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4일 전대주 신임 주 베트남 대사가 정식으로 발령 을 받고 하노이에 부임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 (7월 6일) 호찌민 뉴월드 호텔에서 전 대사와 호찌민 교민들과의 간담회가 있었다. 베트남 생활 18년을 호찌민에서 보낸 전 대사는 호찌민 에서 첫 번째 대 교민 행사를 치렀다.
하노이에 있는 대사가 호찌민의 교민들과 간담회를 갖는다는 것 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것도 부임 즉시 이런 일정을 잡는다는 것 은 이례적인 일이라 볼 수 있다. 반면에 이번 행사를 통해 전대주 대사를 바라보는 공관 공무원들과 교민들의 시각을 확인하는 기 회가 되었다는 것이 행사에 참석한 기자들의 의견이다.
오후 6시 반에 예정된 행사는 예상보다 많은 참석자들의 지각으 로 30분정도 늦게 시작했다.
전 대사는 이미 6시 20분쯤 부인과 함께 나와서 자리를 지키고 있 었다. 예전의 행사와는 달리 처음부터 형식이 무너졌다.
행사장도 예전과는 달랐다. 간담회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던 원 탁 식탁이 아니라 일자 형 식탁을 중심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대 화를 나누는 회식자리와 같은 배치였다. 발언을 위한 단상도 없 어서 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면을 그대로 노출한 모습으로 서 서 발언을 해야 했다. 참석자의 면면은 원로들과 평통자문위원, 코참과 한인회 등 각급 교민단체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총영사관에서는 황명희 부총영사 한 명만 참석했다.
한국에 출장중인 총영사를 제외하고도 10명의 영사가 호찌민에서 근무한다.
간담회는 현지 교민출신의 대사라는 파격 인사에 대한 궁금증에 전 대사가 차분하게 답변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일부 고령인사들이 모임의 의미와 다른 주제의 발언으로 사회자가 줄기를 되찾아가느라고 진땀을 흘렸다. 매번 마이크를 독점하는 일부 원로인사의 행태는 더욱 원숙해졌다. 일부 참석자들은 대화 중에 전 대사를 회장님 혹은 전대주 씨 라고 부르며 새로운 호칭에 대한 낯섦을 드러냈다.
간담회는 탈 권위시대에 어울릴 수 있는 편안한 자리였지만, 예전과는 달리 뭔가 바뀐 것 같다는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 미묘한 느낌이 바로 전 대사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재외 공관장회의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외국에 있는 국민들과 동포들 바로 옆에서 실시간으로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재외공관이 그 일을 하는 것이라며 재외공관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렇게 재외공관의 역할을 강조하던 박대통령이 주 베트남 신임대사로 호찌민에서 18년을 생활한 교민 전대주씨를 전격 발령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번 인사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박대통령의 발언에서 그 속 뜻을 찾아 본다면, 교민의 입장에서 생활한 경험을 살려 교민 보호 관리에 대한 실질적인 효과를 높이고, 동시에 18년 베트남 생활에서 생긴 다양한 인맥을 활용하여 대사의 임기에 관계없이 영구적으로 유지 관리될 수 있는 베트남 내 친한 (親韓) 네트워크를 구성하라는 것이라 짐작할 수 있겠다.
이렇게 각별한 임무가 부여된 시험적 인사의 당사자인 전 대사에게는 차관급에 해당하는 베트남대사라는 자리가 개인적으로는 예상하지 못한 행운의 벼슬일 수 있지만 그 행운에 못지않은 어려운 과제가 그 앞에 놓여있다. 즉, 전 대사는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3곳의 집단으로부터 자신의 역할에 대한 믿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막 동료가 된 한국 공무원 집단과 베트남 정부 그리고 교민사회로부터의 믿음이다.
어느 영사의 발언을 빌리자면 주 베트남 대사라는 자리는 외교부 내부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암암리에 존재하는 상급의 요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런 황금자리를 외부인사에게 내어 준 외교관료들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전 대사는 자신의 인사에 충격을 받아 시쳇말로 멘붕 상태에 빠진 집단 안으로 들어가서 그들과의 협력을 통해 뜻을 이루어야 한다. 자신이 맡은 일을 전문관료 못지 않게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전 대사가 시스템으로 돌아간다고 믿고 있는 대사관 조직도 그의 기대를 채우기 힘들 것이다.
두 번째로 이런 파격인사의 대상국인 된 베트남의 외교관료들의 입장에서는 비록 전 대사가 교민사회에서 중요 역할을 수행해왔지만 공무원으로서 그와의 교분이 과연 대한민국 정부와의 인맥으로 연결 될 것인지는 의문 부호가 따를 수 있다. 전 대사가 베트남과 연륜이 깊어 대사가 되었지만 거꾸로 한국 정부내의 인맥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약점이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민사회에서도 전 대사가 과연 막중한 대사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의구심과 기대가 함께 공존하는 혼돈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아직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위치에 있는 전 대사, 과연 어떻게 그들의 믿음을 이끌어내어 성공적인 업무 수행을 할 것인가?
한가지 방법밖에는 없다. 전 대사가 공관원들은 물론이고 베트남 정부에 믿음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교민 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가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하여 교민들은 먼저 전대사가 누구인가를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전대주 신임대사는 10만의 베트남 교민을 대표하며 나라의 부름을 받아 대사직을 수행하는 우리 교민의 한 사람이다.
그가 성공적인 역할을 하면 그것은 바로 우리 교민의 자랑으로 남고, 그가 실패를 하면 그것 또한 교민의 아픔이 된다.
그러니 교민사회가 그를 지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럼 어떻게 지지를 보내야 하는가?
대사 간담회 때 어느 참석자가 전 대사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는가를 묻는 발언에서 정답을 찾았다.
교민들, 특히 전 대사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교민들은 앞으로 전 대사의 휴대번호를 지워버려야 한다. 전 대사를 임기 동안 개인적 인연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
오랜 세월 잘 알고 지내는 사람이라고 개인적인 관계를 자랑하며 개인 전화를 하고 청탁을 남기곤 하면, 전 대사에게는 교민출신이라는 유일한 장점이 오히려 업무를 방해하는 치명적인 독소로 작용하게 된다.
교민들과의 지나친 친분 때문에 교민출신이 대사를 맡아서는 안 된다는 역설적 이유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교민의 대표로 나선 전 대사의 성공적 업무수행을 이루어지려면, 전 대사는 지인들에게 야속하다는 욕을 들어가면서라도 개인적인 접근을 막아야 하고, 교민들은 전대주라는 사람과의 개인적 인연은 당분간 접어두고 전대주 대사의 성공적 업무수행을 위해 묵묵히 마음으로의 관심과 지지를 보내는 것 만으로 만족을 해야 한다. 전대주 대사의 성공여부는 단순히 개인의 치적이 아니라 교민사회의 역사로 남기 때문이다.
교민출신대사,
그리 만만하고 기쁘기만 한 일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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