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인

kimswed 2010.05.22 17:12 조회 수 : 1226 추천:323



잠들지 못하는 밤...


처음 베트남 땅을 밟았을 때, 내 사업파트너는 영업시간이 끝나 점포 문을 닫으면 쪼르륵 PC방으로 달려가 인터넷으로 고스톱을 쳤다. 그 때는 베트남에서 아는 사람이 그 사람 밖에 없었으므로 밥을 먹는 것도, 술을 마시는 것도, 하다 못해 밤에 자기 전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같이 해야 했는데, 정말 왜 이런 물 좋고 경치 좋은, 사실은 술 맛 좋고 여자 예쁜 베트남의 밤을 담배 연기에 찌든 PC방에서 보내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 때만큼은 내게도 베트남은 미지의 세계여서 가 보아야 할 곳,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 먹어봐야 할 음식들, 기타 등등, 알고 싶고 경험해보고 싶은 것들이 무궁무진한 것처럼 느껴지던 때였다. 그 때는 정말 PC방에 죽치고 앉아 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죽이는 행위는 정말 하릴없는 바보짓으로만 생각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왜 그 친구가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십분 이해를 하고도 남는 중이다.

당시는 ADSL이 지금처럼 널리 보급되지 않아 개인이 가정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전화접속 방식의 인터넷을 사용해야 했는데, 한국에서 가져간 노트북에는 전화접속용 모뎀이 달려있질 않았고, 수소문 끝에 알아낸 ADSL 서비스를 사용하려고 하숙집 주인을 설득하려다가 오히려 설득을 당해 기본요금이 없는 정액제를 사용하지 못하고 킬로바이트Kbyte당 과금이 되는 엄청나게 비싼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첫 달 사용요금이 400불이 나와서 까무러칠 뻔 했던 적도 있었다. 속도? 말도 못하게 느렸다. 그래도 국내 웹 페이지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멀리 이국에 와 있다는 느낌을 덜 받았다.
지금이야 IP폰이니 뭐니 해서 각종 인터넷폰이 백가쟁명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 때는 인터넷폰이란 개념도 희박할 때였다. 베트남 사람들이 운영하는 PC방엘 가보고 나서야 이곳 사람들이 외국에 있는 친지들과 통화할 때 사용하는 10만동짜리 국제 인터넷폰 통화권의 존재를 알았고, 그 덕에 한국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과 통화를 하는데 경제적 부담을 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통화품질은 조악하기 짝이 없었다. 접속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통화가 연결이 되어도 무슨 소리인지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은 통신세계에서도 통하는 불변의 진리였다.

지금은 그로부터 한 6년 정도 지나는 중이다. 물론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베트남도 한국도 아닌 곳에서 세월을 보내기도 했고, 다시 한국에서 직장생활도 좀 하다가 어쩌다 보니 베트남에 다시 또 흘러 들어온 것이다. 실제로 베트남에서만 지낸 나날들을 모두 더하면 한 3~4년쯤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그다지 해보고 싶은 것들이 남아 있지를 않다. 그래도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남아 있다면 이곳에서 발행되는 신문과 책을 우리말 글 읽듯이 자유자재로 읽는 것이다.
말도 그렇게 하고는 싶지만 베트남어 성조에 적응을 못하는 바람에 나 자신이 내 스스로에게 기대를 않는 중이다. 지금도 초행길을 헤맬 때마다 xx가 어디냐고 묻는 질문에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내 눈동자만 응시하는 베트남 사람들이다. 나? 그렇게 뛰어난 놈이라고는 스스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베트남어 앞에서 이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 그래도 아직 승부가 끝난 것은 아니라서 베트남어 학원 수강증 끊어 놓고 열심히 다닌다. 그냥 열심히 다니기만 한다.

