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엘보

kimswed 2009.10.14 08:32 조회 수 : 1505 추천:395



지난달 정말 오랜만에 들른 롱탄 골프장에서의 라운딩, 출발은 참 괜찮았다. 드라이버도 잘 돌아가고 아이언 샷도 잘 떨어졌다. 오늘은 그런대로 괜찮은 라운딩이 될 것 같은 기대감으로 가슴을 채우며 2홀을 무난히 파로 마치고 파 5, 3번홀에 들었다. 드라이버도 잘나가고 역시 두 번째 샷도 그린 전방 100야드 근처에 갖다 두고 3번째 샷으로 핀 가까이 붙여 버디를 노려볼만한 상황이다. 핀은 그린 앞쪽이라 약 90야드 정도 날리면 그린 앞 쪽에 떨어지겠다 싶은 마음으로 56도 웨지 샷을 들고 핀을 향해 회심의 샷을 날린다. 날카로운 웨지 아이언의 스팟에 공이 정확히 찍혀 공이 튀어 오르는 것을 느끼는 순간 외팔 팔꿈치에 강한 충격이 전달되며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진다.
공을 때리고 자연스럽게 파고 드는 웨지 아이언의 날이 잔디 속으로 파고드는 순간 딱딱한 뭔가에 부딪치며 강한 반동과 함께 왼팔 팔꿈치에 엄청난 충격이 전달된 것이다.

잔디를 입힌 깊이가 낮고 바로 그 밑에 단단한 바닥이 있었던 게다. 좀 가파르게 찍은 감은 있었지만 정상적인 페어웨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을 만한 샷인데 운이 나쁜지 공사가 잘못된 페어웨이였던지 아무튼 바로 단단한 바닥이 드러나 있었던 모양이다.
어째든 공이 어디로 갔는지도 확인 못하고 왼 팔꿈치를 감싸고 주저 앉았다. 다행이 공은 그린에 안착되어있었지만 좀 길어서 핀과는 상당한 거리를 남기고 있었다.

그 후 어찌 되었을까?  당연히 라운딩은 엉망이 되었다. 그저 오른 팔 하나로 공을 굴리며 다니고 말았는데 다행이 보험을 자청(?)하신 동반자가 있어 돈은 잃지 않았다.

문제는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선뜻 필드에 못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좀 괜찮은가 싶어 두 번 필드에 나섰지만 아이언이 조금이라도 강한 충격을 받으면 그 충격이 고스란히 팔꿈치로 전달되어 다시 심한 통증을 유발하여 샷을 날릴 수가 없었다.
결국 몇 주는 쉬어야 한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리고 팔꿈치 치료가 될만한 방안을 찾아 인터넷을 뒤졌다.
별다른 치료법은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예방과 치료를 위한 근육 스트레칭 방법이 소개되어있다. 왼팔을 쭉 뻗은 채 손바닥을 몸 바깥 쪽으로 돌려 팔꿈치에서 시작되어 팔뚝 위쪽을 거쳐 검지와 중지 사이로 연결되는 긴 근육을 늘려주어 엉긴 근육을 푸는 방법인데 기대보다 상당히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수 차례 반복을 하고 나니 훨씬 팔이 편해졌다.  

좀 편해 졌다 싶어 다음날 연습장을 가서 공을 가볍게 치며 채를 휘둘러봤는데 약간의 불편함은 남아있지만 부상 당시 보다는 훨씬 편해진 느낌이다.

그래도 공을 때리는 순간 팔꿈치에 전해오는 충격을 느끼는 터라 가능하면 가볍게 공을 가격하는 방법으로 허리를 조금 빨리 돌리며 공에 체중을 실어주는 연습을 했더니 의외로 공도 제 거리를 내고 팔에 전달되는 무게가 훨씬 감해진 듯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스윙의 정석을 다시 느끼는 기분이다. 그 동안 억지로 클럽을 끌어내리며 강하게 가격하느라고 온몸에 힘을 주던 부자연스런 스윙을 자연스럽게 수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참 세상 일은 참 알 수가 없다.
팔꿈치 앨보로 왼팔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스윙을 일부 바꿨는데 오히려 그 바꾼 스윙이 원래 권장할 만한 스윙으로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그 동안 무슨 스윙으로 골프를 쳐왔는지 스스로 의문이 솟는다.



아마도 골프란 그런 것인 모양이다.
어떤 식으로든지 공을 때려도 엄청난 변화는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스윙이 어찌되었든 간에 공을 가격하는 순간의 클럽 속도와 방향만 올바르다면 원하는 방향과 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느낌을 다시 받는다.

타이거 우즈처럼 목숨을 걸고 골프를 잘 쳐야 할 일이 아니라면 몸이 편하게 돌아가는 대로 클럽을 돌려주는 것이 오히려 억지로 돌아가지 않는 허리를 감아주고 어깨를 돌리고 머리를 잡느라고 애써야 하는 정통 스윙을 고집하는 것보다 좋을 것 같다.
하긴 사는게 다 그런 게 아닐까?
억지로 잘 살아야겠다고 보이지 않는 돈을 쫓아 다니는 것 보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사는 것이 올바르게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삶에 따르는 재물이 결코 남들보다 크지 않다 하더라도 그 모자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심리적 보상으로 충당되지 않겠는가?

거리가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공이 왼쪽으로 휘는 스윙을 하는 것이 편하면 몸이 따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공을 치는 것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만족감을 주는 길이 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 오늘은 다방커피를 한잔하자.
그 동안 설탕과 프림이 잔뜩 들어가 살찌는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어 거리를 두었던 믹스 커피, 그러나 입에 당기는 달달한 그 맛을 못내 잊지 못해 커피를 탈 때마다 기웃거려지던, 저 예전 빌딩지하에 있던 장정구식 파머 머리에 짙은 화장으로 주름을 감춘 마담이 반갑게 맞아주던 장미 다방에서 마시던 그 다방 커피를 오늘은 한잔 마시자.  

앨보가 와서 팔꿈치가 좀 아프면 대수랴? 몇 달 지나면 다시 언제든지 골프를 칠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는 것만 해도 행운이다. 공이 제멋대로 달리는 엉터리 스윙을 하면 좀 어떠냐? 간만에 푸른 잔디를 밟으면 친구들과 짓궂은 농 짓거리 할 수 있느니 그만 하면 차고도 남을 뿐이다. 달달한 다방 커피에 살이 좀 불어나면 어떠랴, 그래도 반갑게 맞아주는 중년의 마담이라도 있으니 고맙지 않은가?

그런데 오늘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앨보가 어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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