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큰 고집을 보인 사람은 누구인가요?
수많은 사람들이 있겠지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소크라테스입니다. 신을 믿지 않고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황당한 죄목으로 사약을 받은 사람이죠.
당시 그는 목숨을 구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아테네를 떠나던가, 그들의 요구대로 철학을 포기하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아테네를 떠나라고 권했지만 그는 그런 선택 대신 사약을 기꺼이 마셨습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옹고집입니다. 과연 그의 이런 행동이 고집이었는가는 조금 후에 다시 생각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우선 고집이란 무엇인가부터 살펴볼까요? 국어 사전을 보면 고집은 “자신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팀, 또는 그렇게 버티는 성미”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고집이라는 단어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타협이나 양보도 없이 굳게 지키는 태도를 의미하는 말로 쓰입니다. 고집이란 단어는 타자와의 관계에서 존재하는 단어입니다. 남들은 그렇지 않지만 나는 이렇다 라고 주장하는 것 아닙니까? 혹은 남들은 뭐라 해도 난 이것이다 라고 버티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남의 의사에 개의치 않고 내 의견을 내세우는 것입니다. 타인과 사회와의 부조화, 비타협의 성향을 드러내는 단어입니다. 고집이 센 어린이가 사회성이 떨어지는 반항적 성향을 지닌다는 우려도 그래서 나오는 것입니다.
고집에 내포된 더욱 중요한 의미는 타인과의 비타협이나 사회와의 부조화만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변화를 부정한다는데 있습니다. 세상이 무너져도 난 이것이다 라며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은 변화라는 변수를 제거합니다. 그러나 절대 변하지 않는 만고 불변의 진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입니다.
시간에 따라 모든 생명이 시들고 물질도 변화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렇게 뜨겁던 사랑도 세월이 가면 식어버리고, 젊은 날 심취하던 락 음악이 부담스러워지더니 늙은이들이나 따라 하는 음악이라고 경멸하던 뽕짝이 좋아집니다. 변화는 사물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나 시각에도 예외를 두지 않습니다. 하긴 그것이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변화를 거부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자연의 섭리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옹고집이 아리스토텔레스에 가면 어떻게 변화되었는가 한번 살펴 볼까요?
마케토니아 출신으로 아테네에 유학 와서 플라톤이 세운 학교에서 우수한 학자로 성장한 후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으로 명성을 날리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로 다시 돌아와 자신의 아카데미를 세워 대성공을 거둡니다. 투자 자금은 알렉산더 대왕이 지불했습니다. 그는 그때 현대 학문의 기반이 되는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마케도니아가 멸망하자 그의 지위 역시 일순간 몰락합니다. 결국 아테네 시민들의 의해 그는 소크라테스와 같은, 신을 믿지 않는다는 죄목으로 고발됩니다. 소크라테스와 같은 운명에 처할 위기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약을 마시는 대신 아테네를 떠나는 죄인으로서의 권리를 선택합니다.
그들의 선택은 각각 다르지만 철학이라는 가치를 신념으로 삼았다는 면에서 동일합니다. 신념은 같았지만 방법은 변화했습니다.
신념은 고집과 다릅니다. 신념이란 어떤 사상이나 명제를 진실한 것으로 믿고 따른다는 면에서 개인적인 사고에 국한된 고집과는 차이를 보입니다.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철학을 포기하라는 요구는 평생을 지혜로운 자를 찾아 헤매던 소크라테스에게는 삶의 포기와 다름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인 철학을 지키기 위해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반면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 시민들에게 또 다시 철학을 욕되게 하는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아테네를 떠납니다. 역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철학자다운 선택이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철학을 신념으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행복도시라는 세종시 문제로 국정이 요동칩니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이렇게 힘든 모양입니다.
행복도시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남다른 의미를 줍니다. 삶의 목적은 행복에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행복의 길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알 수가 없습니다. 무엇이 좋은지 알 수 없다면 극단의 선택을 피하라고 합니다. 즉 중용의 길을 가야 합니다.
행복한 삶은 쾌락과 도덕 사이의 균형을 취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용기는 만용과 비겁의 중용이고, 절제는 낭비와 인색 사이에 균형을 이루는 것입니다.
철학을 신념으로 아테네를 떠난 아리스토텔레스가 행복한 삶을 위해 한 말입니다.
사실 신은 자연을 통해 우리에게 행복을 찾는 방법을 이미 일러주었습니다. 모든 만물이 음과 양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다면 행복의 길이 어디 있는지 자연히 알게 됩니다. 단지 그 가르침을 인간들은 간과하고 있을 뿐입니다.
행복이라는 이름의 도시를 세우는 일이라면 바로 행복의 조건이자 수단인 중용을 따라야 함이 이치에 맞는 일입니다. 중용의 선택이란 바로 민주주의 방식입니다. 여러 가지 의견 중에 극단을 피하고 다수의 사람이 원하는 길을 택하는 것, 이것이 중용이고 민주입니다.
새로운 수정안과 원안을 놓고 열린 토론과 협의를 거쳐 행복의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수정안이 발표되기도 전부터 타협은 없다는 태도는 신념의 함정에 빠진 고집입니다.
신념이란 배움을 통해 익힌 보편적인 사고와 공익을 바탕으로 세워져야 합니다.
세상에 가장 무서운 고집은 배우지 않은 자가 신념이라고 믿고 있는 사고입니다. 배움이란 자연의 이치를 알아가는 것입니다. 자연의 이치 중 가장 근본은 변화에 있습니다. 변화의 이치를 배우지 못한 사람이 갖는 고정된 관념은 신념이 아닙니다. 보편적인 사고를 깨우치지 못한 아집에 불과합니다. 타협과 양보, 변화를 모르는 고집에는 행복이 찾아 들지 않습니다.
이런 저런 이론을 들이밀지 않더라도 세상을 살면서 사람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것은 고집이 아니던가요? 고집이 세다는 것은 자신의 의견에 대한 보편 타당성을 판단할 배움이 없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고집이 늘었다는 말은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 되고요.
그러고 보니 제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라도 살아 숨쉬는 동안 배움을 멈춰서는 안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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