교통비 아끼려고 오토바이를 배워서 타고 다닐 때, 그 전에는 오토바이 타는 일이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못해봤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일은 천양지차다. 자동차는 운전하면서 졸기도 하지만 오토바이는 너무 재미있어서 졸 수가 없다. 자동차는 손과 발로 조작을 하지만 오토바이는 온 몸으로 조작한다. 달리면서 몸을 움츠리거나 발을 쭉 뻗어봐도 무게 중심이 이동하면서 진행 방향이 달라진다. 오토바이를 안타본 사람은 이런걸 모른다.
오른쪽 손잡이에 있는 엑셀러레이터를 한껏 당겨봐도 시속 7~80km/h 밖에는 나오지 않지만 속도감은 자동차로 따지면 150km/h~200km/h 이상이다. 작열하는 열대의 태양 아래에 덮다 못해 뜨겁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닌 요즘 같은 날씨에 오토바이를 타고 그 정도 속도로 달리면 온 몸에 바람을 맞아 시원하다. 그런데, 그러다가 교통경찰에 잡히면 오토바이를 압수당하기도 한다. 베트남 교통경찰은 화끈하다. 인정사정 봐주는 법이 없다.
술 맛이 제 아무리 좋고 베트남 아가씨가 제 아무리 예쁘다 해도 매일 밤을 술과 여자로 지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 경제적인 부담이 그렇고 건강에도 문제가 생긴다. 술을 탐하면 뱃살이 생기고 여자를 탐하면 아이가 생긴다. 한국에 처자식을 남겨 두고 일하러 왔다가 본의 아니게 새 살림을 차린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개 하는 말들이 그렇다. 자신들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나?
내친 김에 탐하는 이야기를 계속해보자면, 돈을 지나치게 탐하면 감옥에 갈 일이 생기고, 공명심에 치우치면 오히려 욕을 들어먹는다. 그래서‘지나친 것은 부족한 만 못하다’하는 말이 생겨났다. 한자로 쓰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인데 한문은 참 대단하다. 단 네 글자로 이런 심오한 뜻을 전달하니 말이다.



해 보고 싶은 것도 별로 없고, 밤 시간은 길기만 하다면, 주로 내가 시간을 보내는 법은 영화를 보는 일이다. 물론 불법 다운한 해적판 영화들인데, 세상이 좋아지다 보니 이런 것도 가능해진 것이다. 만든 사람들이야 자기 돈 들여, 자기 땀 흘려, 더러는 사상자도 내가면서 만든 금쪽같이 귀한 작품일 테지만 아무리 자본가가 득세한 세상이라 해도 세상만사가 오른쪽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다지 죄를 짓는 것 같다는 느낌도 아니다.  한 때 있었던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의 연장선에서 그런 해적판 영상물과 음원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양심에 꺼려할 일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또한, 제작자 당사자들이야, 자신의 작품들이 이미 극장에서 상영을 마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투자한 만큼 그 이상을 벌어들였을 테니 그렇게 못마땅해 할 일도 아니란 거다. 그 양반들이 못마땅해 하는 것은 인터넷에 해적판이 돌지 않았다면 DVD 같은 2차 영상물 산업에서도 돈을 좀 더 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것들이다. 아? 해적판 영화 다운하는 법? 인터넷에서‘유토런트’또는‘Utorrent’라고 검색창에 쳐 넣고 한 두어 시간 고민해보면 방법을 알 수 있다. 최근에 상영된 영화, 미드(미국 드라마)는 구해지지 않는 것이 없다. 구해서 ‘곰플레이어’에 넣고 돌리면 한글 자막까지 덩달아서 구할 수 있다.

아무리 좋아하는 게 있어도 많이 하고 자주하면 물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재미있는 영화도 한두 편이다. 그럴 땐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요즘에는 책 읽는 사람들이 예전 같지가 않다. 재밋거리라면 책으로 쓰여져 있는 것은 이제 구닥다리가 된 것이다. 혼자서 하는 재미있는 일이라면 컴퓨터로 온라인/오프라인 게임을 즐기는 것도 있겠고, 웹 서핑을 하며 세상 이곳 저곳을 뒤적이는 것도 있다. 앞서 말한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하거나 음악을 듣는 것도 물론 포함이 된다.
옛 말에 남자라면 응당 다섯 수레 분량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말이 나올 당시의 책은 지금의 책하고 모습이 많이 달랐다. 종이가 없던 시절이라서 그 당시에 책이라 함은 나무 조각의 묶음, 즉 죽간(竹簡)이나 목간(木簡)이라고 불리던, 부피가 어마어마하게 큰 것이었다. 그래서 다섯 수레의 책이라 해도 요즘의 책으로 치자면 한두 권 분량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즉, 옛날에는 책 한두 권만 제대로 읽었어도 어디 가서 행세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던 시절이었다는 소리다. 그런 시절에는 세상살이가 지금 보다 퍽이나 단순했을 것이고 그만큼 사람들은 순박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쓸데없는 글이 길어지려고만 한다. 그래서 이 정도로 줄인다. 참고로 목간이나 죽간을 생각해보면 어째서 중국 문자가 그 짧은 몇 글자에 그렇게나 함축적인 내용을 담게 된 것인지, 유추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 인 yiin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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