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전 캄보디아에 처음 들어올 때만해도 한국병원이 드물어, 열악한 의료 환경이 큰 걱정거리였다. 화교 상권이 득세인 곳이라 프놈펜에 그들이 운영하는 유서 깊은 병원이 많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일찍이 중국인의 습성을 간파한 임어당의 중국 의사를 조심하라는 경고가 떠올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중국 사람들은 네 발 달린 것은 책걸상만 빼고, 헤엄치는 것은 잠수함만 빼고, 날개 달린 것은 비행기만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있다. 중국의 문명비평가 임어당은 <생활의 발견>에 “나는 중국의 외과 의사를 믿지 못하는데 혹시 그가 내 결석을 찾으려고 간을 절개해 놓고는 결석 찾는 일을 깜빡 잊고 내 간을 프라이팬에 넣고 튀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이다.”라고 썼다. 물론 농담조였지만, 장기 적출 사고가 종종 보도되는 중국 발 괴담을 접하다보면 여전히 으스스하다. 동전으로 피부를 긁어대는 캄보디아 전통의술도 미심쩍긴 마찬가지다.
해외 살이 하면서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신토불이를 저버려서인지 주기적으로 속병을 앓곤 한다. 병치레를 하게 되고서야 건강에 대해 생각하는 게 인지상정인가 보다. 질병으로 인해 생명의 규범이 명백해진다는 병리학적 논지처럼 병을 얻고서야 신체의 메커니즘을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 숙제가 많은 처지인지라 앓게 되면 남아있는 시간에 대한 상념으로 새삼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게 된다. ‘눈이라도 멀게 되면 사랑하는 것들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잘난 체 하던 “정신”도 감각기관인 “육신”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게 돼 무력감과 함께 청승스런 기분마저 든다. 몸이 약해지면 마음 또한 약해지기 마련이라 사는 근동에 믿음직한 병원이 있다는 것은 축복임에 분명하다.
90이 넘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어머니가 입원 치료 중에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하다 주치의에게 들켰다. 술을 금하라는 주치의의 주의를 받고, “내 나이쯤 되면 의사양반 충고를 듣지 않을 권리가 있지”하며 능청을 떨었다. 그녀는 102세 천수를 다하여 별세했다. 올해 92세인 훈센 총리 부친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간병을 위해 공식일정도 취소하게 될 수 있다는 뉴스다. 훈센 자신의 신장 또한 나빠져 싱가포르 주치의의 도움이 필요한 형편이라고 한다. 아직도 캄보디아 총리의 주치의 자리는 캄보디아 의사 차지가 못되는 모양이다.
세도가나 소시민이나 병고와 죽음 앞에서는 평등하다. 아침이슬 같이 유한한 삶이기에 더 애틋하고, 꿈과 미덕에 대한 노력들이 아름다운 것일 테다. 건강한 한 무슨 일이나 할 수 있다는 이치를 건강을 잃고서야 깨닫게 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지 하는 심정이다. 어쨌든 몇 해 사이에 모국어로 미주알고주알 아픈 곳을 하소연할 수 있는 한류병원이 많이 늘어 마음이 놓인다. 캄보디아 한인병원 번창하세요! (그렇다고 자주 앓으시라는 말씀은 아니구요.) /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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