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판 페레스트로이카'로 불리는 도이 모이 정책은 1986년 공산당 서기장에 취임한 구엔 반 린이 처음 채택, 20년 이상 베트남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다. 2001년 12월에는 헌법 개정으로 지속적 경제개혁 추진을 위한 법적 토대를 구축했다. 베트남 인들은 도이 모이 정책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캄보디아나 라오스보다 가난한 상태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베트남은 1990년대에 연평균 7.6%의 고도성장을 했고, GDP 및 수출액도 두배로 늘었다. 2001년에는 아시아 지역의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6.8%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며, 이후 5년 동안 평균 7%를 넘는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경제 성장과 더불어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각종 제도도 꾸준히 정비하여 외국인 투자 또한 급증하고 있다. 최근 WTO 가입 및 미국과의 항구적인 정상무역관계(PNTR) 승인 등 호재가 겹쳐 앞으로도 외국인 투자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흑자 전환 3년 걸려, 열악한 인프라가 문제
현재 베트남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국가는 어디일까? 바로 우리나라다. 한국은 2002년 이후 3년간, 매년 150~180건의 투자를 해오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투자 1위 국가로 부상했다. 특히 제조업·건설업·서비스 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 베트남을 찾는 개인도 크게 늘고 있다.
호치민 시 한인상공인연합회(회장 이창근)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 및 현지 한인들이 설립한 업체 수는 1천100여 개로 추정된다. 하노이를 중심으로 하는 북부 지역에 300여 개, 호치민을 비롯한 남부와 다낭 등 중부 지역을 합쳐 800여 개 정도다. 특히 남부 지역의 경우, 한인 기업이 해마다 약 10%씩 증가하고 있으며 호치민 시에 거주하는 한인만도 5만여 명에 달한다.
이 같은 진출 수요에 부응해 KOTRA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호치민 무역관에 한국투자기업지원센터를 개소했다. KOTRA는 베트남 진출 또는 교역을 희망하는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시장 개척단, 지사화 사업, 전시회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진출해 있는 기업에는 위 서비스와 연동해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상담회 개최, 개정 투자법령집 번역·배포, 투자지원센터를 통한 수시 상담, 매주 베트남 소식지 발송, 지사화 사업 등을 지원한다.
그렇다면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의 속사정은 어떨까.
작년 12월 KOTRA 호치민·하노이무역관이 현지에 진출한 852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베트남 투자기업 경영실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진출 형태는 단독투자가 62%로 가장 많고 합작투자 12%, 대표사무소 16%, 지사 형태가 5%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진출 동기는 내수시장 진출이 35%로 1위였지만, 제조업의 경우는 제 3국 수출 및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들어간 기업이 더 많았다. 업종은 제조업이 68%로 2/3를 차지했고 이어 무역 8%, 건설 6%, 운송창고 4%, 금융보험 3% 및 부동산임대 서비스 3% 등의 순이었다. 진출 기업의 31%가 자본금 100만 달러 이하의 영세 업체였고, 100만~500만 달러가 44%, 500만~1천만 달러 9%, 1천만 달러 이상은 15%였다. 평균 매출은 1천112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제조업이 전체 매출의 84%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 62%는 제3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흑자 기업은 58%인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 경상이익은 51만 달러로 2004년의 92만 달러보다 크게 감소, 경영여건이 악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흑자 전환기간은 평균 3년 정도였다. 진출 기업들은 대체로 투자에 만족하고 있으며 향후 투자환경에 대한 전망도 밝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열악한 인프라 환경(25%), 원·부자재 조달의 어려움(19%), 베트남 정부의 불투명한 행정(17%), 현지 상거래 관행(14%) 등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지 사정과 관행 파악 못하면 낭패
이번 조사에서 전체 진출 기업의 56%는 향후 5년 이내에 투자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이런 우려는 주로 베트남의 인건비 상승(63%)에 기인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호치민 시와 인근 동나이 성 및 빈증 성 일대에서는 인력난과 임금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베트남은 더 이상 인건비가 싼 나라도 아니고,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한 투자를 반기는 나라도 아니다.
이처럼 베트남의 투자환경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KOTRA 호치민무역관의 천진 과장은 “과거에는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투자 진출이 대세였으나 앞으로는 조선과 자동차, IT 산업 등이 본격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투자 열기가 거세지고 있어 도시개발, 공장 건설, 비즈니스 빌딩 신축 등을 위한 건설사의 진출도 유망하다”고 말했다.
중앙정부 및 각 지방정부들도 단순 저임노동력을 목적으로 하는 섬유, 신발산업보다는 IT나 전기·전자, 기계 등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의 투자를 우선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새로 베트남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이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외국인의 베트남 투자 진출 방식은 경영협력계약, 단독투자, 합작투자 등 세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합작투자의 경우 ‘전원일치제’라는 독소 조항이 있어, 합작 당사자 간에 의견이 다를 경우 경영상의 어려움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
천 과장은 “합작투자가 아니면 진출이 불가능한 부동산개발사업, 통신산업 등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업종 및 투자전략에 적합한 방식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며 “전량 수출을 위한 투자나 일반 제조업의 경우 대부분 단독투자 형태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진출 초기 기업들은 가장 어려운 점으로 정보 부족(35%), 언어소통(19%), 베트남 정부의 인센티브 부족(12%), 투자지역 선택(11%), 투자형태 선택(10%) 등을 꼽았다.
이와 관련, 현지 부동산개발업체인 미진글로벌 황건일 사장은 “베트남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고 말하는 한국인들이 많은데, 이는 현지 사정과 관행을 무시하고 한국적 사업방식으로 접근하다 낭패를 보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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