23년간 서울팝스를 이끌며, 1988년 창단 이래 무려 3천여회의 지휘로서 가장 지휘를 많이 한 지휘자로도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이 같은 결과는 그가 평소 대중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얼마나 열정적으로 노력해왔는가를 단적으로 시사한다. 그는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겸 음악총감독으로 대한민국 팝스오케스트라의 선구자로 불린다.
최근 들어 그에겐 지휘자의 명성에 못지않게 문화 CEO라는 또 다른 별칭이 붙고 있다. 국내 대기업 CEO들을 비롯한 삼성경제연구소 등의 강단에서 벌써 100여 차례의 ‘경제특강’을 진행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강조한 “지난 50여 년간의 산업사회가 최근 IT사회를 거쳐 CT사회로 변화하면서 문화적 환경이 재창조될 것”이라는 ‘문화적 기술’론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강연을 통해서 “21세기의 핵심 키워드는 ‘문화’라는 점을 늘 강조한다.
하여, 그가 주장하는 ‘문화’ 라는 주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서술을 요구하자 그는 “21세기는 모든 분야에 문화가 기본이 될 것”이라며 “정치나 회사경영도 문화적인 바탕위에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문화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며 힘을 느끼지 못하는 무게, 값을 치를 수 없는 가격”이라며 “이미 우리 생활에 녹아있다”고도 전했다.
클래식과 대중성 접목한 실험적 퓨전음악
그는 “오늘날 상품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인 품질과 실용성 그리고 이미지(Image)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이미지 이고 상품의 문화적 가치를 나타내는 그 상품의 고유 브랜드”라고 지적하고 “유명브랜드와 무명 상품의 가격 차이가 몇 배 혹은 몇 십 배의 차이를 두고 있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상품의 문화적 가치를 가격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접목한 실험적인 퓨전음악으로 국내외 음악계에 신선한 파동을 일으켜 왔다. 또한 그의 철학으로 일궈온 서울 팝스 오케스트라는 올해 5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팝스 제 100회 정기연주회를 마침으로 그 명성의 확인했다. 아울러 “관객 없는 음악은 의미가 없는 만큼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그의 음악철학이 점차 대중들의 공감대를 확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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